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박슬기 기자]
/사진=SBS ‘궁금한 이야기Y’
/사진=SBS ‘궁금한 이야기Y’
SBS ‘궁금한 이야기Y’에서 영화 ‘화차’의 현실판 이야기를 공개한다.

지난 7월 12일 경기도의 한 펜션에서 남녀 4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생면부지인 이들이 인터넷을 통해 만나 계획한 동반자살이었다.

이번 사건으로 사망한 유진 씨(가명)의 남편 동욱 씨(가명)는 아내가 자살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다고 했다. 7월 10일, 평소처럼 친구네 집에 다녀오겠다며 외출한 아내와 돌연 연락이 끊겼다고 한다. 이틀 뒤 아내가 싸늘한 시신으로 돌아온 것이다.

결혼 7년 차, 연애 기간을 포함하면 무려 10년 동안 알고 지낸 아내는 충동적인 선택을 할 사람이 아니었다. 넉넉한 집안에서 자랐고 유명 여대를 졸업해 번듯한 공기업을 다니는 아내였다. 미국에서 사업을 한다는 장인은 평범한 회사원인 동욱 씨가 평생 타보지도 못할 외제차와 신도시의 고급아파트를 신혼 선물로 마련해줬다. 처가에서 일부 지원해주긴 했지만 아내 역시 재테크에 수완이 좋아서 결혼 7년 만에 부촌의 70평대 고급 주택까지 장만할 수 있었다.

소탈하고 정 많은 성격의 아내는 동욱 씨의 회사동료와도 잘 어울렸고, 자녀와 시댁에는 아낌없이 쓰면서도 자신은 명품가방 한 번 사본 적이 없을 정도로 검소하게 생활했다. 동욱 씨는 알뜰하고 야무진 아내 덕분에 주변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다. 그런 아내가 자살하며 남긴 유서에는 해명 없이 떠나는 자신을 용서해달라는 말이 적혀있었다.

아내의 장례 후, 믿기 힘든 소식들이 동욱 씨를 기다리고 있었다. 집 소유자라는 사람이 찾아와 밀린 월세를 갚고 집을 비우라고 통보한 것이다. 철석같이 내 집이라 믿었던 70평대 고급 주택은 일 년만 거주하는 조건으로 계약된 상태였고 8개월째 월세가 밀려있었다.

처가에서 마련해줬다던 외제차도 모두 업체에서 빌린 차량이라고 했다. 아내가 공기업인 직장을 통해 얻은 고급 정보가 있다며 지인들을 속여 투자금을 받아 온 사실도 밝혀졌다. 남편의 회사동료인 강씨도 아파트를 싼값에 구입해주겠다는 유진 씨의 말에 4억 원 가까이 되는 돈을 입금했다며 동욱 씨를 찾아왔지만 실제로 이뤄진 아파트 매매계약은 없었다.

사망 후 들여다 본 아내의 통장에는 동욱 씨가 이름도 모르는 이들과의 거래내역이 수두룩했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직장, 가족 관계 등 10년간 알고 지낸 아내에 대한 정보가 모두 거짓이었다는 점이다. 결혼식에 참석한 후 곧바로 미국으로 떠나 사업을 하고 있다는 장인, 장모는 역할대행업체를 통해 섭외한 ‘가짜’였다. 동욱 씨가 아내의 장례식장에서 실제로 만난 ‘진짜’ 친부모는 평생 서울에서만 살아왔고, 딸이 결혼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아내가 허망하게 떠나버린 후 동욱 씨와 일곱 살, 다섯 살의 어린 두 자녀는 하루아침에 거리로 나앉게 됐다. 유진 씨는 무엇을 위해 이토록 철두철미하게 허구의 삶을 살아온 걸까. 어떻게 아무도 아내를 의심하지 못했을까.

10년 만에 드러난 ‘내조 여왕’의 두 얼굴은 4일 오후 8시55분 ‘궁금한 이야기Y’에서 공개된다.

박슬기 기자 psg@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