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조현주 기자]
‘석조저택 살인사건’ 포스터 / 사진=씨네그루 키다리이엔티 제공
‘석조저택 살인사건’ 포스터 / 사진=씨네그루 키다리이엔티 제공
끝까지 긴장감 넘친다. 스릴러 고전을 원작으로 하는 만큼 탄탄한 내용 위에 서스펜스가 안정감 있게 깔려졌다. 추리할 맛이 제대로 난다. 여기에 배우들의 호연과 고전적이면서도 클래식한 연출까지, 잘 짜인 추리 스릴러가 찾아왔다. 영화 ‘석조저택 살인사건’(감독 정식 김휘)이다.

‘석조저택 살인사건’은 서스펜스 소설의 거장으로 불리는 빌 S. 밸린저의 대표작 ‘이와 손톱’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영화는 배경을 한국 해방기로 옮겼고, 약혼녀의 죽음을 파헤치는 남자와 그에 대한 미스터리한 사건으로 각색했다.

1940년대 해방 후 경성, 거대한 석조저택에서 총성이 울렸다. 최초 신고자의 전화를 받고 경찰이 출동했다. 경성 최고의 재력가 남도진(김주혁)은 운전수 최승만(고수)를 살해한 혐의로 체포됐다. 하지만 현장에 남은 건 사체를 태운 흔적과 핏자국 그리고 잘려나간 손가락뿐이다. 검사 송태석(박성웅)은 살인을 주장하고, 변호사 윤영환(문성근)은 시체가 없다며 무죄라고 맞선다. 석조저택 살인사건을 두고 치열한 법정공방이 오간다.

‘석조저택 살인사건’ 스틸컷 / 사진=씨네그루 키다리이엔티 제공
‘석조저택 살인사건’ 스틸컷 / 사진=씨네그루 키다리이엔티 제공
영화는 의문의 살인사건에 숨겨진 속임수와 호기심으로 긴장감과 몰입도를 높인다. 악연으로 얽힌 최승만과 남도전을 둘러싼 이야기와 함께 송태석과 윤영환이 법정에서 대립하는 장면이 교차 편집시키며 서스펜스의 묘미를 자극한다. 차근차근 미스터리를 쌓아올리면서 곳곳에 추리할 여지를 남겨놓는다. 마지막 퍼즐 한 조각이 완성됐을 때 짜릿함이 느껴진다.

‘석조저택 살인사건’은 불 같이 타오르는 영화는 아니다. 고요하고, 긴장감 속에서 사건을 전진시켜나간다. 그 속에서 절묘한 미스터리와 독특한 내러티브로 관객들의 시선을 잡아끈다.

1940년 경성의 모습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해방기의 화려함과 모던함이 느껴지는 남도진의 클럽은 밝고 화사한 느낌이다. 남도진이 편승해야 하는 세력들의 문화를 위해 미국식 건축을 반영했다. 살인사건이 일어나는 석조저택는 남도진의 알 수 없는 분위기를 표현하기 위해 거대하고 고급스러운 소품들로 꾸며놓았다. 모노톤에 어두운 색깔로 음울한 느낌을 강조했다. 수트, 중절모 등 그 시대의 패션 역시 엿볼 수 있다.

영화는 망망대해를 표류했으나 선장이 바뀌고, 다시 방향키를 잡았다. 우여곡절 끝에 개봉을 확정한 것. 정식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나 제작사와 투자배급사 간 갈등으로 정식 감독은 하차하고 김휘 감독이 새롭게 투입돼 보충 촬영과 후반작업을 마무리했다. 엔딩 크레디트에는 두 감독의 이름이 함께 올라갔다.

5월 9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09분.

‘석조저택 살인사건’ 스틸컷 / 사진=씨네그루 키다리이엔티 제공
‘석조저택 살인사건’ 스틸컷 / 사진=씨네그루 키다리이엔티 제공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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