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조현주 기자]
이문식 / 사진=리틀빅픽쳐스 제공
이문식 / 사진=리틀빅픽쳐스 제공
‘이문식이 출연한다’라고 하면 기대하는 요소가 있다. 바로 코미디다. 이문식은 다수의 작품을 통해 능청스럽고 개구쟁이 같은 매력으로 대중들에게 웃음을 안겼다. 그러나 그에게는 연기 변신에 대한 목마름이 늘 있었다. 아무리 물을 많이 마셔도 채워지지 않은 갈증처럼 말이다. 15일 개봉하는 영화 ‘중독노래방’(감독 김상진, 제작 영화사 아람)은 새로운 이문식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문식은 영화 ‘미쓰GO’ 이후 6년 만에 주연으로 스크린에 컴백했다.

‘중독노래방’은 한적한 지하 노래방에 비밀을 간직한 사람들이 모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미스터리판타지 영화다. 이문식은 저수지 가는 외딴 길에 위치한 중독노래방의 주인이자 야동 중독자 성욱 역을 맡았다. 기묘하고 미스터리한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기상천외한 일들을 겪게 되는 성욱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이전과는 또 다른 모습으로 관객들을 찾아간다.

8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문식은 “이런 자리가 6년 만이다”면서 특유의 사람 좋은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는 “100억짜리 영화를 하면 좋았을 텐데 주연을 맡았던 대여섯 개 작품이 흥행 면에서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다. 여러 가지 요인이 있었겠지만 메인으로 나선 작품이 잘 안 돼서 부담이 컸다. 휴지기가 있었다”며 “또 ‘일지매’ ‘선덕여왕’ ‘자이언트’ ‘기황후’ 등 TV에 계속 출연하면서 ‘영화 생각이 없나’라고 생각하셨는지 제의가 많지는 않았다. 그런데 늘 영화를 하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중독노래방’의 성욱은 기존의 제 이미지와 상반된 역할이라서 도전하고 싶었어요. 저예산 영화라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지만 제 나름대로 새로운 캐릭터에 도전할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중독노래방’은 이문식이 JTBC ‘유나의 거리’(2014)를 촬영할 때 병행했던 작품이었다. 당시에는 매니저도 없이 혼자 운전하면서 연천과 광주를 오갔다. 그는 “연천에서 광주까지 졸릴까봐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운전했다. 한 번은 너무 졸려서 휴게소에서 5분 정도 자려고 했는데 3시간을 잔 적도 있다. 과속 때문에 벌금도 많이 물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문식 / 사진=리틀빅픽쳐스 제공
이문식 / 사진=리틀빅픽쳐스 제공
성욱을 연기 할 때는 애드리브마저도 조심스러웠다. “계산되지 않은 애드리브는 손해다”고 말한 그는 “사실 코미디 연기를 하면 분위기도 발랄하고 재밌지만 이런 연기는 답답하다. 성욱은 우울하고 죽음을 생각하고 있는 인물이라 축축 쳐져있고 템포도 느리다. 내가 원래 가진 습성과 달라 제대로 가고 있는 건지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내 “도전은 배우의 존재 가치가 아닐까한다”고 덧붙였다.

1995년 영화 ‘돈을 갖고 튀어라’로 데뷔한 이문식은 지난 20여 년간 다수의 영화와 드라마에서 활약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기에 대한 열정은 식지 않았다. 연기는 “자기와의 게임”이라며 “집착해서라도 캐릭터를 잡아내려고 노력한다. 어려운 촬영이 있는 날이 있었는데, 그걸 생각하다가 아내가 건네주는데 아이를 떨어뜨린 적이 있었다”며 “다행히 매트릭스 위였지만 그만큼 안절부절못하고 정신이 없다. 굉장히 예민해진다”고 밝혔다.

“제가 한(恨)이 많아요. 중학교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가 삯바느질해서 삼남매를 대학에 보냈거든요. 자퇴도 하고 학생운동도 하고, 우여곡절이 많았어요. 남들이 겪지 않아도 될 일들을 겪으면서 한이 쌓였죠. 배우를 잘 한 거죠.(웃음) 늘 표출하고 싶어요. 연기는 그 탈출구가 돼요. 제 속에는 뛰쳐나가고 싶은 악(惡)도 있거든요. 연기를 할 때는 그걸 끄집어낼 수 있죠. 삶이 왜곡되고 비틀어진 사람일수록 배우로서 자양분이 많다고 하더라고요. 그걸 잘 표출하면 기가 막힌 게 나오는 거죠.”

이문식은 영화 ‘유주얼 서스펙트’의 악당 케빈 스페이시 같은 악당 역이 탐난다고 고백했다. 자신처럼 오히려 선한 이미지의 얼굴이 사기를 치거나 연쇄살인범을 연기하면 관객들에게 더 와 닿았을 수 있다는 것. 그렇지만 이문식은 “쉽지는 않다는 걸 잘 안다. 제작사 입장에서는 모험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구타유발자들’ 같은 경우는 지금 생각해도 옳은 선택이었다. 차분하고 서늘한 느낌을 늘 그려보고 싶다”며 “‘중독노래방’은 여러모로 나의 갈증을 채워줬다. 이문식이 나오기 때문에 코미디로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독특한 장르고 해외 영화제에서 평도 좋았다. 그렇게 봐주시면 괜찮을 것 같다”고 당부했다.

이문식은 현재 차기작인 영화 ‘게이트’(감독 신재호) 촬영에 한창이다. 작품에 대해 “블랙코미디다. 코미디와 (묵직한)사건이 양분화됐다. 재미있는 일들이 많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더했다.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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