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손예지 기자]
예술인과 예능인 사이에서, ‘솔비’의 길을 개척하고 있다. 그 새로운 걸음, 솔비의 EP ‘하이퍼리즘:레드(Hyperism:Red)’이 18일 발매됐다.
올해 데뷔 10주년을 맞은 가수 솔비가 음악과 미술을 접목시킨 ‘하이퍼리즘:레드’로 돌아왔다. 이를 소개하기 위해 서울시 종로구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쇼케이스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수많은 취재진과 더불어 솔비의 소속사 M.A.P 크루 이정권 대표, 뮤직비디오를 연출한 심형준 감독, 최민영 편집감독, 작곡팀 KAVE 등이 함께했다. 또 솔비의 새 도전을 응원하고자 그의 지인들도 모였다. 이 가운데 그룹 S.E.S 바다도 있어 눈길을 끌었다.
쇼케이스 현장은 독특하게 꾸며졌다. 넓은 공간 한가운데 정사각형의 백지가 펼쳐있었다. 사회자가 쇼케이스 시작을 알리자 곧 솔비와 네 명의 댄서가 나타났다. 솔비는 백지 정 가운데 쪼그리고 앉았다. 이번 신보의 타이틀이자 테마인 ‘레드(RED)’ 퍼포먼스는 그렇게 시작됐다.
음악이 시작되자 흰 얼굴에 검은칠 분장을 한 네 명의 댄서들이 무대를 활보했다. 그들이 움직일 때마다 백지 위로 검은 페인트가 물들었다. 댄서들은 점차 솔비에게 다가가 그의 몸을 과격히 흔들거나 내쳤다. 솔비는 쓰러질 때마다 다시 일어나 앉았다. 솔비는 원래 색을 잃고 검게 물든 바닥 위를 구르기도 했다. 솔비가 입은 흰색 옷도 까매졌다.
몽환적인 음악과 솔비의 움직임이 어우러져 기묘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퍼포먼스 말미, 솔비가 다시 가운데 자리했다. 이번엔 댄서들이 그에게 다가가 빨간색 페인트를 들이부었다. 솔비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말그대로 엉망이 됐다. 음악은 곧 끝났다. 솔비가 일어나 이번엔 흰색 페인트를 쏟고 롤러를 사용해 더러워진 바닥 위로 덧발랐다.
퍼포먼스는 그렇게 끝이 났다. 장내에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솔비가 몸을 씻고 의상을 재정비할 동안 타이틀곡 ‘프린세스 메이커’ 뮤직비디오가 재생됐다. ‘프린세스 메이커’는 KAVE가 작곡하고 솔비가 가사를 붙였다. 러프한 록 사운드에 세련된 일렉트로 댄스 요소가 가미된 퓨전 스타일의 곡이다. 발랄하면서도 거침없는 솔비의 매력이 잘 녹아들었다.
잠시 후 나타난 솔비는 ‘프린세스 메이커’와 수록곡 ‘마마(mama)’를 라이브로 선사했다. 역시 각 곡마다 독특한 퍼포먼스를 곁들였다.
무대가 모두 끝난 뒤 솔비는 취재진과 이야기를 나눴다. 앞서 선보인 퍼포먼스에 대한 설명을 우선 했다. 그는 “‘하이퍼리즘:레드’는 ‘하이퍼리즘’ 시리즈의 첫 번째 이야기로 제가 느끼는 현대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고 운을 뗐다. 그는 “댄서들이 저를 과격히 다루는 부분은 그간 제가 받은 상처를 나타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는 모습을 담았다. 마지막에 제가 흰색 페인트를 덧칠하는 것은 그렇게 받은 상처 자국은 지울 수 없고 그렇게 덮어진다는 것을 표현했다”고 소개했다.
첫 인상은 다소 난해했으나 솔비의 설명을 들으니 모든 퍼즐이 맞물리는 듯 했다. 솔비는 10년 전 혼성그룹 타이푼의 보컬로 데뷔했다. 이후 수많은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 엉뚱한 매력으로 사랑받았다. 동시에 당돌한 이미지 때문인지 안티 팬들의 공격을 받기도 했다. 한동안 가수로 공백기를 지낸 그는 미술에 발을 들였고, 2015년 아트테이너로 재기에 나섰다. 음악과 미술을 결합한 새로운 예술 작품으로 대중을 만났다. 그러나 여전히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톡톡 튀는 매력으로 웃음을 선사했다.
솔비는 “예능에서의 모습과 예술 활동을 하는 제 모습, 저뿐만 아니라 대중분들 모두 혼란스러울 것이라 생각한다”며 “저는 우리가 같이 살아가는 친구라고 생각한다. 끊임없이 도전하고 그 도전 속에서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 고민하고 공부하고, 끊임없이 노력하고 싶다”는 소신을 드러냈다.
‘하이퍼리즘’ 시리즈가 그 결정체다. 솔비는 정보와 콘텐츠의 홍수로 인해 현대인들의 욕망과 높아진 기대치들이 해소되지 못할 경우 반대로 오는 상대적 박탈감, 상실감 등의 부작용이라는 시대적 현상을 ‘하이퍼리즘’이라 정의했다. 부정적인 요소를 음악으로 해소하고자 하는 마음을 담은 것이 이번 시리즈다.
타이틀곡 ‘프린세스 메이커’의 가사는 공주처럼 예쁘게 가꿔지며 살아가는 삶을 강요, 조종당하는 현실에서 벗어나겠다는 의미심장한 내용을 담았다. 솔비는 “K팝스타를 꿈꾸는 어린 친구들이 대단한 한편, 방송에서의 모습 때문에 제 자신을 잃었던 과거가 생각나기도 한다. 그들에게 ‘스타’의 진짜 개념을 알려주고, 자신을 잃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해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현장에서 솔비의 퍼포먼스를 전부 지켜본 바다도 선배가수로서 엄지를 추켜세웠다. 그는 솔비를 “희대의 아티스트”라 평하며 “솔비가 단순히 예능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대단한 아티스트라는 걸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솔비는 대중음악을 하는 여성 가수로서 사회에 대해 고민을 함께 하고 무대에서 표현할 줄 아는 아티스트”라고 극찬했다. 이에 솔비는 “사실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이 외로울 때가 많다. 저는 미술계에도 음악계에도 못 끼는 외톨이 같은 느낌이었다. 그런데 제가 좋아했고 좋아하는 선배 가수 바다 언니가 응원해주시니 힘이 나고 용기가 생긴다”고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바다의 말대로 솔비의 행보는 독보적이고 뜻깊다. 그의 음악과 퍼포먼스를 단번에 이해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으나, 이는 솔비에게 문제되지 않는다.
“대중이 저를 이해하지 못하실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웃음) 누군가를 이해시켜야 한다고 생각하면 시도하기가 어렵거든요. 지금 좀 낯설게 보이실 수도 있고 저 역시 어려울 때가 있지만, 꿋꿋하게 필모그래피를 쌓다 보면 어느새 저만의 색깔을 가진 가수가 되지 않을까요?”
손예지 기자 yejie@tenasia.co.kr
올해 데뷔 10주년을 맞은 가수 솔비가 음악과 미술을 접목시킨 ‘하이퍼리즘:레드’로 돌아왔다. 이를 소개하기 위해 서울시 종로구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쇼케이스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수많은 취재진과 더불어 솔비의 소속사 M.A.P 크루 이정권 대표, 뮤직비디오를 연출한 심형준 감독, 최민영 편집감독, 작곡팀 KAVE 등이 함께했다. 또 솔비의 새 도전을 응원하고자 그의 지인들도 모였다. 이 가운데 그룹 S.E.S 바다도 있어 눈길을 끌었다.
쇼케이스 현장은 독특하게 꾸며졌다. 넓은 공간 한가운데 정사각형의 백지가 펼쳐있었다. 사회자가 쇼케이스 시작을 알리자 곧 솔비와 네 명의 댄서가 나타났다. 솔비는 백지 정 가운데 쪼그리고 앉았다. 이번 신보의 타이틀이자 테마인 ‘레드(RED)’ 퍼포먼스는 그렇게 시작됐다.
음악이 시작되자 흰 얼굴에 검은칠 분장을 한 네 명의 댄서들이 무대를 활보했다. 그들이 움직일 때마다 백지 위로 검은 페인트가 물들었다. 댄서들은 점차 솔비에게 다가가 그의 몸을 과격히 흔들거나 내쳤다. 솔비는 쓰러질 때마다 다시 일어나 앉았다. 솔비는 원래 색을 잃고 검게 물든 바닥 위를 구르기도 했다. 솔비가 입은 흰색 옷도 까매졌다.
몽환적인 음악과 솔비의 움직임이 어우러져 기묘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퍼포먼스 말미, 솔비가 다시 가운데 자리했다. 이번엔 댄서들이 그에게 다가가 빨간색 페인트를 들이부었다. 솔비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말그대로 엉망이 됐다. 음악은 곧 끝났다. 솔비가 일어나 이번엔 흰색 페인트를 쏟고 롤러를 사용해 더러워진 바닥 위로 덧발랐다.
퍼포먼스는 그렇게 끝이 났다. 장내에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솔비가 몸을 씻고 의상을 재정비할 동안 타이틀곡 ‘프린세스 메이커’ 뮤직비디오가 재생됐다. ‘프린세스 메이커’는 KAVE가 작곡하고 솔비가 가사를 붙였다. 러프한 록 사운드에 세련된 일렉트로 댄스 요소가 가미된 퓨전 스타일의 곡이다. 발랄하면서도 거침없는 솔비의 매력이 잘 녹아들었다.
무대가 모두 끝난 뒤 솔비는 취재진과 이야기를 나눴다. 앞서 선보인 퍼포먼스에 대한 설명을 우선 했다. 그는 “‘하이퍼리즘:레드’는 ‘하이퍼리즘’ 시리즈의 첫 번째 이야기로 제가 느끼는 현대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고 운을 뗐다. 그는 “댄서들이 저를 과격히 다루는 부분은 그간 제가 받은 상처를 나타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는 모습을 담았다. 마지막에 제가 흰색 페인트를 덧칠하는 것은 그렇게 받은 상처 자국은 지울 수 없고 그렇게 덮어진다는 것을 표현했다”고 소개했다.
첫 인상은 다소 난해했으나 솔비의 설명을 들으니 모든 퍼즐이 맞물리는 듯 했다. 솔비는 10년 전 혼성그룹 타이푼의 보컬로 데뷔했다. 이후 수많은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 엉뚱한 매력으로 사랑받았다. 동시에 당돌한 이미지 때문인지 안티 팬들의 공격을 받기도 했다. 한동안 가수로 공백기를 지낸 그는 미술에 발을 들였고, 2015년 아트테이너로 재기에 나섰다. 음악과 미술을 결합한 새로운 예술 작품으로 대중을 만났다. 그러나 여전히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톡톡 튀는 매력으로 웃음을 선사했다.
솔비는 “예능에서의 모습과 예술 활동을 하는 제 모습, 저뿐만 아니라 대중분들 모두 혼란스러울 것이라 생각한다”며 “저는 우리가 같이 살아가는 친구라고 생각한다. 끊임없이 도전하고 그 도전 속에서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 고민하고 공부하고, 끊임없이 노력하고 싶다”는 소신을 드러냈다.
‘하이퍼리즘’ 시리즈가 그 결정체다. 솔비는 정보와 콘텐츠의 홍수로 인해 현대인들의 욕망과 높아진 기대치들이 해소되지 못할 경우 반대로 오는 상대적 박탈감, 상실감 등의 부작용이라는 시대적 현상을 ‘하이퍼리즘’이라 정의했다. 부정적인 요소를 음악으로 해소하고자 하는 마음을 담은 것이 이번 시리즈다.
타이틀곡 ‘프린세스 메이커’의 가사는 공주처럼 예쁘게 가꿔지며 살아가는 삶을 강요, 조종당하는 현실에서 벗어나겠다는 의미심장한 내용을 담았다. 솔비는 “K팝스타를 꿈꾸는 어린 친구들이 대단한 한편, 방송에서의 모습 때문에 제 자신을 잃었던 과거가 생각나기도 한다. 그들에게 ‘스타’의 진짜 개념을 알려주고, 자신을 잃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해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바다의 말대로 솔비의 행보는 독보적이고 뜻깊다. 그의 음악과 퍼포먼스를 단번에 이해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으나, 이는 솔비에게 문제되지 않는다.
“대중이 저를 이해하지 못하실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웃음) 누군가를 이해시켜야 한다고 생각하면 시도하기가 어렵거든요. 지금 좀 낯설게 보이실 수도 있고 저 역시 어려울 때가 있지만, 꿋꿋하게 필모그래피를 쌓다 보면 어느새 저만의 색깔을 가진 가수가 되지 않을까요?”
손예지 기자 yejie@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