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수경 기자]
싱어송라이터 윤기타 / 사진제공=모던보이엔터테인먼트
싱어송라이터 윤기타 / 사진제공=모던보이엔터테인먼트


“1년 동안 베토벤만 쳤어요. 이렇게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할 거라곤 생각도 못했죠.”

싱글 앨범 ‘숨’으로 데뷔해 어느덧 싱어송라이터로 6년째 살아오고 있는 윤기타는 원래 클래식 작곡 전공이다. 고등학교 3학년 때 불현듯 작곡을 하며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피아노 한 곡의 연주만으로 대학 입학 당락이 결정된다는 말에 1년 동안 베토벤 곡만 연습했다. 그러나 브로콜리 너마저, 언니네 이발관, 디어클라우드 등 인디 뮤지션의 음악을 즐겨 듣던 소녀는 우여곡절 끝에 들어간 대학에서 지금의 ‘숨의 숲’ 멤버인 류음을 만났고, ‘윤기타’로서의 삶도 그때부터 시작됐다고 전했다.

그런 윤기타가 최근 싱글 ‘서점에 갔다가’를 발매했다. ‘서점에 갔다가’에서 윤기타는 노래하는 시인처럼 잔잔하게 과거의 페이지에 머물러있는 어떤 사람에 대해 회상한다.

“누군가를 그리워한 시간이 있었어요. ‘시간이 한참 지나고 나서야 내가 그를 좋아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던 사람이죠. 지금보다 순수했던 시절, 좋아하는 음악과 책, 영화 얘기를 하며 친해졌던 사람이에요. 그런 주제만으로 친해질 수 있었던 제 풋풋한 감정과 소소한 행복이 담겨있는 그 시절로 돌아가보고 싶어서 곡을 만들게 됐어요.”

그것이 사랑이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은 것처럼, ‘첫 눈에 반한다’거나 ‘이별 후의 슬픔’처럼 확실한 것들 이면의 감정들은 정의내리기도 두 배로 어렵다. 윤기타는 이렇게 미묘한 감정들을 아름답게 반짝이는 음악으로 만들어내는 것을 잘했다. 그런 그가 요즘 빠져있는 주제는 ‘관계’다.

“나이가 서른 줄에 접어든 지금, 일을 같이 하지 않으면 친했던 사람들과도 잘 안 만나게 되고 제가 먼저 연락을 하지 않으면 관계가 단절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또 제 자신이 관계 후에 공허해지지 않으려면 어느 정도의 진심을 타인에게 보여줘야 하는지, ‘적당히’라는 것의 무게는 어느 정도인지 고민이 되기도 하고요. ‘서점에 갔다가’ 다음은 관계들에 대한 곡들을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싱어송라이터 윤기타 / 사진제공=모던보이엔터테인먼트
싱어송라이터 윤기타 / 사진제공=모던보이엔터테인먼트


그간 주로 잔잔한 노래들을 발매해왔던 윤기타에게 앞으로는 좀 더 유쾌한 분위기의 음악을 기대할 수 있을지도 물었더니, 반가운 대답이 돌아왔다.

“제 컴퓨터 하드에 많습니다.(웃음) 하지만 제 음악적 색깔이 좀 더 잡히면 내고 싶은 마음이라 아직 꺼내놓지 않고 있어요. 밝은 느낌의 곡 작곡을 많이 시도하고 있는데, 제가 부르지 않는다면 좀 더 자유로워질 것 같아 다른 보컬리스트의 목소리로 들려드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인디 뮤지션들도 지상파를 비롯한 여러 케이블 방송 프로그램에 자주 출연하는 시대다. 혹시 나가보고 싶은 TV나 라디오 프로그램이 없는지 물으니 윤기타는 “카메라에 비친 제 모습이 어색할 것 같다”고 수줍어 하면서도 2년 전 MBC FM4U ‘푸른 밤 종현입니다’에 출연했던 때를 또렷하게 기억했다.

“‘푸른밤 종현입니다’에 게스트로 출연했었던 거였는데, 트위터에서 ‘샤이니 노래봇’ 등의 계정이 제 노래를 꾸준히 언급해주더라고요. 너무 좋았어요. 그 즈음 방탄소년단 정국 씨가 ‘#데일리 뮤직 #숨의 숲’이라는 해시태그로 제가 작사하고 불렀던 ‘낙엽을 닮은’이란 노래를 추천해주셨어요. 전 인디 뮤지션이라 노래를 발매해도 아무도 몰라야 하는데, 사람들이 제 노래를 알아주니까 정말 신기했어요.(웃음)

싱어송라이터이지만 보컬리스트가 꼭 자기여야만 한다는 제한을 두지 않는다는 그는 미니 앨범 ‘내가 사랑한 순간들’(2013)의 타이틀곡 ‘내 눈에 별도 없고 내 안에 별도 진 밤’의 보컬을 아이유에게 부탁하고 싶어 곡을 보내고 싶었던 적도 있다고 밝혔다.

“아이유의 두 번째 미니 앨범 ‘IU…Im’(2009) 수록곡 ‘기차를 타고’를 듣고 굉장히 좋은 보컬리스트라고 생각했어요. ‘마쉬멜로우’처럼 발랄한 노래를 부르면서도 발라드를 청아하게 부를 수 있구나 하고 감탄했었죠. 지금은 너무 큰 꿈이겠죠.(웃음) 싱어송라이터 강아솔 씨도 음색이 참 청아하고, 심규선 씨도 성숙한 매력이 있어 언젠가는 꼭 제 곡을 불러주셨으면 하는 바램이 있어요.”

싱어송라이터 윤기타 / 사진제공=모던보이엔터테인먼트
싱어송라이터 윤기타 / 사진제공=모던보이엔터테인먼트


윤기타는 듀오 ‘숨의 숲’의 멤버로도 활동 중이다. 그는 오는 가을, ‘숨의 숲’ EP 앨범을 발매하고 공연도 열며 음악 활동을 좀 더 활발하게 펼치는 것이 올해 목표라고 전했다.

“음악을 좀 더 자주 들려드리고, 제가 음악 작업 중에서도 제일 좋아하는 작사에 계속 집중하려고 해요. 제 큰 꿈은 제가 작사를 한 노래로 다른 뮤지션들과 협업을 하는 거에요. 제가 작사하면서 상상했던 곡의 분위기와 딱 어울리는 보컬리스트가 노래를 부르고, 또 그 곡중에 언젠가 음원사이트 인디 장르 부문 차트 1위까지 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습니다.(웃음)”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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