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하진 기자]
뮤지컬 ‘나폴레옹’의 한 장면 / 사진제공=쇼미디어그룹
뮤지컬 ‘나폴레옹’의 한 장면 / 사진제공=쇼미디어그룹
전쟁으로 혼란스러웠던 유럽의 18세기. 그 중심에 나폴레옹이 있다. 잇달아 전쟁을 승리로 이끈 그의 파란만장한 삶이 무대로 옮겨졌다. 뮤지컬 ‘나폴레옹'(연출 리처드 오조니언)이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 상륙, 지난달 15일 샤롯데 씨어터에서 막을 열었다.

‘나폴레옹’은 작가 앤드류 사비스톤과 영화 ‘300’ ‘왓치맨’과 뮤지컬 ‘위키드’의 음악 작업을 하며 이름을 알린 작곡가 티모시 윌리암스가 손을 잡고 만들었다. 국내 초연은 원작의 줄거리와 음악을 가져왔고, 등장인물의 개성을 보충했다. 시시각각 변하는 무대와 의상, 안무에도 힘을 실었다.

알프스 원정, 궁정 무도회, 황제 대관식, 워털루 전투 등 굵직한 사건은 고증을 바탕으로 제법 그 시대를 구현해냈다. 워털루 전투 장면에는 대포를 설치, 앙상블의 화려한 단체 안무까지 어우러져 근사하게 보였다. 나폴레옹(한지상)과 조세핀(정선아)이 처음 만나는 궁정 무도회는 고증을 거친 의상과 앙상블의 안무가 시선을 잡아끈다.

전투와 퇴각, 대관식 장면은 휘황찬란한 무대와 더불어 웅장한 음악까지 더해져 극의 긴장감을 높인다. 울림을 전하는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작품을 한층 세련되게 만든다.

나폴레옹은 툴롱 전투, 이집트 원정, 마렝고 전투를 모두 승리로 이끌며 황제가 된 인물이다. 평탄하지 않은 삶을 살았기에 그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들이 수도 없이 나왔다. 뮤지컬 ‘나폴에옹’은 그 중에서도 그의 ‘사랑’에 초점을 맞췄다. 당찬 장군의 면보다는 사랑에 아파하는 인간적인 모습에 집중한 것.

뮤지컬 ‘나폴레옹’에서 조세핀 역을 맡은 뮤지컬 배우 정선아 / 사진제공=쇼미디어그룹
뮤지컬 ‘나폴레옹’에서 조세핀 역을 맡은 뮤지컬 배우 정선아 / 사진제공=쇼미디어그룹
1부에서 황제가 되는 나폴레옹을 담는다면, 2부는 그 후다. 성과보다 고뇌와 갈등을 정면으로 보여준다. 조세핀을 사랑하는 한 남성의 아픔도 오롯이 녹였다. 때문에 조세핀은 나폴레옹을 사로잡은 매혹적인 여인으로 극의 중심 역할을 한다. 여기에 정치가 탈레랑(강홍석)이 흑심을 품은 조력자로서 극적인 상황을 완성한다.

거대한 나폴레옹이 한 여인으로 인해 몰락하고 초라해지는 모습이 몇 장면에서 쉽게 설득되지 않지만, 중심인물을 맡은 배우들의 열연이 급박한 전개의 아쉬움을 달랜다. 한지상, 정선아, 강홍석의 탁월한 실력은 장면마다 몰입을 끊어지지 않게 한다. 특히 1부와 2부에서 180도 다른 나폴레옹을 연기하는 한지상의 노래와 연기는 끊임없는 객석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오는 10월 22일까지 샤롯데씨어터.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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