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은진 기자]
배우 고아성이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위치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이승현 기자 lsh87@
배우 고아성이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위치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이승현 기자 lsh87@
전형적인 미인은 아니지만 눈길이 가는 매력적인 외모를 가졌다. 괴물에 납치당하는 여중생, 기차에서 태어난 소녀, 10대 미혼모 등 평범하지 않은 캐릭터들을 연기해왔다. 최근 종영한 MBC ‘자체발광 오피스’에서 취준생 은호원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던 고아성의 이야기다. 어찌 보면 한없이 평범하고 주위에 한 명씩 있을법한 흙수저 캐릭터 은호원은 고아성을 만나 특별해졌다. 그렇다, 그녀의 필모그래피만 봐도 알 수 있듯 고아성은 범상치 않은 배우다.

10. 드라마 종영 소감은?
고아성: 하루에 20시간도 넘게 스태프, 동료 배우들과 촬영을 했었는데 끝나고 나니까 너무 보고 싶다. 촬영 후반부에는 정말 바빠서 종영이라는 걸 실감하지 못했는데 지금은 팽팽해졌던 끈이 탁 풀린 느낌이다. 다시 일상에 던져져서 드라마에 대한 되새김질을 많이 하게 된다.

10. 처음 은호원이라는 캐릭터를 접했을 때는 어떤 느낌이 들었나?
고아성: 배우로서 이렇게 다채로운 인물을 연기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보통 한 인물에 이렇게 많은 감정이 들어있는 경우는 잘 없는데 연기자로서 은호원 캐릭터를 만난 건 정말 소중한 경험이었다. 10년 후에 또 이런 역할이 하고 싶어질 것 같다. 매번 촬영장에 갈 때마다 내 모든 걸 쏟아붓는다는 심정으로 임했다.

10. 은호원은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고, 할 말은 다 하는 사이다 캐릭터다. 실제 성격과는 얼마나 닮았나?
고아성: 내 실제 모습과 은호원은 많이 비슷하지는 않다. 나는 불만이 있어도 참는 편이고, 은호원처럼 ‘부당합니다’라고 말해 본 적은 없다. 나는 화가 나면 일단 혼자 생각을 많이 한다. 혼자 생각을 하면서 어떻게 논리적으로 말할까 고민하는데 그러다 보면 그 상황이 지나가더라. (웃음)

배우 고아성/사진=이승현 기자 lsh87@
배우 고아성/사진=이승현 기자 lsh87@
10. 은호원의 사이다 발언에 공감도 많이 했을 것 같다.
고아성: 언젠가부터 대본을 보는데 내가 느꼈던 감정 그대로 은호원이 말하고 있다는 걸 느꼈다. 사실 촬영을 하면서 작가님과 소통할 기회는 거의 없는데 무언의 호흡이 맞았던 것 같다. ‘나였으면 이렇게 말했을 텐데’라고 생각했던 대사들이 대본에 그대로 적혀있었다.

10. 현장에서 배우들이 자유롭게 애드리브를 선보였다던데, 본인도 애드리브로 연기한 적이 있나?
고아성: 감독님이 워낙 호방하신 분이라 배우들이 어떤 걸 해도 다 받아주셨다. 모든 의견을 다 들어주셨다. 그래서 결국 애드리브가 난무하는 현장이 됐다. (웃음) 감독님께서는 항상 ‘하고 싶은대로 마음대로 해, 알아서 편집해줄게’라고 말하셔서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 나도 평소에는 애드리브를 많이 하는 배우가 아닌데 분위기에 휩쓸려서 나도 모르게 장난기가 발동하곤 했다.

10. 연기했던 캐릭터가 밝아서 그런지 사람 자체도 밝아진듯한 느낌이다.
고아성: 평소에 작품을 하면 그 캐릭터에 푹 빠지는 메소드 연기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한 명이다. 그런데 완전히 부정할 수는 없는 것 같다. 요즘 들어 밝아졌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데 그럴 때마다 어쩔 수 없이 작품이나 캐릭터에 영향을 받는 게 있구나 하는 걸 느낀다.

10. 전작 ‘풍문으로 들었소’에서도 그렇고 이번 작품에서도 거의 단벌 숙녀로 나왔다. 여배우로서 예쁜 옷도 입고 싶었을 것 같은데?
고아성: 평소에는 패션에도 관심이 많고, 옷을 예쁘게 입는 걸 좋아한다. 그런데 신경 써서 입는 건 영화제나 화보 때 마음껏 할 수 있다. 작품 할 때는 그 역할에 충실해서 의상을 입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 아쉬움이 남지는 않는다.

배우 고아성/사진=이승현 기자 lsh87@
배우 고아성/사진=이승현 기자 lsh87@
10. 워낙 일찍 데뷔해서 벌써 20년 차 연기자가 됐다. 만약 배우를 하지 않았더라면 어떤 일을 했을 것 같나?
고아성: 너무 어렸을 때부터 배우 일을 해서 ‘배우를 안 했으면 어떤 일을 했을까?’ 생각해 본 적은 없다. 그런데 ‘지금 그만두면 어떤 일을 할까?’는 수도 없이 생각한다. 아마도 사람을 연구하고 탐구하는 직업을 가질 것 같다. 나에게 가장 큰 관심사이고, 제일 재미있는 일이다. 사람에게 영감을 많이 받는다.

10. 아역에서 성인 배우로 넘어오는 과도기를 잘 넘긴 케이스 중 하나다. 특별한 비결이 있었나?
고아성: 과도기를 잘 넘겼다는 평가를 받는다면 비결은 ‘별로 신경 안 쓰는 것’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성장은 자연스러운 일인데 만약 전략적으로 갔더라면 오히려 역효과가 났을 것 같다. 그냥 ‘렛잇고(let it go)’, 자연스럽게 그 시기를 흘려보냈다.

10. 최근 가지고 있는 고민거리가 있나?
고아성: 살면서 언젠가 한 번은 정말 멋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멋있는 일이란, 아마도 영화가 될 것 같은데 내 마음에 100% 드는 멋진 일을 남기고 싶다. 사실 최근 밴드 혁오의 앨범을 보고 많은 자극을 받았다. ‘내가 배우로서 이 앨범에 상응하는 작품을 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배우라는 직업 자체가 스스로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게 아니라 감독, 작가의 작품을 구현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스스로 이야기를 만드는 뮤지션들에 대한 부러움이 있다. 혁오 이번 앨범은 진짜 최고인 것 같다.

10. 앞으로 특별히 해보고 싶은 캐릭터나 장르가 있나?
고아성: 딱히 정해두진 않았는데 언젠가는 실존 인물을 연기해보고 싶다. 실존 인물을 연기했던 배우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또 다른 느낌이 든다고 하더라. 물론 힘든 부분도 있겠지만 재미있는 작업이 될 것 같다.

이은진 기자 dms3573@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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