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조현주 기자]
“만족을 못하겠어요. 갈증이 풀리지가 않아요. 연기를 하고 나면 뭔가 부족하고 이상하고 어색해요. 후회도 되고요. 계속해서 다양한 인물들을 연기하고 표현하고 싶어요. 그래도 남자 3대 로망인 대통령, 마에스트로, 장군은 해봤네요. 하하.”
김명민은 대중들이 신뢰를 보내는 배우 중 한명이다. 1996년 SBS 6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해 어느덧 데뷔 21년차가 된 김명민은 드라마와 ‘불멸의 이순신’, ‘하얀거탑’, ‘베토벤 바이러스’ 영화 ‘무방비 도시’, ‘내 사랑 내 곁에’, ‘조선명탐정’ 시리즈 등 TV 화면과 스크린에 자신의 존재감을 꽉 채웠다. 본인은 싫어하지만 ‘연기본좌’라는 수식어까지 얻었다.
김명민이 15일 개봉하는 영화 ‘하루’(감독 조선호, 제작 라인필름)로 돌아온다. ‘하루’는 매일 눈을 뜨면 딸이 사고를 당하기 2시간 전을 반복하는 남자 준영(김명민)이 어떻게 해도 바뀌지 않는 시간에 갇힌 또 다른 남자 민철(변요한)을 만나 그 하루에 얽힌 비밀을 추적해 나가는 미스터리 스릴러. 김명민은 딸의 죽음이 반복되는 남자 준영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하루’는 조선호 감독의 입봉작이다.
“전 저를 원하는 곳으로 가요. 감독님이 저를 간절히 원했고, 시나리오도 좋았죠. 도전해보고 싶었어요. 우리나라 작품 중에서 이렇게 깔끔하게 맞아떨어지는 타임루프는 없었던 것 같아요.”
김명민은 입봉 감독과의 호흡에도 전혀 거리낌이 없었다. 그들이 제2의 봉준호·최동훈·김지운이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는 것. 그는 “안주하기보다는 실험적인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그래야지 우리나라 영화가 다양해지고 풍부해진다. 관객들의 수준은 높아졌는데 접할 수 있는 장르는 한정됐다. 케이블이 실험정신을 가지고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지 않았나”라고 반문했다.
극 초반은 ‘김명민 쇼’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그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사랑하는 딸이 자신의 눈 앞에서 계속해서 죽는, 끔찍한 하루에 갇혔다. 김명민은 어떻게든 그 지옥에서 빠져나오려고 치열하게 발버둥 친다.
김명민은 “나만 주구장창 나오면 얼마나 식상하겠나. 분량은 부담이 됐다. 반복되는 상황을 계속 연기해야 돼서 (관객들이) 지루해 할까봐 우려가 됐다”면서 “시간이 지나다보니까 처음부터 혼자 내달리는 것보다 동료, 후배들과 같이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지금 ‘물괴’ 촬영도 그렇고 혼자 찍을 때가 많다. 허공에다가 칼질하고 화살과 창을 던지고 있다. 직업 자체가 외롭고 쓸쓸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변요한과는 SBS ‘육룡이 나르샤’ 때 한 차례 호흡을 맞춘 적 있다. 김명민은 “변요한은 제 나이 또래 연기자답지 않게 생각이 깊고 자세가 좋다. ‘이 놈 뭐지? 잘 되겠다 싶었다’는 생각을 했다. 마침 ‘하루’ 쪽에서 변요한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정보를 듣고 내가 잘 얘기해보겠다고 말했다. 변요한에게도 계속 같이 하자고 했다”고 이야기했다.
김명민은 촬영장에서 모니터링을 전혀 하지 않는 배우다. 누구보다 꼼꼼하고 철저하게 모니터링을 할 것 같았다고 의아해하는 취재진의 반응에 “보이는 이미지와 많이 다르다”고 미소 지었다.
“더 잘할 자신이 없어요. 모니터링을 계속 하면 욕심이 생겨요. 각도도 신경 쓰게 되고, 여러 가지 복합적인 감정이 생기면서 연기가 달라져요. 감독님이 굳이 와서 모니터링 좀 하라고 말을 하지 않으면 아예 보지 않아요. 감독님한테 무조건 맡기고 가요. 감독님은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잖아요. 배우는 자기 얼굴 밖에 보지 않고요. 당연히 어색할 수밖에 없죠. 욕심이 계속 생기면 과잉하게 되고 나중에는 봐줄 수가 없어요. 얼굴이 약간 이상하게 나올 수도 있죠. 전 비주얼로 가는 배우는 아니거든요.(웃음)”
‘하루’ 개봉을 앞둔 김명민은 최근 영화 ‘V.I.P’ 촬영을 모두 마쳤다. 현재 ‘물괴’ 촬영 중인 그는 8월경에는 ‘조선명탐정3’에 합류한다. ‘V.I.P’는 ‘하루’ 크랭크업 뒤 3일 뒤에 곧바로 촬영에 돌입했다. 쉬지 않고 달린다는 말에 “소처럼 일 해보려고 한다”고 언급했다.
“보통 영화를 찍기 전에 2~3개월 정도 준비 시간이 필요했어요. 끝난 뒤에는 다음 영화를 위해 휴식시간을 가졌죠. 그러면 1년에 많이 해봐야 두 작품 정도에요. 한 작품에 올인을 했는데, 선택했던 작품이 무기한 연기되면서 본의 아니게 1년 정도 공백이 생겼죠. 허무함이 오더라고요. 그 이후로 생각이 좀 바뀌었죠. 어떤 지인은 ‘영악하게 일하라’라고 조언했는데, 그 정도는 아니지만 제가 가지고 있떤 원리원칙적인 부분들이 유연해졌어요. 영화 스케줄에 맞춰서 가려는 걸로 바뀌었어요. 융통성이 생긴 거죠. 공백기 때 목마름을 많이 느꼈어요.”
루게릭병에 걸린 환자를 연기하기 위해 20kg을 감량했던 김명민의 일화는 유명하다. 자신에게 가혹할 정도로 채찍질을 가하는 그 인만큼 누구보다 철두철미할 것 같은 이미지였다. 그러나 김명민은 유쾌했다. 웃음이 끊이지 않는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먼저 조성했다. “‘연기본좌’는 날 불편하게 하는 수식어”라고 말하거나 “내 자신에게 기대를 갖지 않는다”고 누구보다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20년이 넘는 연예계 생활을 하면서 일희일비하기보다 스스로의 방법을 끊임없이 찾아오며 지금의 자리까지 왔다. 그리고 지금의 자리는 자신을 향한 평가보다는 연기활동 자체가 즐거웠기 때문에 가능했다.
“계속해서 다양한 인물 군상을 연기하고 싶어요. 대변인으로 산다는 건 굉장히 매력적인 일이죠. 쉽게 빠져나올 수가 없어요.”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
김명민은 대중들이 신뢰를 보내는 배우 중 한명이다. 1996년 SBS 6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해 어느덧 데뷔 21년차가 된 김명민은 드라마와 ‘불멸의 이순신’, ‘하얀거탑’, ‘베토벤 바이러스’ 영화 ‘무방비 도시’, ‘내 사랑 내 곁에’, ‘조선명탐정’ 시리즈 등 TV 화면과 스크린에 자신의 존재감을 꽉 채웠다. 본인은 싫어하지만 ‘연기본좌’라는 수식어까지 얻었다.
김명민이 15일 개봉하는 영화 ‘하루’(감독 조선호, 제작 라인필름)로 돌아온다. ‘하루’는 매일 눈을 뜨면 딸이 사고를 당하기 2시간 전을 반복하는 남자 준영(김명민)이 어떻게 해도 바뀌지 않는 시간에 갇힌 또 다른 남자 민철(변요한)을 만나 그 하루에 얽힌 비밀을 추적해 나가는 미스터리 스릴러. 김명민은 딸의 죽음이 반복되는 남자 준영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하루’는 조선호 감독의 입봉작이다.
“전 저를 원하는 곳으로 가요. 감독님이 저를 간절히 원했고, 시나리오도 좋았죠. 도전해보고 싶었어요. 우리나라 작품 중에서 이렇게 깔끔하게 맞아떨어지는 타임루프는 없었던 것 같아요.”
김명민은 입봉 감독과의 호흡에도 전혀 거리낌이 없었다. 그들이 제2의 봉준호·최동훈·김지운이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는 것. 그는 “안주하기보다는 실험적인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그래야지 우리나라 영화가 다양해지고 풍부해진다. 관객들의 수준은 높아졌는데 접할 수 있는 장르는 한정됐다. 케이블이 실험정신을 가지고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지 않았나”라고 반문했다.
김명민은 “나만 주구장창 나오면 얼마나 식상하겠나. 분량은 부담이 됐다. 반복되는 상황을 계속 연기해야 돼서 (관객들이) 지루해 할까봐 우려가 됐다”면서 “시간이 지나다보니까 처음부터 혼자 내달리는 것보다 동료, 후배들과 같이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지금 ‘물괴’ 촬영도 그렇고 혼자 찍을 때가 많다. 허공에다가 칼질하고 화살과 창을 던지고 있다. 직업 자체가 외롭고 쓸쓸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변요한과는 SBS ‘육룡이 나르샤’ 때 한 차례 호흡을 맞춘 적 있다. 김명민은 “변요한은 제 나이 또래 연기자답지 않게 생각이 깊고 자세가 좋다. ‘이 놈 뭐지? 잘 되겠다 싶었다’는 생각을 했다. 마침 ‘하루’ 쪽에서 변요한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정보를 듣고 내가 잘 얘기해보겠다고 말했다. 변요한에게도 계속 같이 하자고 했다”고 이야기했다.
김명민은 촬영장에서 모니터링을 전혀 하지 않는 배우다. 누구보다 꼼꼼하고 철저하게 모니터링을 할 것 같았다고 의아해하는 취재진의 반응에 “보이는 이미지와 많이 다르다”고 미소 지었다.
“더 잘할 자신이 없어요. 모니터링을 계속 하면 욕심이 생겨요. 각도도 신경 쓰게 되고, 여러 가지 복합적인 감정이 생기면서 연기가 달라져요. 감독님이 굳이 와서 모니터링 좀 하라고 말을 하지 않으면 아예 보지 않아요. 감독님한테 무조건 맡기고 가요. 감독님은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잖아요. 배우는 자기 얼굴 밖에 보지 않고요. 당연히 어색할 수밖에 없죠. 욕심이 계속 생기면 과잉하게 되고 나중에는 봐줄 수가 없어요. 얼굴이 약간 이상하게 나올 수도 있죠. 전 비주얼로 가는 배우는 아니거든요.(웃음)”
“보통 영화를 찍기 전에 2~3개월 정도 준비 시간이 필요했어요. 끝난 뒤에는 다음 영화를 위해 휴식시간을 가졌죠. 그러면 1년에 많이 해봐야 두 작품 정도에요. 한 작품에 올인을 했는데, 선택했던 작품이 무기한 연기되면서 본의 아니게 1년 정도 공백이 생겼죠. 허무함이 오더라고요. 그 이후로 생각이 좀 바뀌었죠. 어떤 지인은 ‘영악하게 일하라’라고 조언했는데, 그 정도는 아니지만 제가 가지고 있떤 원리원칙적인 부분들이 유연해졌어요. 영화 스케줄에 맞춰서 가려는 걸로 바뀌었어요. 융통성이 생긴 거죠. 공백기 때 목마름을 많이 느꼈어요.”
루게릭병에 걸린 환자를 연기하기 위해 20kg을 감량했던 김명민의 일화는 유명하다. 자신에게 가혹할 정도로 채찍질을 가하는 그 인만큼 누구보다 철두철미할 것 같은 이미지였다. 그러나 김명민은 유쾌했다. 웃음이 끊이지 않는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먼저 조성했다. “‘연기본좌’는 날 불편하게 하는 수식어”라고 말하거나 “내 자신에게 기대를 갖지 않는다”고 누구보다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20년이 넘는 연예계 생활을 하면서 일희일비하기보다 스스로의 방법을 끊임없이 찾아오며 지금의 자리까지 왔다. 그리고 지금의 자리는 자신을 향한 평가보다는 연기활동 자체가 즐거웠기 때문에 가능했다.
“계속해서 다양한 인물 군상을 연기하고 싶어요. 대변인으로 산다는 건 굉장히 매력적인 일이죠. 쉽게 빠져나올 수가 없어요.”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