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조현주 기자]
‘특별시민’ 스틸컷 / 사진=쇼박스 제공
‘특별시민’ 스틸컷 / 사진=쇼박스 제공
유례없는 국정농단과 대통령 탄핵. 그리고 5월에 치러지는 조기대선까지. 현재 대한민국 정치는 혼란 속에서 질서를 찾아가기 위해 노력 중이다. 똑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선거에 대해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지금, 영화 ‘특별시민’(감독 박인제, 제작 팔렉트픽쳐스)은 기막힌 타이밍에 관객들을 맞을 준비를 끝냈다.

‘특별시민’은 권력을 얻는 적법한 수단이자 입문 과정인 선거 그 자체에 집중하는 작품이다. 선거에 입후보한 사람들이 당선을 위하여 벌이는 경쟁을 선거전(選擧戰)이라고 한다. 이들의 싸움은 총 없는 전쟁이다. 한 표라도 가져오기 위해 서로를 물어뜯고, 흑색선전이 난무한다. 극 중 변종구(최민식) 캠프의 선거대책본부장 심혁수(곽도원)가 박경(심은경)에게 하는 말은 영화를 관통한다. “선거는 똥 속에서 진주 꺼내는 거야. 손에 똥 안 묻히고 진주 꺼낼 수 있겠어?”

‘특별시민’은 현 서울시장 변종구가 차기 대권을 노리고 최초로 3선 서울시장에 도전하는 치열한 선거전을 그린다. 변종구는 서울을 사랑하는, 발로 뛰는 서울시장이지만 어느 정치인보다도 최고 권력을 지향하고 이미지 관리에 철저한 정치 9단이다. 그는 선거 공작의 일인자인 선거대책본부장 심혁수를 파트너로 삼고, 패기 넘치는 젊은 광고 전문가 박경까지 새롭게 영입했다. 하지만 상대 후보들의 치열한 공세와 예기치 못했던 사건들까지 일어나며 선거전은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지지율 2위의 양진주(라미란) 후보는 하버드대학교 출신의 엘리트 아들인 스티브(이기홍)를 선거 유세에 활용하며 변종구를 압박한다. 지지율이 그의 턱 밑까지 쫓아온다. 여기에 특종을 노리는 언론까지 변종구를 조준한다. 그야말로 산 넘어 산이다.

‘특별시민’ 스틸컷 / 사진=쇼박스 제공
‘특별시민’ 스틸컷 / 사진=쇼박스 제공
‘특별시민’은 정공법을 선보인다. 리얼리즘을 추구한다. 정말 선거전에 있을 법한 일들을 보여준다. 재밌는 건 변종구나 양진주의 선거 공약은 영화에서 다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들은 승리하기 위해 달리는 경주마로 밖에 안 보인다. 어떤 후보에게도 마음이 가지 않는다. 이에 대해 최민식은 “결론은 아주 단순하다. ‘투표를 잘하자’는 거다”고 말했다. 그간 영화에서 선거는 주로 범죄오락액션 장르적 수단으로 사용됐다. ‘특별시민’의 차별점은 여기에 있다. 지겹다고 외면하지 말고 똑바로 현실을 바라보고 올바른 선택을 내리자고 말한다.

단, 이야기의 얼개는 아쉽다. 선거전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열식으로 전개된다. 때문에 큰 울림을 줄 수 있는 마지막 장면에서 그 메시지가 크게 와닿지가 않는다. 충분히 터질 수 있지만 폭발력이 약하다. 최근 펼쳐지고 있는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현실 정치’와 비교해서도 뭔가 더 나아간 지점 역시 안 보인다. 인물 관계나 선거전에서 펼쳐지는 양상 역시 예측할 수 있는 수순이다. 이러한 아쉬움은 최민식이 덮어준다. “연기와 이미 물아일체가 됐다”는 심은경의 말처럼 최민식은 변종구 그 자체다. 자신의 몸 색깔을 변화시키는 카멜레온처럼 최민식은 상황에 따라 성격을 달리하는 변종구에 다채로운 색을 입혔다. 최민식은 연기로 대중들을 홀리는 몇 안 되는 배우다. 그의 연기 보는 맛이 쏠쏠하다.

오는 26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30분.

‘특별시민’ 스틸컷 / 사진=쇼박스 제공
‘특별시민’ 스틸컷 / 사진=쇼박스 제공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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