깍쟁이 이미지를 깨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미지 변신의 해법은 다양한 작품과 캐릭터를 보여주는 것 밖에 없었다. 한 캐릭터에만 안주하지 않았다. 거침없이 망가졌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다양한 필모그래피와 함께 연기력을 함께 인정받은 것은 그런 결과다. 물론 이미지도 자연스레 바뀌었다. 앞으로도 “보여주고 싶은 모습이 많다”는 배우 오연서의 이야기다.
10. ‘엽기적인 그녀’ 종영 소감은? 오연서: 사실 사전제작이라서 종영한 실감이 안 난다. 하지만 방송을 보는 내내 선물 받은 기분이었다. 미리 찍어놓고 보니까 재밌었던 추억들, 추워서 고생했던 기억들이 새록새록 났다. 다소 아쉬운 점들도 보이긴 했지만 함께 했던 배우 및 스태프들과 즐겁게 촬영해서 좋았다.
10. 첫 사전제작에 도전했는데 어땠나? 오연서: 장단점이 있는 것 같다. 체력은 편했는데 연기는 힘들었다. 집중력이 흐트러질 때도 있고 모니터와 피드백이 없는 부분이 아쉬웠다. 하지만 7개월 간 촬영을 하다 보니 배우들과 많이 친해져서 좋았다. 또 생방송처럼 촬영하다 보면 멀리 나가기 어려운데 ‘엽기적인 그녀’는 예쁜 그림을 담으려고 강원도·충청도·경상도 등 제주도 빼고는 다 갔던 것 같다.
10. 주원과 연기해보니 호흡이 어떠했나? 오연서: 동갑이라서 연기에 관한 고민과 조언 등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래서 호흡이 더 좋았던 것 같다. 주원 씨 제대하고 2년 뒤에 현대극에서 한 번 만나자는 이야기도 했다. 연기를 잘하니까 재밌었다. 또 서로한테 시너지 효과를 준 것 같다.
10. 극 초반 망가지는 장면이 많았다. 걱정은 없었나? 오연서: 토하는 장면을 보고 엄마가 충격을 많이 받았다. ‘너 꼭 저렇게까지 해야만 했니?’라면서, 하하. 촬영할 때는 신경 안 쓰는 편인데 나중에 보고 늘 후회한다. 그래도 재밌었다. 망가지기도 하고 진지한 감정신도 있어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던 건 좋았다.
10. 고증을 벗어난 과감한 설정이 많았다. 여주인공으로서 우려는? 오연서: 제가 열려있는 사람이었나 보다. 만화처럼 재밌다고 생각했는데 시청자들은 낯설어하더라. 개인적으로 힘든 점이 있었다면 말투였다. 전형적인 사극 말투가 있는데 여기서는 반말을 해야 하니까 그게 힘들었다. 또 주원 씨가 선글라스를 끼고 배를 타고 오는 장면이나 캐논 연주곡이 나오는 모습은 말이 안 되지만 저는 재밌었고 신선했다.
10. 극중 혜명공주 캐릭터 역시 진취적인 여성상이었다. 마음에 들었나? 오연서: 그래서 좋았다. 조선시대는 신분사회였지만 혜명은 자신의 꿈을 위해 유학을 떠나지 않나. 특히 마지막 회가 제일 마음에 들었다. ‘왜 여자는 결혼해서 자식을 낳는 게 행복이냐’고 하는 대사가 그랬다. 견사부와 연애를 함에 있어서도 주도권이 저한테 있지 않나. 조선시대에서 본다면 혜명의 이런 모습은 ‘엽기적인 그녀’였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제목과 혜명이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
10. 실제 자신의 연애스타일도 그런가? 오연서: 저는 사랑받는 것도 좋지만 제가 사랑에 빠져야 되는 스타일이다. 주로 제가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는 편이다.
/사진=이매진아시아
10. 혜명의 다양한 감정선을 연기하기 힘들지 않았나? 오연서: 어려웠다. 감정 변화가 많은 캐릭터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게 넘어갈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다. 주원이나 선배 배우들, 감독에게 많이 묻고 도움을 받았다. 1회부터 6회까지 섞어서 찍었는데 감정의 폭이 너무 커서 감정이 잘 안 잡혔다. 그래도 함께하는 분들이 기다려주셔서 고마웠다.
10. 그 결과 연기로 호평도 받았는데. 오연서: 사실 힘든 작품 중 하나였다. 모니터를 할 수도 없고 촬영 기간도 길어서 자문자답했던 시간들이 길었다.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밝았다가 슬펐다가 다른 작품보다 눈물 흘리는 신도 많았다. 어디까지 소리를 질러야 할지, 어디까지 눈물을 흘려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주변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
10.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장르가 다양하다. 도전을 좋아하나? 오연서: 겁이 많은 편이다. 하지만 도전을 하지 않으면 뭐든 못하게 되더라. 앞으로도 계속 도전하고 싶다. 여태까지는 제 외모의 분위기와 선입견을 깨기 위해서 털털한 캐릭터를 주로 했다. ‘넝쿨째 굴러온 당신’ 속 말숙이가 잘돼서 비슷한 대본들이 많이 들어왔는데 다른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시청자들은 모르지 않나. 그래서 ‘왔다 장보리’의 장보리를 선택했고 ‘빛나거나 미치거나’로는 사극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영화 ‘국가대표’에선 보이시한 매력을 어필하고 싶었다. 개봉 예정인 영화 ‘치즈인더트랩’을 보면 관객들이 또 다른 느낌을 받지 않을까 기대한다.
10. 30대가 돼서 작품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달라졌나? 오연서: 책임감이 더 커지고 ‘잘해야 된다’라는 부담감도 생겼다. 그래서 20대보다는 조금 더 힘든 것 같다. 성격 면에서도 많이 달라졌다. 어렸을 때는 충동적이고 활발했다면 지금은 차분해졌다. 아무래도 여유를 좀 찾아서 그런 것 같다. 단, 한 가지 고민은 ‘나이가 든다’는 느낌이다. 하하. 이제는 밤을 새며 촬영하면 피곤한 게 눈에 보이더라. 그래서 항상 생기 있어 보이려고 관리하고 노력한다.
10.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오연서: 계속 도전 하고 싶다. 아직도 저는 성장 중이라고 생각한다. 생각해 보면 제 이름을 알린지는 4~5년밖에 안 됐다. 못해본 것들이 더 많기 때문에 이것저것 해보고 싶다. 늘 듣고 싶은 말은 ‘연기 잘한다’는 말이다. 앞으로도 끊임없이 연기에 대해 고민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