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하진 기자]
뮤지컬 ‘리틀잭’의 잭을 연기하는 배우 김지철 / 사진제공=HJ컬쳐
뮤지컬 ‘리틀잭’의 잭을 연기하는 배우 김지철 / 사진제공=HJ컬쳐
조명이나 무대 변화가 화려하진 않지만 감동만큼은 확실히 잡았다. 지난달 1일 개막해 연일 매진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뮤지컬 ‘리틀잭'(연출 황두수)이다.

‘리틀잭’의 줄기는 황순원의 소설 ‘소나기’에서 가져왔다. 다만 배경은 1967년 영국으로 설정했다. 밴드 리틀잭의 보컬 잭(김지철)과 그의 첫사랑 줄리(한서윤)의 이야기를 콘서트 형식으로 풀어 신선함을 얹었다.

“자, 가자!”라는 잭의 목소리와 동시에 드럼, 베이스, 기타, 피아노를 맡은 밴드 멤버들이 등장한다. 새 음반을 낸 잭은 노래에 얽힌 이야기를 시간의 순서대로 읊고, 관객들은 마치 실제 콘서트에 온 듯 이야기와 노래에 집중한다. 잭이 수시로 객석을 향해 말을 걸고, 머뭇거리던 관객들도 이내 공연에 몰입해 대답을 이어가는 식이다.

뮤지컬 ‘리틀잭’ 속 김지철(왼쪽), 한서윤 / 사진제공=HJ컬쳐
뮤지컬 ‘리틀잭’ 속 김지철(왼쪽), 한서윤 / 사진제공=HJ컬쳐
약 200석 규모의 소극장 매력을 충분히 살렸다. 어깨에 힘을 푼 관객들은 어느새 잭과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고, 박수로 호응하며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에 푹 빠져든다.

감정의 기복도 있다. 잭과 줄리의 만남부터 사랑에 빠지는 달콤한 순간, 이별의 아픔까지. 회상처럼 이어지는 장면은 무대의 변화 없이 이뤄지는데, 넘실대는 바다와 반짝이는 밤하늘을 표현하는 잭, 줄리의 행동에 위화감은 없다. 두 사람이 이별에 괴로워할 때, 여기저기서 들리는 관객들의 우는 소리가 이를 뒷받침한다.

좀처럼 무대에서 떠나지 않는 잭, 김지철은 객석의 분위기를 말랑말랑하게 만드는 데 큰 몫을 했다. 그의 자연스러움이 공연의 색깔을 선명하게 한다. 줄리를 맡은 한서윤도 튀지 않고 극에 잘 섞인 덕분에 진정한 주인공으로 떠오를 수 있었다.

줄리는 잭에게 “계속 노래를 해준다면 나는 영원할 것”이라고 고백한다. 잭이 부른 노래는 그의 삶과 어우러져 우리 귓가에도 한동안 맴돈다.

오는 20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