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현지민 기자]
이제훈, 이준익 감독, 최희서 스틸 / 사진제공=메가박스 플러스엠
이제훈, 이준익 감독, 최희서 스틸 / 사진제공=메가박스 플러스엠
이준익의, 이제훈에 의한, 최희서를 위한 영화 ‘박열’이 개봉했다. 극은 개봉 첫날인 28일 오전 9시 기준 실시간 예매율 31.4%를 기록하며 전체 예매율 중 1위에 이름을 올렸다.

28일 영화 ‘박열’이 개봉했다. 1923년 도쿄, 6000명의 조선인 학살을 은폐하려는 일제에 정면으로 맞선 조선 최고 불량 청년 박열(이제훈)과 그의 동지이자 연인 후미코(최희서)의 이야기를 그린다. 극은 개봉 첫날인 이날 오전 9시 기준 실시간 예매율 31.4%를 기록하며 전체 예매율 중 1위에 이름을 올리며 존재감을 과시 중이다.

같은 날 개봉한 ‘리얼’이 김수현의, 김수현에 의한, 김수현을 위한 영화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가운데, ‘박열’은 이준익의 이제훈에 의한, 최희서를 위한 영화다. 이준익 감독이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사실적인 극을 완성했고 그 안에서 이제훈은 완벽한 변신으로 다시 한 번 도약할 기회를 만들어냈다. 10년 무명세월을 지나온 최희서는 아나키스트 후미코 역을 맡아 전례 없는 존재감을 뽐냈다.

이준익의

이준익 감독은 전작 ‘동주’에서 송몽규라는 인물을 조명해 눈길을 끈 것과 마찬가지로 ‘박열’에서도 현대인들에게 생소한 역사적 인물에 집중했다. 박열은 조선인 학살에 대한 국제시장의 비난이 두려워 책임을 전가할 적임자를 찾던 일본에 의해 지목된 인물이다. 이 사실을 눈치 챈 그는 고국 조선인들에게 희망이 되기 위해 스스로 법정에 선다.

그가 일본을 조롱하는 방식은 ‘일제강점기의 조선인이 맞나’ 싶을 정도로 놀랍다. 이준익 감독이 공식석상에서 수차례 “철저히 고증에 의한 작품”이라고 언급해야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일제강점기 하면 관습적으로 반일감정이나 인물들의 억울한 사연에 집중하지 않나. 박열과 후미코는 과거 프레임을 깨버리는 인물이다. 이게 감독의 조작된 의도라고 착각할 까봐 수차례 고증이라고 얘기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열과 후미코를 필두로 한 ‘불령사’가 무모해보이지만 철저하게 일본을 뒤흔드는 모습은 관객들에게 통쾌한 웃음을 선사할 정도다.

이준익 감독은 실존 인물들의 신념은 물론 당시의 상황을 사실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화려한 볼거리에 대한 욕심을 버렸다. 의도적으로 적은 제작비를 사용하며 고증에 의한 사실 재현을 위해 힘쓴 것. 덕분에 극은 반일감정에 치우치지도, 과잉 감정을 유발하지도 않는다. ‘극적 재미’를 어디에서 찾냐고? 본 적 없는 발칙한 인물 박열과 후미코가 모든 것을 설명한다.

이제훈에 의한

이제훈의 완벽한 변신은 여느 블록버스터보다 놀랍다. ‘박열’의 포스터가 처음 개봉됐을 당시엔 “내가 알던 이제훈이 맞나”라는 반응이 줄을 이었다. 캐릭터에 오롯이 녹아든 이제훈은 최근 형성된 ‘국민 첫사랑’ ‘로맨틱남’의 이미지를 완전히 벗었다.

포스터보다 놀라운 건 극 안에서 섬세하게 폭발하는 이제훈의 감정이다. 외모뿐 아니라 실존인물 박열의 기개와 위상을 제 옷인 양 표현했다. 스스로를 낮추는 듯하면서 일본의 제국주의를 조롱하는 시 ‘개새끼’나 조직의 이름을 조선의 불량 청년을 의미하는 ‘불령사’로 짓는 패기가 이제훈에 의해 고스란히 재현됐다.

그는 이상적이라고 생각될 만큼 너스레를 떨다가도 순식간에 표정을 바꾸며 긴장감을 유발한다. 적재적소에 위트를 더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제훈은 “과하게 감정을 소비하는 대신 박열이 왜 이런 행동을 했을지 정신과 신념을 생각했다”라며 연기적 고민을 털어놨다.

최희서를 위한

박열을 정면에 내세우고 있지만 극은 일본인임에도 불구하고 억압받는 조선의 모습에 연민을 느끼고 공감하며 일본 제국주의에 반항하는 후미코의 모습을 통해 의미를 더한다. 후미코를 연기한 최희서는 첫 주연작임이 무색한 완벽한 연기로 극의 몰입을 돕는다.

후미코는 박열이 쓴 ‘개새끼’를 본 후 그의 생각에 반했고 첫 만남에 동거를 제안하는 당돌한 여성이다. 스스로를 옥에 가뒀고, 투쟁 속에서도 박열과 자신의 신념을 믿으며 행동하는 아나키스트. 최희서는 후미코를 완벽하게 이해하기 위해 그의 자서전 및 평전을 읽었고, 후미코의 사상에 동화됐다. 어눌한 한국어 발음까지 완벽하게 구현하며 후미코를 스크린으로 옮겼다.

이준익 감독의 전작 ‘동주’를 통해 대중들에게 얼굴을 알리기 시작한 그는 사실 2009년 영화 ‘킹콩을 들다’로 스크린에 데뷔한 중고신인. 대중들에겐 다소 생소할 수 있지만, 최희서는 오랜 내공을 바탕으로 ‘박열’에서 이제훈 못지않은 존재감을 펼친다. 이준익 감독의 뮤즈로 떠오른 그가 충무로 차세대 배우로 자리매김할 날이 머지않았다.

영화 ‘박열’ 포스터 / 사진=메가박스 플러스엠
영화 ‘박열’ 포스터 / 사진=메가박스 플러스엠
현지민 기자 hhyun418@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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