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최낙타가 서울 중구 청파로 한경텐아시아 루이비스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아침에 일어나니 비가 내린다. 습하지 않고 오히려 보송보송한 기분에 이불을 끌어안으니, 문득 그대였으면…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탄생한 곡이 ‘으으’다. 그리고 왠지 귀여운 느낌의 어감이 좋아 메모해둔 ‘숨바꼭질’과 좀처럼 나오지 않아 애를 먹다, 환기라도 시킬 겸 한 게임에서 불현듯 스쳐 지나간 ‘그랩 미(Grab Me)’까지. 싱어송라이터 최낙타의 음악은 그렇게 탄생했다. 어느 하나 사연이 없는 노래가 없고, 늘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찾아 나선다. 오늘보다 내일, 또 그보다 훗날이 기대되는 아티스트, 바로 최낙타다.
10. 2013년에 데뷔했으니 4년 만에 첫 정규 음반이다. 최낙타 : 지난해 초부터 정규 음반을 낼 계획을 세웠는데, 좋은 곡이 나오지 않아서 미뤄졌다. 계획으로는 매달 한 곡씩 발표해서 연말에 그 곡을 모아 정규 음반으로 내는 것이었는데, 미뤄지다 보니까 지난해 못 냈고,올해 초 새로운 계획을 세웠다. 더 이상 늦어지면 안 된다는 생각에.(웃음)
10. 타이틀곡은 ‘그랩 미(Grab Me)’를 앞세웠다. 처음인 만큼 곡 구성에도 신경을 많이 썼을 것 같은데. 최낙타 : 파트 1과 파트 2로 나뉜다. 총 트랙 수는 11트랙이고, 여섯 곡과 다섯 곡을 각각 1과 2로 나눴다. 먼저 파트 원인 ‘조각, 하나’에는 여섯 곡을 실었다. 정규가 처음이기도 했고 모두의 의견을 모으는 방법적인 부분에서 애를 먹었다. 타이틀곡은 가장 늦게 나온 곡이다.
10. 좋은 곡을 내고 싶다는 마음에 늦어졌을까. 최낙타 : 그런 것도 있지만, 날짜를 정해놓고 곡을 쓰는 게 처음이었다. 곡을 써서 들려드리고, 또 다시 쓰는 것이 반복되니까 개인적으론 힘이 빠지더라. 에너지가 없으니 자존감도 낮아지고. 타이틀곡은 마감 날짜를 거의 일주일 남기고 나왔다.
10. 늘 참신한 곡을 내놓은 덕분에 싱어송라이터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 정규 음반을 내야겠다고 생각한 계기는 무엇인가. 물론 뮤지션에게 남다른 상징이 있다는 건 알지만. 최낙타 : 아티스트에게 정규 음반은 의미가 있는 것이니까, 활동은 짧지만 자연스럽게 욕심이 생겼다. 그간 많은 곡들을 써왔지만 그걸 매번 발표할 기회가 주어지는 건 아니다. 그 곡들을 팬들에게 들려드리고 싶었는데, 지금이 그 시기인 것 같다고 생각했다.
10. 처음으로 날짜에 맞춰서 곡을 만들 때, 살짝 후회하진 않았나.(웃음) 최낙타 : 스트레스를 받은 것 같긴 하다. 처음이라 ‘이게 힘든 일이구나’란 생각도 들었는데, 아마 날짜를 정해놓지 않았으면 정규를 내지 못할 성격이란 걸 잘 알기 때문에 회사에서 날짜를 정하자고 했을 때 다른 의견을 내지 않고 받아들였다. 스트레스를 받더라도, 하자고 각오를 다졌다.
10. 소중한 곡들을 채우면서 꼭 놓치고 싶지 않았던 부분이 있다면? 최낙타 : 스스로에게 되묻는 시간이 많았다. 이게 최선인가, 더 좋은 것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하면서 말이다. 고민하고 또 고민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정답이 나올 수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가장 마지막 작업을 하기 전까지, 발매일이 정해지기 전까지, 최종 결과물이 마지막 작업이 되기 전까지는 그런 되물음을 계속 했다. 좋은 게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마무리 작업을 하고 다시 들어보니까 ‘이 정도면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더라. 부정적인 내게 꽤 긍정적인 표현이고,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왔다.
10. 가장 애를 먹은 타이틀곡은 어떻게 탄생했나. 최낙타 : 곡을 쓸 때 아이디어나 가사의 소재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멜로디는 물론 기본 편곡까지도 다 돼 있었는데, 가사에서 애를 먹었다. 많은 곡을 타이틀로 냈는데 탈락하다 보니까, 또 이렇게 짧은 시간에 많은 곡을 쓴 적도 없고.(웃음) 아이디어가 고갈됐다. 근 한 달 동안 친구들을 만나서 나누는 이야기, 사물이나 단어에 병적으로 집착했다. 집중해서 작업을 세 달 정도 했는데, 그 좋아하는 게임도 안 했다. 그러다가 분우기 환기를 위해서 게임을 하는데, 캐릭터 기술 중에 ‘그랩’이 있는 거다. 앞으로 팔을 길게 늘여서 상대를 제압하는 건데, 보자마자 ‘괜찮은데?’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랩’이란 소재를 얻었다.
데뷔 후 첫 정규 음반을 발표한 최낙타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10. 알고 있었던 사실을 또 깨닫는 순간이었겠다. 최낙타 : 노래는 가장 편안한 순간에, 곡은 붙잡고 있는다고 나오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았고, 또 한편으론 기간 안에 다 써야 한다는 압박에 대한 것도 알았다.
10. 비로소 음악을 업으로 삼았다는 사실이 실감났을 것 같은데.(웃음) 최낙타 : 음악을 시작할 때 마음가짐은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것, 자신 있고 만족스러운 음악을 하자는 것이었다. 지금도 그건 변함이 없다. 다만 이번에 느낀 점은 마냥 그렇게만 생각하기엔 음악은 힘든 일이고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이다. 팬들과 회사, 또 나아가 나와의 약속인 것이고 혼자 하고픈 대로 할 문제는 아니란 걸 이번에 피부로 느꼈다.
10. 타이틀곡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받은 고충과 압박이 지금도 느껴진다. 최낙타 : 완성된 다른 곡들도 있었고, 트랙리스트 후보군을 꽤 모아놓은 상태였다. 회사 측과 논의를 했는데, 타이틀 넘버 결정이 안됐다. 결국 한, 두 달 더 써보자는 결론이 난 거다. 자존심이 상한 것도 있었고 어쨌든 의견이 다를 수밖에 없으니까. 당시엔 ‘이렇게 곡이 많은데?’라는 생각을 했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만족스러운 새로운 결과물이 나온 것 같다.
10. 이번에도 연애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소재는 사랑이라는 큰 틀로 정해두는 건가. 최낙타 : 100% 연애에 관한 이야기를 쓰는데, 왜 그런지 모르겠다.(웃음) 다른 주제로 써보려고도 했는데, 예를 들어 자아성찰에 관한 노래를 생각해도 마음에 드는 가사가 나오지 않는다. 잘할 수 있는 걸 해야지란 단순한 생각을 갖고 있어서, 마음에 안 드는데도 써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 연애에 관한 생각은 평소에도 늘 하고 있는 것 같다. 지금 할 수 있는 걸 하려는 것이지, 연애로 범위를 정해놓은 건 아니다.
10. 다른 이야기를 하는 최낙타도 궁금하긴 하다. 최낙타 : 언젠가는 최낙타의 음악을 탈피해야 한다고, 틀을 깨야한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면서도 이걸 의도해서, 계산하고 하는 게 맞나라는 생각도 동시에 든다. 결론은 늘 하고 싶은 음악을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거다.
10. 신선한 소재를 얻기 위해 하는 특별한 일도 있나. 최낙타 : 일반적인 연애, 사랑에 관한 곡들은 아름답고 보다 극적으로 포장돼 있다. 그 자체로도 훌륭하고 공감을 얻긴 하지만 나는 일상에서 나오는 걸 담아내려고 한다. 그래서 더 신선하고 독특하다고 해주는 것 같다. ‘너에게 삐졌어’라고 남자가 그러면 지질해 보이지 않나. 그걸 좀 더 귀엽게, 앙탈 부리듯 ‘찔러볼게’라고 해서 나온 곡이 ‘쿡쿡’이다. 연애의 감정을 곡에 담지만 포장된 감정은 느껴본 적이 없다. 사실은 일반적이지만 그래서 특이하다는 생각이 드는 게 아닐까.
10. 경험으로 채우기엔 한계가 있을 거다, 분명. 최낙타 : 내 경험은 이미 바닥이 난 상태다. 정말 쥐어 짜내야 하는데(웃음) 가끔 드는 감정을 끄집어 내기도 하고 영화, 드라마의 한 장면에서 영감을 얻기도 한다. 극적인 로맨스 장면이 아니라, 두 사람이 같이 밥을 먹는 그런 일상적인 상황이 소재가 된다. 또 꼭 남녀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남자와 남자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말과 감정도 상황만 바꾸면 곡으로 표현될 수 있다.
10. 모든 곡들이 참신한 소재라, 탄생 과정이 궁금하다. 개인적으론 ‘으으’와 ‘숨바꼭질’이다. 최낙타 : ‘으으’는 아침에 일어났는데 비가 오는 거다. 보통 늦게 일어나니까 햇빛이 창문으로 들어오는데, 그날은 이상하게 어두웠다. 새벽인가, 싶어서 시계를 보니까 비가 오고 있더라. 습한 느낌보다는 보드라운 느낌이 들어서, 이불을 꽉 껴안았는데 ‘이불이 아니라 너를 안으면 기분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감정을 가사와 이야기로 발전시켰다. 제목의 ‘으으’는 기지개를 켜는 소리다.
10. 듣고 나니 더 잘 와닿는다. ‘숨바꼭질’은? 최낙타 : 이 곡은 ‘으으’처럼 어떤 감정을 느껴서 쓴 곡은 아니고, 숨바꼭질이란 단어가 귀엽기도 하고 좋아서 수첩에 적어놨다. 밀고 당기기를 하면 답답한 순간이 있는데, 그 상황을 숨고 또 찾는 숨바꼭질에 빗대었다.
10. 어떤 이유이든, 가장 기억에 남는 곡이 궁금하다. 최낙타 : 소재가 마음에 들었던 건 ‘숨바꼭질’이 가장 좋았다. 곡 자체의 완성도는 ‘쿡쿡’이란 노래다.
최낙타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10. ‘쿡쿡’은 디에이드 안다은과 호흡을 맞췄던데. 피처링이 없는 가수라 이색적이더라. 최낙타 : ‘달자’란 곡 이후로는 처음이다. 다른 사람이 부를 곡을 만드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음역대도 그렇고 뭔가 내가 부르는 느낌에 더 익숙해져 있어서 다른 사람의 분위기는 어색하게 들리더라. 이번엔 정규 음반이고 내 목소리만 들으면 지루해하실 것 같아서.(웃음)
10. 말속에 팬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계속 담겨있다. 최낙타 : 사실 기한을 정하고 빨리 내면서도 팬들을 생각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지 않나, 그래서 기대치를 더이상 올리면 안 되겠단 마음에….(웃음)
10. 마냥 음악이 좋아서 시작했을 때와 지금, 달라진 것이 있나. 예를 들어, 음악을 대하는 태도랄지. 최낙타 : 음악을 좋아하는 건 같고, 다만 하고 싶은 음악은 달라졌다. 기타 전공이었고 연주자가 되는 게 꿈이었다. 기타를 잡고 록스타가 되고 싶어서 시작한 것이기도 한데, 그 사이에 하고 있는 음악의 장르가 바뀐 거다. 그것뿐이지 마음가짐이나 태도는 같다.
10. 좋아하는 걸 하고 있지만 갈등, 딜레마는 피할 수 없는데. 최낙타 : 이번에 가장 컸다. 음반 준비 기간도 길었고 그 사이에 공연도 거의 하지 않았고, 작업만 하면서 친구들도 만나지 못하는 나날이 계속되니까 자존감이 엄청 낮아졌다. 신보는 꾸준히 챙겨듣는데 좋은 음악이 나오고 나보다 잘하는 아티스트들을 보니까 스트레스도 받았다. 음악을 이렇게 하는 게 맞나라는 생각이 들더라. 다음부턴 스트레스를 즐기게 됐다. 그래서 노래를 안 낼거야? 단순히 좋은 곡이 안 나와서 그런 거라면 노력해서 좋은 곡을 만들면 사라질 감정들이니,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앞으로 그런 순간이 오더라도 이겨낼 거다. 이번에 이렇게 큰 작업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는 감정을 처음 느낀 거니까 신기하기도 하고, 값진 경험 아닌가.(웃음)
10. 음악을 선택한 후회는 없는 거겠지. 최낙타 : 1도 없다. 주위 친구들을 보면서 나도 회사를 다녔더라면, 가게를 했더라면…이라고 상상은 해보는데, 끔찍하더라.(웃음) 좋아하는 음악을 하면서 산다는 것에 감사하며 계속 이 길을 걸어가야지.
10. 신선한 걸 찾다 보면 반짝이지 않는 순간도 있을 텐데. 두렵기도 할 것 같다. 아까 고갈의 기분도 느꼈다고 했지만. 최낙타 : 영감을 찾는 주의다. 이번에 더 확고해졌다. 기간을 정해놓으니 결과물이 나온 것처럼. 물론 신선한 아이디어가 언젠까지 나올까란 생각도 든다. 10, 20년 뒤에는 어떤 식의 음악을 할지 고민도 하고. 물론 벌써 그런 고민을 하긴 웃기긴 하지만.(웃음) 지금은 당시에 생각나는 음악을 하는 건데, 또 훗날엔 그때 떠오르는 감정을 노래하겠지. 어떻게 보면 무책임하다고 볼 수 도 있지만 마음은 편한 것 같다.
10. 정규 음반의 두 번째 조각인 파트2는 어느 정도 완성됐나. 최낙타 : 트랙은 정했고 두 달 정도 보고 있다. 정확한 시기는 나오지 않았고 상반기로 생각하고 있다.
10. 올해 계획도 궁금하다. 최낙타 : 벌써 좀 힘들다.(웃음) 아티스트로서의 한가지 목표는 유명해져서 더 많은 사람들이 최낙타의 음악을 들었으면 좋겠다. 또 단기적인 1년 계획은 정규 음반을 완성해서 발표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