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조현주 기자]
‘써클’ 민진기 PD / 사진=tvN 제공
‘써클’ 민진기 PD / 사진=tvN 제공
지난해 tvN ‘SNL 코리아8’을 연출하고 있던 민진기 PD는 ‘써클: 이어진 두 세계’(이하 써클) 연출을 위해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공교롭게도 당시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된 패러디로 화제를 샀던 민진기 PD였기에 외압으로 인한 하차가 아니냐는 말이 나돌았다. 민진기 PD는 “외압으로 인한 하차는 아니라고 했는데 믿어주지 않더라. 오비이락이었다”라고 웃어 보였다.

민진기 PD의 행보가 흥미롭다. ‘푸른거탑’ 시리즈와 ‘황금거탑’, ‘SNL 코리아’를 연출했던 민진기 PD가 tvN에서 최초로 SF추적극이라는 장르에 출사표를 던졌고, 이를 성공리에 이끌었다.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은 그의 성향이 짙게 묻어나온다.

“(기획제작총괄CP)김석현 상무님이 작가들과 SF드라마를 준비하려 할 때 연출에 대한 논의를 했는데 제 이름이 나왔어요. 신선한 장르에 매력을 느꼈고 너무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죠. 잘 만들어보겠다고 말씀드렸어요. 사실 대단히 짧은 시기였어요. ‘SNL코리아’에서 지난해 12월초에 빠졌고, 방송은 5월에 나갔죠. 정극 드라마 PD라면 하지 않았을 거 같아요.”

드라마 연출에 대한 로망이 있었고, 기획도 많이 했다. 기회는 준비된 자가 잡는다고 했다. 민진기 PD는 자신에게 온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준비가 돼있었다. 캐스팅도 본인이 직접 다 했고, 예능 연출을 맡아왔지만 드라마 연출에도 큰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오랫동안 현장에서 디렉팅을 하면서 쌓아온 노하우가 있었다. 오히려 프리 프로덕션이 짧았던 ‘써클’ 연출은 예능 연출로 다져온 결단력과 카리스마를 지닌 민진기 PD에게 적합했다.

민 PD는 “예능 프로그램을 만들 때 시간을 많이 가지고 만들지는 않는다. 트렌드에 따라서 즉각적으로 캐스팅 감을 발휘할 때가 많다. 그런 경험들이 드라마를 준비하면서 나오지 않았나 싶다”라면서 “예능 PD 출신이기 때문에 기존 드라마 PD들이 시도하지 않았던 것들을 했다. 작가님들이 대본집필을 하는 동안 동시에 캐스팅을 진행했다. 프리 프로덕션과 캐스팅을 동시에 완성했다”고 설명했다.

‘써클’
‘써클’
‘써클’은 한국형 SF추적극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2017년 미지의 존재로 인해 벌어진 의문의 살인사건을 쫓는 ‘파트1: 베타프로젝트’와 감정이 통제된 2037년 미래사회 ‘파트2: 멋진 신세계’를 배경으로 두 남자가 미스터리한 사건을 추적해가는 과정을 그린 ‘써클’은 한 회에 두 시대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더블트랙’ 형식과 독특한 상상력이 결합하며 마니아층을 양성했다. “시즌2를 만들어 달라”는 성원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결말 역시 또 다른 외계인의 등장을 예고하며 끝난 만큼 시즌2 제작에 대한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시즌2를 할 수도 있고 못할 수도 있지만 약간의 가능성은 열어놓았어요. 할 수 있는 얘기들이 많습니다. 풀어내지 못한 것들이 많거든요.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있을 수 있는데, 지금 단계에서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만약 시즌2가 제작이 확정이 된다면 작가님들과 많은 얘기를 해야겠죠.”

도전적인 작품이었기 때문에 민진기 PD는 무엇보다 캐스팅에 공을 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민 PD는 “‘써클’ 캐스팅의 기준은 연기였다”고 단언했다.

그는 “첫 번째로 연기를 잘하는 배우들을 캐스팅하고 싶었다. 두 번째는 약간은 의외성이 필요했다. 연기 잘하는데 약간 저평가됐던 배우들 위주로 봤다”고 말했다. 그렇게 여진구·공승연·김강우·이기광·안우연·서현철·송영규·한상진·정인선·민성욱 등의 든든한 라인업이 완성됐다. 민진기 PD의 생각대로 배우들의 가치는 입증됐다. 여진구·공승연·김강우는 드라마가 방영 되는 중간에 차기작에 캐스팅됐고, 곧바로 촬영에 돌입했다.

‘써클’에서 눈여겨볼 또 다른 점은 12부작이라는 점이다. 민 PD는 “드라마 회차는 12부작이 맞는다고 생각한다”면서 앞으로 케이블 드라마는 회차를 줄이고 시즌제로 가는 것이 나아갈 방향이라고 제시했다.

“케이블 콘텐츠는 하나의 브랜드를 구축하고 충성도 있는 팬덤을 확보한 뒤 자가 발전과 갱신을 통해 확장성을 가지고 가는 것이 매력적인 요소라고 생각을 해요. SF물은 시리즈로 가야지 그 안에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구체화시킬 수 있고, 생소할 수 있는 포맷과 콘텐츠를 이해시킬 수 있어요. 원칙으로는 드라마가 잘 돼서 시즌제가 되는 것이 가장 좋은 방향이죠.”

‘써클’ 민진기 PD / 사진=tvN 제공
‘써클’ 민진기 PD / 사진=tvN 제공
지난 2010년 MBC에서 CJ E&M으로 이직한 민진기 PD는 ‘롤러코스터’를 시작으로 ‘푸른거탑’ 시리즈와 ‘SNL코리아’ 그리고 ‘써클’ 연출까지, 꽤나 이색적인 작품들을 연출해왔다. 그는 자신에 대해 “tvN의 DNA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고 명명했다.

민 PD는 “도전을 대단히 좋아한다. 평범한 것보다 새로운 것에 대한 시도가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남들이 하지 않으려는 것에 대해 매력을 느낀다. 위험한 것에 더 끌린다”며 “안 될 거 같은 거를 늘 만들어왔는데, 그걸 끊지 못하겠다”고 미소 지었다.

“tvN에 와서도 쉰 적이 없어요. 작품을 만드는 게 저에게는 크게 어렵지 않아요. 물론 힘들 때도 있죠. 그런데 그 자체를 빨리 잊어 버려요. 그걸 망각이라고 하죠?(웃음)”

한 관계자는 민진기 PD에 대해 “넘치는 열정의 소유자”라고 말했다. 카리스마는 물론 활기찬 모습으로 현장을 이끌어가는 수장이었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관계자의 말을 전하니 민진기 PD는 크게 웃었다. 그는 “많은 것들이 필요했지만, 충족되지 못했다. 그런 것들을 팀워크와 열정으로 채워나가는 건 아쉬울 수도 있지만 그게 우리 드라마의 색깔이다”면서 “재미있고 활력 있게 찍어서 배우들과 사이가 좋고 추억이 많다”고 전했다.

“제 연출 철학이 있어요. 배우가 좋은 연기를 했을 때 그 좋음을 표현할 수 있는 최대한으로 해줘야 한다는 것이에요. 그 파이팅이 배우들에게 전달되면 감독에 대한 신뢰를 가지고, 오케이를 끌어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게 되죠. 잘했을 때 명확하게 칭찬하고 배우가 믿고 연기할 수 있게 배려를 하려고 노력했어요. 그래서 출연 배우들이 최대치의 연기를 끌어내지 않았나 싶어요. 그리고 그게 우리 드라마의 성공 요인이었던 거 같아요.”

민진기 PD는 당분간은 드라마 연출로 대중들을 만날 생각이다. 그는 “‘써클’처럼 기존에 없던 드라마일 확률이 높다”고 힌트를 줬다.

“예전에 구상해놓은 작품이 있어요. tvN일수록 캐스팅이나 소재가 지상파와 달라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스타들보다는 신선하거나 위험부담이 있는 캐스팅이 좋죠. 그래야지 역시 tvN이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써클’ 민진기 PD / 사진=tvN 제공
‘써클’ 민진기 PD / 사진=tvN 제공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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