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은진 기자]
송강호/사진제공=쇼박스
송강호/사진제공=쇼박스
배우 송강호는 ‘시대의 얼굴’이라는 수식어를 가지고 있다. 조선 시대부터 일제 강점기, 2000년대, 더 나아가 먼 미래까지 다양한 시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에서 그 시대를 대변하는 얼굴을 연기했다. 영화 ‘밀정’ 이후 1년 만에 신작 ‘택시운전사'(감독 장훈)로 찾아온 송강호. 이번에는 1980년 5월 광주로 가게 된 서울의 택시운전사 역이다.

“자주는 아니지만 1년에 한 번씩은 작품을 하게 되네요. 1년에 한 작품이다 보니 많은 의미가 담긴, 깊이 있는 영화로 관객을 찾으려고 노력해요. 그런 점에서 ‘택시운전사’로 다시 관객들을 찾게 돼 좋고 반응이 어떨지 궁금합니다.”

영화 ‘변호인’에 이어 ‘택시운전사’까지 송강호는 유독 정치적으로도 민감한 소재를 다루는 작품에 자주 출연했다. 그래서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오르기도 했다.

“남들보다 사회적·정치적 소양이 뛰어나거나 정치의식이 뚜렷해서 그런 작품을 선택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배우로서 처음 연기를 시작했을 때부터 ‘작품을 통해 무엇을 말할 것인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 왔죠. ‘변호인’이나 ‘택시운전사’는 정치적인 신념에 의한 선택이라기보다는 배우로서의 신념에 의한 선택입니다.”

배우로서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는 그지만 처음에는 ‘택시운전사’ 출연을 고사했다. 우리 현대사의 아픈 비극을 다룬 작품이자 실재 인물을 연기하는 부담이 컸기 때문.

“처음 출연을 제안받았을 때는 거절했어요. 거대한 이야기를 담을 마음의 준비가 안 돼 있었죠. 그런데도 결국 출연하기로 한 건 작품이 굉장히 신선하게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1980년대 광주를 다룬 많은 작품이 있었지만 ‘택시운전사’의 시선은 좀 달랐고 그런 점이 새로웠어요. 아픈 현대사의 비극을 조금 더 성숙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희망적으로 풀어냈죠.”

송강호/사진제공=쇼박스
송강호/사진제공=쇼박스
언제나 쉽게 작품을 선택할 것 같고 누구보다 편안하게 연기하는 것 같아 보이지만 그에게도 딜레마는 있다. 대중에게 자신의 진심이 어떻게 보여질까 하는 것이다. 송강호는 “나는 항상 진심을 다해 연기하는데 그게 과연 대중이 원하는 진심일까, 내 연기를 보는 사람들에게는 그 진심이 어떻게 받아들여질까에 대해 항상 생각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가 영화 ‘택시운전사’를 통해 전하고 싶은 진심은 무엇일까. 희망이다.

“아픈 역사를 다루는 영화지만 그 당시 사람들이 비극적인 현실을 어떻게 극복했고 어떤 희망을 노래했는지를 전달하고 싶었어요. 영화의 주인공인 김만섭은 거창한 정치적 구조나 사상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도리를 할 뿐이죠.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이 역사를 바꾸는 모습을 보면서 관객들도 희망을 느꼈으면 좋겠어요.”

이은진 기자 dms3573@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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