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조현주 기자]
‘석조저택 살인사건’ 고수 / 사진=씨네그루 키다리이엔티 제공
‘석조저택 살인사건’ 고수 / 사진=씨네그루 키다리이엔티 제공
고수는 ‘고비드’라고 불린다. 고수와 조각상 다비드의 합성어로 그의 조각 같은 외모를 칭송하는 애칭이다. 그렇지만 고수는 그런 평가와는 별개로 늘 도전해왔다. 자신의 외모보다는 캐릭터가, 작품이 돋보이길 원했다. 영화 ‘석조저택 살인사건’(감독 정식 김휘)에서도 마찬가지다. 고수는 자신의 ‘잘생김’을 내려놓고 ‘망가짐’을 불사한 연기를 펼쳤다. 그런 와중에도 그의 빛나는 비주얼을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극 안에서 변화가 있는 인물들을 연기하긴 했었어요. 그런데 이렇게까지 간극이 있는 인물은 처음이에요. 관객들이 어떻게 볼지 궁금하네요.”

‘석조저택 살인사건’은 해방 후 경성, 유일한 증거는 잘려나간 손가락뿐인 의문의 살인사건에 경성 최고의 재력가 남도진(김주혁)과 과거를 모두 지운 정체불명의 운전수 최승만(고수)이 얽히며 벌어지는 서스펜스 스릴러다.

고수는 마술사와 운전사, 1인 2역 연기를 해냈다. 외적인 변화는 물론 심적인 동요가 큰 인물이다. 최승만의 허름한 모습을 위해 헤어라인을 M자로 밀어버리고, 눈썹을 덧붙였다. 얼굴 흉터와 은빛의 가짜 치아 등 고수의 변신이 돋보인다.

“도전할 수 있는 캐릭터라서 자극을 받았어요. 사실 인상의 변화 정도만 생각했는데, 촬영을 하면서 여러 가지 아이디어가 덧붙여졌죠. 변장에 맞게 목소리에도 변화를 줘야 했어요. 감독님과 상의도 많이 하고, 사람의 소리가 어떻게 나오는지도 공부해서 가래 끓는 목소리를 내게 됐죠.”

영화는 1995년 미국에서 발표된 스릴러 고전 빌 S. 밸린저의 대표작 ‘이와 손톱’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일부로 원작을 안 봤다”던 고수는 “현장에서 ‘원작은 이런데’라면서 자꾸만 제시를 할 것 같았다. 감독님도 굳이 안 봐도 된다고 해서 시나리오에 충실하려고 했다”면서 “기존에 내가 봤던 시나리오와 구조적으로 달랐다. 다른 영화들과도 차별점이 있었다. 그 부분을 잘 살리면 재미있는 영화가 될 수 있겠다 싶었다”고 자신했다.

고수는 처음에 남도진 역을 탐내기도 했다. 그렇지만 “감독님이 안 된다고 하더라. 최승만은 변화가 많은 인물이니까 매력 있게 표현해보고 싶었다”고 미소 지었다.

‘석조저택 살인사건’ 고수 / 사진=씨네그루 키다리이엔티 제공
‘석조저택 살인사건’ 고수 / 사진=씨네그루 키다리이엔티 제공
고수는 인터뷰 내내 조심스러워했다. 자신의 말 한마디가 잘못하면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다는 주연 배우로서의 책임감과 걱정이었다. 그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얘기를 해야 될지 모르겠다”면서 “‘석조저택 살인사건’은 모호하다. 캐릭터들도 비밀이 많다. 연기를 할 때도 최승만은 정확하게 어떨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여지를 열어뒀다”고 설명했다.

“영화를 보고 토론할 것들이 많을 거예요. 저 역시도 탄탄하고 잘 짜인 서스펜스에 매력을 느꼈거든요. 그런 작품을 갈망하는 관객들에게는 좋은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합니다.”

고수는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흥행에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전작인 ‘루시드 드림’은 자각몽이라는 색다른 소재를 다뤘다. ‘초능력자’ 역시 한국에서는 쉽게 다루지 않았던 SF 장르였다.

“작품을 선택할 때 굳이 장르를 생각하지는 않아요. 내용이나 캐릭터를 보고 접근하는 편이거든요. 장르는 그 후의 문제에요. 그런데 나중에 생각해 보면 너무 겁 없이 달려든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이상하게 장르물을 많이 한 거 같기도 하네요. 그런데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하잖아요.(웃음)”

그러면서 고수는 “뭐가됐든 배우는 작품을 많이 해야 된다”고 소신을 드러냈다.

“어느 순간 작품을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배우가 어느 한두 작품으로 색깔이 만들어지는 건 아닌 거 같아요. 여러 작품을 통해 필모그래피가 쌓이는 게 중요해요.”

지난 23일에는 이병헌·김윤석·박해일 등과 함께 출연했던 영화 ‘남한산성’ 촬영을 모두 끝마쳤다. 긴 머리카락을 자른 고수는 “재미있게 촬영했다. 머리카락을 잘라서 시원해 죽겠다”며 쓰고 있던 모자를 벗고 보여주며 환하게 웃었다.

“여행을 안 간지 꽤 돼서 가보고 싶다”는 그의 말과 다르게 “영화, 드라마 전체적으로 검토 중이다. 어떤 작품이 될지 모르겠지만 계속 읽어보고 있다”고 차기작에 욕심을 드러냈다.

“새로운 아이템이 많이 나와야 되는데, 대작 위주로 쏠림 현상이 있는 거 같아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해요. 신인 작가들도 많이 나왔으면 좋겠는데, 예전보다 그러지 못한 것 같아서 아쉽죠.”

‘석조저택 살인사건’ 고수 / 사진=씨네그루 키다리이엔티 제공
‘석조저택 살인사건’ 고수 / 사진=씨네그루 키다리이엔티 제공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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