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은진 기자]
정윤철 감독/사진제공=20세기폭스코리아
정윤철 감독/사진제공=20세기폭스코리아
감독에게 작품은 자식과도 같다. 짧게는 1-2년 길게는 10여 년 정도 한 작품을 위해 시간과 정성을 쏟는다. 공을 들이면 들일수록 작품에 대한 애정도 커진다. 2008년 ‘슈퍼맨이었던 사나이’ 이후 9년 만에 신작 ‘대립군’을 선보인 정윤철 감독도 인터뷰 내내 작품에 대한 애정을 쏟아냈다.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만난 ‘대립군’을 통해 다시 관객을 만나게 됐다”고 털어놓은 그에게 ‘대립군’은 단순한 작품이 아닌 그 이상의 끈끈한 무언가였다.

10. 완성된 영화를 본 소감은?
정윤철: 가편집 본을 여러 번 봤었는데 큰 스크린으로 보니까 편집실에서보다 확 살아나는 느낌이었다. 큰 화면에 극장 사운드까지 더해져서 작품이 더 풍부해진 것 같았다.

10. 주변의 반응은 어땠나?
정윤철: 우리 영화가 임진왜란을 소재로 했지만 스펙터클한 전쟁 영화는 아니다. 그런 걸 기대한 관객들이 실망하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있었는데 생각보다 감정적인 부분에 잘 공감해주시는 것 같아서 다행이다.

10. 첫 사극 도전이었다. 고생도 많았을 것 같은데?
정윤철: 첫 사극인 데다 수십 명의 등장인물이 동시에 나오는 작품도 처음이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어려웠다. 하지만 오히려 처음이었기 때문에 용감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사극 분장을 한 수십 명의 배우들을 끌고 산에 오르는 것도 정말 무모한 일이었지만 ‘저 사람이 처음이니까 저렇게 무식한가 보다’하고 용서해줬던 것 같다. (웃음)

정윤철 감독/사진제공=20세기폭스코리아
정윤철 감독/사진제공=20세기폭스코리아
10. 초기 시나리오에는 대립군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됐다고 들었다. 나중에 광해의 성장기에 초점을 맞춘 이유는?
정윤철: 초기 시나리오에서는 광해의 비중이 작었다. 대립군을 중심으로 대립군 가족들의 이야기도 좀 더 자세하게 들어있었다. 그러다가 광해와 대립군의 관계에 대해 집중하게 됐다. 자신감이 없던 광해가 대립군을 만나 용기를 얻고 성장해나가는 스토리를 보여주고 싶었다.

10. 대립군이라는 소재도 이전까지 사극 작품에서는 잘 다뤄지지 않았다.
정윤철: 나도 초고 작가가 쓴 시나리오를 보고 대립군의 존재에 대해 처음 알게 됐다. 정규군에게 차별 받고, 계약이 끝나면 실업자가 되는 대립군의 모습을 보면서 요즘 시대 비정규직이 떠올랐다. 그래서 대립군 이야기를 다루면 관객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아 소재로 선택하게 됐다.

10. 광해에 여진구, 대립군의 수장 토우에 이정재를 캐스팅하게 된 계기가 있나?
정윤철: 먼저 여진구 배우는 당시 광해의 나이와 비슷했고, 연기력에 있어서는 그 나잇대 독보적인 존재기 때문에 가장 먼저 떠올랐다. 그리고 토우 역에는 좀 더 거칠고 하층민의 느낌이 나는 배우를 원했었는데 이정재 배우에게 제안했을 때 흔쾌히 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직접 만나봤는데 날 것의 느낌이 있었고, 본인도 그런 느낌을 보여주고 싶어 했다. 토우 역을 통해서 연기의 폭을 확장하고 싶어하는 욕심이 있었던 것 같다.

10. 두 배우는 물론이고, 곡수 역의 김무열의 연기 또한 인상적이었다.
정윤철: 처음에는 곡수 역할의 비중이 크지 않았다. 역할 자체가 주연도 아니고 조연도 아닌 애매한 위치에 있어서 캐스팅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다 김무열이라는 배우가 눈에 들어왔다. 사실 젠틀하고 바른 청년 이미지가 강한데 연극에서 거칠고 마초적인 형사를 연기하는 걸 보고 캐스팅을 결심했다. 이번에 ‘김무열의 대변신’이라는 평을 들을 정도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는데 영화에도 큰 기여를 했다.

정윤철 감독/사진제공=20세기폭스코리아
정윤철 감독/사진제공=20세기폭스코리아
10. 작품에 출연하는 배우들이 연기적으로 칭찬을 받으면 연출자의 입장에서 뿌듯한 마음이 클 것 같다.
정윤철: 감독 입장에서는 작품에 출연하는 배우들이 칭찬을 받으면 굉장히 행복하다. 특히 ‘대립군’ 같은 경우에는 대단한 시각적 효과보다는 배우의 연기력이 굉장히 중요한 작품이다. 나중에는 거의 탈진 상태까지 갔지만, 배우들이 끝까지 잘 따라와 줘서 고맙다.

10. 앞서 말했듯, 바람직한 리더 상이나 비정규직 문제 등 사회적인 이슈를 작품에 녹아낸 특별한 이유가 있나?
정윤철: 사실 겉으로 보여지는 정치적인 메시지보다는 광해를 통해 진정한 리더는 백성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존재라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고, 대립군들을 통해 진짜 자아를 되찾는 것의 중요함을 말하고 싶었다.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나조차도 내가 누구인지 잊어버리고 사는 경우가 많은데, 자아를 회복하고 스스로 자기 인생의 주인이 되자는 메시지를 담으려고 했다.

10. ‘대립군’은 어떤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나?
정윤철: ‘대립군’을 찍을 당시에만 해도 마지막 작품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9년 만에 내놓은 작품이고 굉장히 힘들었던 시기에 준비했던 작품이다. 나를 영화 현장으로 다시 돌아오게 해줬고, 관객과도 다시 만나게 해준 고마운 작품이라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이은진 기자 dms3573@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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