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현지민 기자]
KBS2 ‘김과장’ / 사진=방송 화면 캡처
KBS2 ‘김과장’ / 사진=방송 화면 캡처
드라마의 주인공이라면 위기를 맞고 절정을 찍고 결말로 향하는 것이라 배웠거늘. ‘김과장’ 남궁민은 위기를 이리저리 빠져나가는 미꾸라지 기질로 모든 인물들의 머리 꼭대기 위에 섰다. 이렇게 통쾌할 수가.

지난 30일 종영한 KBS2 ‘김과장’(극본 박재범, 연출 이재훈 최윤석) 최종회에서는 박회장(박영규)이 징역 22년을 선고받았다. 김성룡(남궁민)과 서율(이준호)은 진정한 의인으로 거듭났다.

두 사람은 끝까지 죄를 인정하지 않는 박회장을 다시금 구렁텅이로 몰아넣으며 결국 승기를 잡았다. TQ그룹을 떠난 김성룡은 어려운 사람들의 돈을 떼먹는 나이트클럽 직원들을 혼내며 자유영혼이 됐고 서율은 로펌 ‘MUKSO(먹소)’ 국선 변호사로 봉사했다. 그는 1년 뒤 TQ그룹에 CFO로 지원하며 새로운 막을 열었다.

통쾌함의 끝은 정치 풍자적 발언들이었다. 특히 최종회에서는 죄를 인정하지 않는 뻔뻔한 박회장의 모습에 “염병하네”라고 외치는 청소반장 엄금심(황영희)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는 최근 최순실 사태에를 패러디한 것. 또 스위스 비밀 계좌에 비자금 1,000억을 숨겼던 박회장이 믿었던 박명석(동하)으로 인해 돈을 빼앗겼고, 이후 김성룡은 “회장님 계좌에 29만 원이 있더라. 정말 청렴하다”며 놀렸다. 이 역시 전두환 전 대통령의 발언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김성룡의 사이다기질은 극 최종회에 이르러 비로소 발현된 것이 아니다. 극 초반부터 조폭들에게 헬륨가스를 먹여 폭소를 선사했고, 박회장에 의해 죽을 뻔한 위기를 겪은 뒤엔 곧바로 그를 찾아가 그만의 방식으로 복수했다. 시청자들이 조금이라도 답답해할 시간을 주지 않았다. 특히 지난 29회에선 30억을 줄 테니 박회장의 비리를 묻자는 제안을 듣고 솔깃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 역시 완벽하게 녹음해 증거 자료로 만들어버렸다.

시종일관 깐족대고 능청스러운 김성룡의 성향은 이러한 핵사이다 전개에 적절하게 녹아들었다. 다른 인물들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였다. 윤하경(남상미)와는 로맨스보단 무적의 동료애로 뭉쳤고, 악연으로 맞난 서율(이준호)와는 뽀뽀까지 나누며 한 팀이 됐다. 사사건건 대립했던 재벌2세 박명석(동하)과도 둘도 없는 형·동생 사이가 돼버렸다.

권선징악이라는 흔하고 뻔한 주제를 독특하고 색다르게 그려냈다. 김성룡은 최종회에서 자싱늘 찾아와 기업 회계비리를 파헤치기 위해 도움을 달라고 부탁하는 검사(이시언)의 말에 긍정적인 미소를 지으며 또 한 번의 활약을 예고했다.

극은 답답함 느낄 새 없이 20회까지 숨 가쁘게 달렸다. 현실의 답답함을 뻥 뚫어준 유쾌한 드라마가 시즌2로 돌아왔으면 하는 시청자들의 목소리가 높아진다.

현지민 기자 hhyun418@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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