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은진 기자]
이정재/사진제공=20세기폭스코리아
이정재/사진제공=20세기폭스코리아
최근 영화 ‘대립군’을 처음 선보이는 자리에서 데뷔 25년 차 배우 이정재는 누구보다 긴장된 모습을 보였다. 당시를 회상하며 “너무 긴장해 손발이 떨렸다”고 털어놓은 그는 데뷔작 공개를 앞둔 신인처럼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영화 ‘대립군’(감독 정윤철)은 1592년 임진왜란, 명나라로 피란한 임금 선조를 대신해 임시조정 ‘분조(分朝)’를 이끌게 된 세자 ‘광해’와 생존을 위해 남의 군역을 대신 치르던 ‘대립군’이 참혹한 전쟁에 맞서 운명을 함께 나눈 이야기를 그린 작품.

이정재는 극 중 생계를 위해 남의 군역을 대신 치르던 대립군의 수장 토우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그는 조선 시대 최하층민에 해당하는 대립군 역을 소화하기 위해 말투부터 하나씩 고쳐가며 치열하게 준비했다.

“토우는 제가 지금까지 했던 캐릭터 중 가장 계급이 낮은 캐릭터에요. 임진왜란 당시 나를 포함해 내 동료들과 반드시 살아서 돌아가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진 인물이죠. 동료들을 통솔하기 위해 거칠게 몰아붙이는 상황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면에는 두려움을 가진 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사극 톤에 대한 고민도 많이 했어요. ‘관상’의 수양대군 때와는 다른 느낌을 주려고 했죠.”

이정재/사진제공=20세기폭스코리아
이정재/사진제공=20세기폭스코리아
이정재가 말했듯 토우는 겉으로는 거칠고 강해 보이지만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는 인물이기도 하다. 극 중 토우는 “절벽 앞에 선 사람”. “두려워도 견뎌내야 한다” 등의 대사를 통해 자신이 가진 두려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실제로 작품에 임할 때는 절벽 앞에 선 심정이에요. 관객들이 좋아해 주실까 걱정이 되기도 하고, 한 캐릭터를 소화하기 위해서는 체면도 부끄러움도 없이 아낌없이 다 쏟아붓는데 ‘더 잘 할 수만 있다면 그 무엇이라도 하겠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임하죠. 아마 절벽 앞에 선 사람이 이런 마음가짐이 아닐까요? 그래서인지 ‘두려워도 견뎌야 한다’는 대사가 특히 마음에 와닿았어요. 연기자로서 욕심도 있고, 계속해서 새로운 걸 보여드리려면 두려워도 견뎌야 하니까요.”

극 중 이정재는 여진구와 호흡을 맞췄다. 여진구가 맡은 세자 광해는 대립군과 함께 역경을 헤쳐나가며 진정한 리더로 성장하는 인물. 이정재가 맡은 대립군의 수장 토우는 세자가 진정한 리더로 성장하는 데 큰 영향을 끼치는 조력자 역할을 한다. 두 사람은 영화 속에서도 밖에서도 남다른 케미를 자랑했다.

“진구는 전혀 어린 친구가 아니에요. 후배라기보다는 친한 동료의 느낌이 컸고, 저보다 더 아저씨 같아요. (웃음) 촬영 쉬는 날에도 서울에 안 올라가고 매니저와 맛집 탐방을 하더라고요. 그리고 연기적인 호흡은 아주 좋았어요. 진구가 연기 경험도 많고 이해력도 높은 친구라 서로 의사소통도 원활했고, 즐겁게 촬영했죠.”

이은진 기자 dms3573@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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