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차태현이 30일 오후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 아모리스홀에서 열린 KBS 드라마 ‘최고의 한방’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연출자로선 ‘조금만 더 찍자’, 배우로선 ‘그만 좀 찍자’…혼돈이 있어요.”
배우 차태현이 연출자로 활약한다.
30일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타임스퀘어 아모리스홀에서 진행된 KBS2 예능드라마 ‘최고의 한방’(극본 이영철 이미림, 연출 유호진 라준모) 제작발표회에선 차태현을 향한 취재 열기가 뜨거웠다. 그가 극에 출연하는 것은 물론, 라준모라는 예명의 연출자로 활동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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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한방’은 죽은 줄 알았던 과거의 톱스타가 살아 돌아오면서 펼쳐지는 예능드라마로 사랑하고 이야기하고 먹고 사는 것을 치열하게 고민하는 이 시대 20대들의 청춘 소란극이다. 2015년 예능드라마 ‘프로듀사’로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던 몬스터 유니온의 서수민 PD와 초록뱀 미디어가 다시 한 번 의기투합해 만드는 작품이라 아성을 이어갈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지는 상황.
무엇보다 ‘1박2일’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유호진 PD가 메가폰을 잡고 배우 차태현이 ‘프로듀사’에서 극중 이름이었던 라준모를 예명으로 공동연출에 참여했다. 차태현은 “처음 연출자 제안을 받고 허무맹랑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제안을 같이 듣던 아내 역시 ‘무모한 도전’이라고 말했다”라며 입을 열었다. 그는 “하지만 유호진 PD가 날 간절하게 필요해하는 걸 느꼈다. 드라마 연출이 처음인 그가 배우들과 호흡하는 부분에 있어 어려움을 겪었던 거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둘이 한 팀으로 움직이고 있다. 난 기술적인 부분에서 서툴고 유호진 PD는 배우들과의 호흡과 연기 디렉팅 부분에 서툴러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있다”고 현장을 설명했다. 차태현은 “말은 이렇게 하지만, 사실 더 많이 피곤한 사람이 집에 가서 자는 상황”이라고 덧붙여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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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차태현은 보통 연출자들에게 기본적으로 주어지는 배우 캐스팅 관련 질문을 받기도 했다. 차태현은 당황하며 웃다가 “나도 중간에 투입된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나 전에 윤시윤, 김민재, 그리고 믿기 힘들겠지만 홍경민이 캐스팅된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평소 절친으로 알려진 홍경민에 대해서는 다시 한 번 언급하며 “혹시 내가 힘을 써 홍경민을 캐스팅했다고 오해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런 건 절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홍경민의 출연 소식을 듣고 ‘최고의 한방’이 어떤 작품인지 알았다. 이건 예능이구나”라고 너스레를 떨어 현장을 폭소케 하기도 했다.
시종일관 유쾌하게 답변했지만 차태현은 남모를 고민이 많았다. 그는 “나와 예능 PD인 유호진 PD가 연출자로 나섰다.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주변에서 우습게 본다거나 의아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 우리 때문에 주변 스태프들과 배우들이 피해가 갈까봐 걱정했다. 그만큼 최선을 다해 촬영 중이다”라며 의지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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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준모’라는 예명 역시 깊은 고민의 결과였다. 차태현은 “모니터 앞에서 배우들에게 사인을 주는 나 스스로도 어색하고, 그런 나를 보는 스태프들도 어색해할 거라고 생각했다. 예명을 사용하면 조금은 나를 편하게 대해주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차태현은 “완주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잘리지만 않으면…”이라며 겸손하게 말했지만, 그와 함께 촬영 중인 배우들은 애정을 드러냈다. 김민재는 “차태현 선배는 내가 표현하기 어려워하는 부분을 직접 연기해주고 보여주며 아이디어를 준다”며 감사함을 전했고 이세영은 “이렇게 잘생긴 PD님을 본 적이 없다. 헤드폰을 끼고 있는 모습도 화보 같다”며 팬심을 드러냈다.
1995년 데뷔 이후 약 22년을 배우로서 달려온 차태현이 ‘연출자’라는 새로운 도전을 한다. 그의 진심이 시청자들에게 통할 수 있을까. ‘최고의 한방’은 오는 6월 2일 오후 11시 첫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