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조현주 기자]
‘역적’
‘역적’
MBC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극본 황진영, 연출 김진만 진창규, 이하 역적)의 홍길동 사단이 치명적이고도 톡톡 튀는 매력으로 시청자를 사로잡고 있다.

폭군을 향한 민초의 반란을 담으며 통쾌함을 선사하는 ‘역적’에는 주연 못지않은 매력적인 조연들이 잔뜩이다. 그중 단연 돋보이는 것은 길동(윤균상)의 형제이자 조력자인 홍길동 사단.

지긋한 나이에도 여전히 펄펄 나는 소부리(박준규)와 아모개(김상중), 길동 부자의 도움으로 하는 일 없이 승승장구한 엄자치(김병옥), 차진 이북 사투리로 웃음을 책임지는 용개(이준혁), 속세에 있는 사람보다 셈이 빠른 타짜 땡중 일청(허정도), 얼굴이 곧 무기인 끗쇠(이호철)에 양반가에 양자로 들어갔다가 파양된 이력을 오히려 자랑처럼 내세우며 곧 죽어도 양반인 체하는 백정 세걸(김도윤), 반듯한 외모와 다르게 허당인 업산(이명훈)까지, 각자의 기구절창한 사연만큼이나 강력한 개성으로 각기 다른 매력을 뿜어내며 작품의 숨통을 트게 하고 있다.

걸쭉한 사투리와 차진 애드리브, 왁자지껄한 활약으로 작품의 웃음을 담당하는 것은 물론, 적절한 타이밍에는 짙은 감동으로 눈물을 뽑아내며 드라마의 중추 역할로 자리 잡았다.

웃음과 감동만이 홍길동 사단의 매력이 아니다. “왕족을 치겠다”는 지도자의 맹랑함을 의심하고, 왕족에게 당할 화를 두려워하며 사단을 빠져나갔다 후회하고 돌아온 용개와 세걸, “길동이 죽지 않으면 네 목을 베겠다”는 폭군의 말에 길동이 죽길 잠시나마 바란 자신의 가벼운 마음을 원망하며 제 뺨을 두들겨 치는 엄자치까지 문득문득 고개를 내미는 두려움에 지배당하고, 당하는 게 익숙해 승리를 의심하는 홍길동 사단의 모습은 곧 우리의 모습이기에 더욱 정감이 간다. 인기에 힘입어 용인대장금파크에 등신대가 설치돼, 관광객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 모든 성과는 팀워크에서 나온다. 홍길동 사단의 중심을 잡는 소부리의 리더십으로 촬영 때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모여 대본연습을 하는데, 이때 나온 애드리브는 드라마의 보는 맛을 살릴 뿐만 아니라 현장 분위기도 띄운다.

길동의 복수를 하기 위해 궁 안에 들어간 가령, 채수빈은 홍길동 사단이 그리워 어서 궁 밖에 나가고 싶어 하고, 궁 안에서 길동을 돕는 길현, 심희섭 역시 홍길동 사단의 단단한 팀워크에 얼른 녹아들고 싶어 할 정도라고.

서로 상대를 흉내 내고, 성대묘사하면서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작업하는 이들은 ‘역적 외전’을 만들어 서로 역할을 바꿔 연기하면 어떻겠냐고 아이디어를 낼 정도로 서로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한편, 홍길동 사단은 길동과 함께 폭정을 휘두르는 폭군을 응징하기 위해 궁 안에 침입, 앞으로의 활약을 더욱 기대하게 한다. 민초를 짓밟은 기득권을 향해 이들이 날릴 시원한 주먹과 독한 방귀는 매주 월, 화요일 밤 10시 ‘역적’에서 떠들썩하고 통쾌하게 펼쳐진다.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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