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수경 기자]
‘브리트니 라이브 인 서울 2017’ / 사진제공=iME KOREA
‘브리트니 라이브 인 서울 2017’ / 사진제공=iME KOREA
진한 여운을 남긴 무대였지만, 무대 밖 진행에는 아쉬움이 남았다. 데뷔 18년 만의 첫 내한 공연이었던 팝스타 브리트니 스피어스 콘서트의 얘기다.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지난 1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BRITNEY LIVE IN SEOUL 2017(브리트니 라이브 인 서울 2017)’을 열고 처음 국내 팬들을 만났다.

이날 공연에서는 모든 곡이 절정이었다.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때로는 여전사처럼, 때로는 우아한 발레리나처럼 다양한 춤 선으로 무대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들었다.

퍼포먼스도 화려하고 창의적이었다. 다양한 소품들을 활용하고 춤의 대형을 바꾸며 지루함을 덜고자 한 노력이 엿보이는 퍼포먼스의 향연이 이어졌다. ‘Oops! I Did it Again’에서는 끈으로 묶였던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풀려 나오며 쾌감을 선사하더니, ‘Circus’에서는 서커스 단원처럼 꾸민 댄서들과 함께 진짜 서커스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신을 연출해냈다. ‘If You Seek Amy’에서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보여준 마리오네트 춤이라든지, ‘Slave 4 U’에서 보여준 봉댄스 또한 보는 내내 즐거움을 안겼다.

립싱크와 라이브의 논란을 제외한다면, 브리트니 스피어스 본인에게서도 ‘언프로페셔널한’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몸매는 훌륭했고 무대 의상인 보디 수트도 몇 번이나 갈아 입으며 다채로운 퍼포먼스를 완성하고자 했다. 블랙 보디 수트를 입은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캣우먼을 연상시켰다가도, ‘Slumber Party’에서는 흰색 실크 파자마를 걸치고 머리를 양갈래를 묶고 등장해 묘하게 할리퀸을 떠오르게 했다. 그렇게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콘서트 내내 관객들을 그의 팔색조 같은 매력 속으로 빠져들게 만들었다.

브리트니 스피어스 / 사진제공=iMe KOREA
브리트니 스피어스 / 사진제공=iMe KOREA
하지만 역시 브리트니 스피어스와 뗄레야 뗄 수 없는 건 채찍일 것이다. 채찍질 하는 브리트니 스피어스를 볼 수 있었던 ‘Freakshow’는 이날 공연의 백미였다.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Freakshow’를 시작하기 전 “서울팬 여러분 저랑 한 번 즐겨볼래요? 전 그러고 싶거든요(Seoul, Do you wanna play with me? Cause I wanna play with you too)”라는 멘트로 분위기를 돋군 후 본격적으로 채찍 퍼포먼스를 시작했다.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퍼포먼스에 합류한 남자 관객에게 “당신은 정말 사랑스러운 댄서에요(You’re such a lovely dancer)”라고 말하며 등에 사인을 해주는 이벤트를 펼치기도 했다. 이후 관객들에게 “모두 정말 훌륭합니다. 자, 다시 가볼까요!(Everyone is so wonderful. Here we go)”라고 외치며 달아오른 분위기를 이어나갔다.

관객들이 앵콜을 외친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순식간에 90분이 지나갔다는 아쉬움으로 외친 앵콜에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환한 미소로 무대에 다시 돌아왔다.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댄서들의 손을 잡고 돌출형 무대까지 뛰어나와 ‘World Ends’를 선보였고, 관객들은 다시 브리트니 스피어스와 함께 마지막 춤을 즐겼다.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정말 감사합니다(Thank you so much)”라는 멘트를 입키스와 함께 보내며 앵콜 무대를 마무리했다.

‘브리트니 라이브 인 서울 2017’ / 사진제공=iME KOREA
‘브리트니 라이브 인 서울 2017’ / 사진제공=iME KOREA
세계적인 팝스타의 첫 내한 콘서트인 만큼, 고척스카이돔에는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팬들이 몰려들었다. 소녀시대 티파니, 어반자카파, 노홍철 등의 국내 스타도 공연장을 찾았고, 외국인 팬 중에는 브리트니 스피어스를 코스프레 한 관객도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팬들의 기대에 공연 진행 상황은 따라오지 못했다.

문제는 공연 시작 전부터 발생했다. 보통 1만 7000여명의 관객을 수용하는 고척스카이돔에서 이날은 1만 2000명(주최측 추산)이 입장하며 비어있는 객석이 다수 보였다. 설상가상으로 초대권도 뿌려지며 공연 시작 시간인 오후 8시에도 초대권 좌석 배치에 생긴 혼선이 정리되지 않아 초대권을 받고 온 관객들은 뒤늦게 입장해야 했다. 또 초대권을 받고 온 관객과 유료 관객의 좌석이 겹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브리트니 라이브 인 서울 2017’의 VIP석은 16만5000원, VVIP석은 22만원이었다. 팝스타의 콘서트라는 점을 감안해도 적지 않은 가격이다. VIP와 VVIP로 온 관객들은 실망스러움을 나타낼 수 밖에 없어 아쉬움을 더했다.

그러나 이날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보여준 무대는 그 누구의 것도 아닌 ‘브리트니 스피어스’ 그 자체였다.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무대를 한번 휩쓸고 일어서면, 관객들은 그 전보다 더 큰 환호성으로 환호했다. 공연이 끝나고 나서도 외국인 관객들은 ‘Hit me baby one more time’을 부르며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남긴 여운을 달랬다. 아쉬움과 여운 사이에서,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첫 내한 콘서트는 마무리됐다.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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