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강호동은 한 때 지상파 주요 프로그램을 호령했다. 그러나 세금 과소납부 논란 후 돌아와서는 그 기량을 펼치지 못했다. ‘무릎팍 도사’, ‘우리동네 예체능’, ‘스타킹’ 등 그가 출연했던 프로그램은 줄줄이 종영했고, 위기설까지 대두됐다. 그러나 강호동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지상파에서 시선을 돌려 케이블과 종합편성채널(종편)로 무대를 옮겼다. 그 결과 강호동은 현재 다시 한 번 자신의 전성시대를 열었다.
◆ 스크래치 입은 자존심 강호동은 2011년 9월 세금 과소 납부 의혹으로 잠정 은퇴를 선언했다. 당시 강호동은 KBS2 ‘해피선데이-1박2일’, MBC ‘황금어장-무릎팍도사’, SBS ‘강심장’, ‘스타킹’ 등을 진행하고 있었다. 강호동이 멤버로 있을 당시 ‘1박2일’은 시청률 40%(이하 닐슨코리아 전국기준)를 육박했다. 다른 프로그램 역시 최고 전성기를 달렸다.
강호동은 2012년 11월 ‘스타킹’으로 복귀했다.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복귀 후 새롭게 선보였던 프로그램이 조용히 퇴장했다. KBS2 ‘달빛프린스’(2013년 1월~3월), MBC ‘별바라기’(2014년 6월~9월), KBS2 ‘투명인간’(2015년 1월~4월) 등 그가 MC를 맡았던 프로그램은 모두 4개월을 넘기지 못했다. 시청률 역시 4~5%로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뒀다. 국민MC 강호동의 위기라 부를만했다. ‘스타킹’ 또한 지난해 8월 9년 만에 마침표를 찍었다. KBS2 ‘우리동네 예체능’도 같은 해 10월 종영함에 따라, 지상파에서 강호동의 모습은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아는형님’ 강호동
◆ 새로운 전성시대를 열다 강호동은 JTBC와 tvN으로 눈길을 돌렸다. 현재 강호동이 출연 중인 ‘아는형님’과 ‘한끼줍쇼’는 JTBC의 간판 예능 프로그램으로 시청률과 화제성을 모두 잡으며 승승장구 중이다. 최근 편성대를 밤 11시에서 오후 8시 50분으로 옮긴 ‘아는형님’은 지난 1일 이경규 편에서 5.609%(이하 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기준)의 시청률을 나타내며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한끼줍쇼’ 역시 지난달 29일 걸스데이 혜리·민아 편에서 시청률 5.8%를 기록했다.
현재 강호동은 오는 6월 방송되는 tvN ‘신서유기4’와 올리브TV ‘섬총사’ 출연을 앞두고 있다. ‘신서유기’ 시리즈는 과거 ‘1박2일’의 영광을 함께한 나영석 PD와 함께한 프로그램으로 시즌1부터 맹활약중이다. ‘섬총사’는 ‘강심장’을 연출했던 박상혁 PD의 새 연출작으로 섬으로 떠난 스타들이 섬마을 주민들과 어울리며 일주일 동안 생활하는 모습을 담은 프로그램이다. 박상혁 PD는 일찌감치 강호동 캐스팅을 확정했다. 이 외에도 강호동은 올리브TV ‘한식대첩4’와 MBN ‘내 손안의 부모님’을 통해 MC로서 진행 능력을 발휘했다.
‘한끼줍쇼’ 이경규·박보영·강호동 / 사진제공=JTBC
◆ 힘 뺀 강호동, 부담감을 내려놓다 그렇다면 강호동은 어떻게 자신의 전성기를 되찾은 걸까? ‘섬총사’ 연출을 맡은 박상혁 PD는 “프로듀서 마인드로 프로그램을 이끌어가는 MC가 몇 명 없는데, 강호동은 그 중 한명이다. 워낙 큰 프로그램을 많이 해서 방향성이나 출연진들을 리드해가는 것이 뛰어난 MC다”면서 그의 장점을 잘 아는 제작진과의 새로운 도전이 강호동의 새로운 전성시대를 열었다고 평했다. 실제 여운혁 JTBC 전 국장과 CJ E&M 나영석 PD와 박상혁 PD 모두 강호동과 지상파 프로그램을 함께한 이력이 있다.
또한 박 PD는 “과거에는 강호동이 윽박지르고, 러브라인을 엮는 등 특유의 힘 있는 진행을 했다. 지금은 함께하는 출연진들과 발을 맞추며 케미를 선보이고 있다. 또한 ‘아는형님’에서는 김희철·민경훈 등 동생들에게 ‘올드해’라고 놀림을 당하는 등 본인도 부담감을 내려놓고 편안하게 프로그램에 임하는 것이 보인다. 시청자들과 ‘밀당’이 가능해진 것 같다”고 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강호동이 국민MC라는 과거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들을 내려놓은 것으로 보인다. 만약 그것들에 집착했다면 지금의 모습은 찾기 힘들었을 것”이라며 “그걸 버렸기 때문에 자신의 영역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