[텐아시아=손예지 기자]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101’ 시즌2, ‘아이돌학교’, ‘더 유닛’ 포스터 / 사진제공=CJ E&M, KBS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101’ 시즌2, ‘아이돌학교’, ‘더 유닛’ 포스터 / 사진제공=CJ E&M, KBS
Mnet ‘프로듀스101(이하 프듀)’ 시리즈는 아이돌 연습생 101명을 모아놓고 11인조 아이돌 그룹을 만드는 프로그램이다. 서바이벌이라는 흥미진진한 포맷에 데뷔의 꿈이 간절한 참가자들의 서사가 맞물려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지난 4~6월 방송된 ‘프듀2’는 12주 연속 콘텐츠파워지수 1위를 차지했을 정도다. ‘프듀’ 시리즈를 통해 탄생한 걸그룹 아이오아이(I.O.I)(2016년 5월 데뷔~2017년 1월 활동 종료), 보이그룹 워너원(Wanna One)(2017년 8월 데뷔~2018년 12월 활동 종료 예정)은 데뷔와 동시에 가요계에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우며 흥행했다. 우승자뿐 아니라 이 프로그램 출신 연습생들도 그렇지 않은 신인가수들보다 인지도 면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출발선이 아예 달라지는 것이다.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은 이제 방송사에게도, 아이돌 연습생들에게도 놓칠 수 없는 기회가 됐다. 때문에 방송사마다 같은 포맷의 프로그램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Mnet은 ‘프듀’ 후로도 ‘소년24’(2016년 6월~8월 방송) ‘아이돌학교’(2017년 6월~)를 내놓았다. KBS, MBC 등 지상파 프로그램도 각각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을 제작 중이다.

이 같은 포맷이 방송가의 새 트렌드로 떠오르며 빛을 받는 만큼 그늘도 짙다. 한국매니지먼트연합·한국음악콘텐츠협회·한국연예제작자협회 등 3개 단체로 구성된 음악제작사연합(이하 음제연)은 9일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한 방송 미디어의 매니지먼트 산업 진출을 반대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음악 생태계를 변질시킬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는 다양한 연습생들에게 공정한 기회를 주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음제연은 “방송사는 프로그램을 통해 배출한 아티스트들을 1~2년 단기적으로 전속화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음반, 공연, 광고, 행사 등 분야를 막론한 수익 극대화에만 초점을 맞춘 것이다. 공정성, 공익성과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방송 채널과 더불어 음원 유통과 판매, 음원 제작, 공연 플랫폼을 모두 갖춘 대기업이 매니지먼트 산업에 진출할 경우, 중소기획사들의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 자본력에 한계가 있는 중소기획사들은 결국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에 자사 소속 아티스트들을 소개하는 에이전시로 전락할 위험성이 크다. 음제연은 “중소기획사들은 이미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으며, 소속 연습생 간의 갈등이 발생한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이유로 방송사의 매니지먼트 산업 진출은 ‘대기업의 횡포’로 비춰진다. 특정 기업이 음악 산업을 독식하는 ‘아이돌 독과점’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 방송 미디어는 문화 콘텐츠를 알리는 데 가장 파급력 있는 매체다. 그 영향력을 오용 내지 남용해서는 안 된다.

음제연은 “음반 제작사와 방송 미디어가 본래의 동반자 구도를 통해 상생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며 “대중음악산업 발전뿐 아니라 나아가 문화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방송 미디어의 협조를 바란다”고 말했다.

손예지 기자 yeji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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