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현지민 기자]
배우 조동인이 서울 강남구 신사동 이봄씨어터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배우 조동인이 서울 강남구 신사동 이봄씨어터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딱 30살까진 하고 싶은 걸 마음껏 해보자는 생각으로 ‘돈 안 되는’ 연기에 뛰어들었다. 2011년에 영화 ‘부러진 화살’에서 배역 이름도 없는 단역으로 출연했던 배우 조동인이 어느덧 29살이 됐다.

사실 조동인의 진가는 영화 ‘스톤’에서 발현됐다. 지난 2014년 조동인의 아버지 조세래의 유작이 된 작품에서 조동인은 프로기사의 꿈을 접고 내기 바둑을 하며 살아가는 바둑기사 민수를 연기했다. 앳되고 신선한 마스크와 깊은 연기가 마니아층을 만들어냈다. 당시를 회상하던 조동인은 “가장 아쉬운 작품”이라고 말했다. 뭣 모르고 했던 연기였다며, 지금은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열의를 내비쳤다.

실제로 ‘원스텝’ 속 조동인은 작은 비중에 비해 자연스럽고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줬다. 비중보단 그가 연기하는 한 신, 한 신에 최선을 다한다고 고백했다. 30살에 사라져버릴지도 몰랐던 조동인을 발견해 다행이다. 그가 걸어갈 무한의 길이 기대된다.

10. ‘원스텝개봉을 앞두고 홍보 활동으로 바쁘게 지내고 있다. 최근 부산에도 다녀왔다.
조동인: 정말 재미있었다. 부산대학교에서 혈기왕성한 대학생들을 만났던 게 기억에 남는다. 나에게 인생 선배로서 뭔가를 조언해달라고 했는데, 사실 내 나이가 29살이다. 그들과 나이 차이가 얼마 나지 않았다. 조언이랄 건 없고, 내 얘기를 해줬던 기억이 난다. 난 30살까지만 연기를 해보자는 생각으로 뛰어들었다. 운이 좋게 계속 배우 활동을 하고 있다. 학생들도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부딪혀보라는 얘길 해줬다. 사실 나도 어디에서 들은 말이다.(웃음)

10. ‘원스텝은 어떻게 참여하게 됐는지.
조동인: 전재홍 감독님이 내가 출연한 영화 ‘스톤’을 보고 러브콜을 주셨다. 나 역시 감독님의 영화들을 좋아했다. 이번 작품에선 기타리스트 역을 맡았는데, 실제로 고등학생 때 밴드활동을 한 적이 있어 매력을 느꼈다.

10. 사실 비중이 많진 않았다.
조동인: 많은 부분이 편집됐다. 아쉽진 않다. 내가 보여주고자 한 만큼 잘 나온 것 같다.

10. 산다라박을 짝사랑하는 연하의 기타리스트 역이었다. 전사가 없어 캐릭터 접근에 고민이 많았을 것 같은데.
조동인: 우혁 캐릭터의 과거를 구체화시키려고 혼자 정리를 해봤다. 우혁은 시현(산다라박)을 처음 보고 반했을 거다. 워낙 예쁘지 않나. 극 중 나이가 20대 초반이었다. 그 나이의 남학생들은 그런 생각을 많이 한다.

10. 그럼 실제 산다라박은 어떤 배우였나.
조동인: 영화에서 예뻤지만, 실제론 훨씬 더 예쁘다. 조금 전에도 사진을 찍으며 만났는데, 노란 옷을 입은 누나가 개나리처럼 보였다. 누나는 처음으로 영화에 한 발을 내딛었다. 그게 정말 힘든 거다. 그만큼 누나가 열심히 하고 고민을 많이 했다. 응원하고 싶다.

10. 산다라박과의 케미도 있었지만, 누나 역의 홍아름과도 호흡이 좋았다. 실제 동갑이라고.
조동인: 유일하게 말을 놓는 친구다. 사실 영화 촬영 땐 말을 못 놨었는데, 이번에 홍보를 위해 함께 다니며 친해져서 말을 놓게 됐다. 아름 씨에겐 포스가 있다. 내가 그 기에 눌린다.(웃음) 연기도 안정적으로 잘하고 정말 착하다. 배울 점이 많은 동료다.

10. 이번 영화 OST에도 참여했다고. 제목이 눈물아 안녕’.
조동인: 영화에 삽입된 노래는 아니지만 스페셜 트랙으로 참여하게 됐다. 정말 영광이다. 노래를 잘 하는 게 아닌데, 만들어진 곡을 보고 정말 놀랐다. 이게 내가 부른 건가. 사실 기계가 부른 거다.(웃음)

10. 밴드활동도 했으니 음악을 좋아하겠다. 인생음악을 꼽는다면?
조동인: 너무 많다. 통기타를 치다보니 고 김광석 선배의 노래들을 좋아한다. 김광석 선배의 노래는 전부 기타로 연주할 수 있다. 예전엔 친구랑 앨범을 만들자며 곡을 쓴 적도 있다. 앨범 제목이 ‘미친 사랑’이었다. 정말 오글거린다. 그 앨범 안에 당시 짝사랑했던 누나를 생각하며 쓴 노래들이 있었다. 핸드폰으로 녹음도 했었는데 친구가 군대에 가며 흐지부지됐다.

10. 연기에 음악까지, 다재다능하다.
조동인: 잘 하는 건 없어도 이것저것 많이 한다. 발레도 두 달 정도 배웠었고, 탱고도 기본은 배웠다. 관심이 생기면 다 배워보는 스타일이다.

배우 조동인이 서울 강남구 신사동 이봄씨어터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배우 조동인이 서울 강남구 신사동 이봄씨어터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10. 단역을 시작으로 다수의 작품에 출연했다. 본격적으로 대중들에게 얼굴을 알린 건 2014스톤’.
조동인: 지금 생각하면 제일 아쉬운 작품이다. 더 잘할 수 있었을 텐데. 제대로 된 연기를 처음 하는 거였다. 이 장면과 저 장면 촬영을 번갈아 하면서도 감정을 유지하는 게 필요한데, 그런 계산을 아예 할 수가 없었다. 그냥 감독님(故조세래 감독, 조동인의 아버지)과 연습한 대로만 연기했던 기억이 난다.

10. 그때에 비하면 연기적으로 성장한 걸 느끼는지?
조동인: 지금도 많이 어색하고 미흡하지만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고 믿는다. 평소에 영화나 드라마를 많이 챙겨보는 스타일이다. 보면서 연기해보고 싶은 대사들을 메모장에 적어두고 선배와 똑같이 따라해 본다. 최근엔 ‘낭만닥터 김사부’ 한석규 선배의 대사를 연습해봤다. 당연히 흉내 낼 수가 없다. 그런 걸 하면서 다양한 감정들을 파악하려고 노력한다.

10. 롤모델이 있다면.
조동인: 인터뷰를 할 때마다 바뀐다. 지금은 안성기 선배가 떠오른다. 최근에 영화 ‘대립군’을 함께 촬영한 선배들과 술을 한 잔 했는데, 안성기 선배의 얘기가 나왔다. 미담이 끝도 없다. 정말 대단하다. 내가 ‘부러진 화살’에서 안성기 선배의 아들로 출연한 적이 있다. 단역이었다. 선배를 볼 수도 없었다. 이후에 부산영화제에 갔는데 레드카펫 입구에 선배가 서있었다. 후배들에게 인사를 해주고 있었다. 나를 보더니 ‘너구나!’라며 안아줬다. 감동했다. 지금도 생각하면 울컥할 정도다. 나도 그런 선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10. 처음 연기에 매료를 느낀 계기는?
조동인: 다양한 계기가 잇지만 영화 집안에서 자랐다. ‘용의 눈물’을 보면서 성대모사를 많이 했던 기억이 난다. 이후에 중학생 땐 같은 반 친구가 연기 학원을 다녔었다.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연기를 해보라고 시켰는데, 그 친구가 일어나서 감정을 잡고 연기를 했다. 대사도 기억난다. ‘그래 나야, 그 바보 같은 사람이 바로 나야’라고 했다. 모든 애들이 배꼽을 잡고 웃더라. 나는 웃을 수가 없었다. 정말 멋있다고 생각했다.

10. 지금까지 보여준 것보다 보여줄 게 많은 배우다. 어떤 모습을 보여줄 건가.
조동인: 지금까지 해보지 못한 모든 걸 다 해보고 싶다. 웃으면서 사람 뒤에 칼을 꼽는 살벌한 악역을 연기하고 싶기도 하고, 코미디 연기도 해보고 싶다. 형이 시나리오를 쓴 ‘불청객’이라는 블랙 코미디 영화에서 지질한 연기를 한 적이 있는데, 볼 순 없다. 형이 찍어놓고 창피해해서 어디에 공개되진 못했다.

10. 감독인 형과 배우 동생. 류승완류승범, 엄태화엄태구의 뒤를 잇는 건가.
조동인: 꿈이다. 형이 최근 시나리오 공모전에 당선돼 영화도 찍었다. 나도 시나리오에 관심이 많아서 관련 얘기를 많이 나눈다. 내가 쓰는 시나리오를 보여주면 다 별로라고 하지만, 나중에 형이 쓴 시나리오에 내가 썼던 대사들이 있는 경우도 있다.(웃음) 형이 나보다 더 잘됐으면 좋겠다.

현지민 기자 hhyun418@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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