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조현주 기자]
연우진 / 사진=점프엔터테인먼트 제공
연우진 / 사진=점프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연우진은 “그동안 말없이 지내오다가 말을 하려니까 어색하다”고 말문을 뗐다. 그도 그럴 것이 연우진은 지난 몇 개월간 내성적이고 소심한 남주인공으로 살았다. 늘 검은색 모자와 후드 티를 입고 웃음기 하나 없는 무표정한 얼굴이었다. 그간 로맨틱 코미디에서 쉽게 볼 수 없던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살도 많이 빠졌다.

“8kg이 빠졌어요. 역할을 위해서 3~4kg은 일부로 뺐는데, 나머지는 스트레스와 예민함 때문에 빠졌죠.”

연우진은 tvN ‘내성적인 보스’(극본 주화미, 연출 송현욱)에서 극도로 내성적이고 소심한 홍보회사 CEO 은환기 역을 맡았다. ‘내성적인 보스’는 ‘이혼변호사는 연애 중’ 이후 연우진의 2년 만의 드라마 복귀였고, 그를 ‘로코킹’으로 만들어준 ‘연애 말고 결혼’ 제작진과 의기투합한 작품으로 기대를 높였다. 그러나 뚜껑을 연 드라마는 여주인공 민폐 논란, 대본 전면 수정, 낮은 시청률 등 잡음에 시달렸다.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연우진 만큼은 남기는데 성공했다. ‘연우진이 다했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흔들림 없는 연기력으로 드라마의 중심축을 잡았다는 칭찬이었다.

“작품에 대한 추억들을 곱씹어 봤는데 눈물이 날 것 같았어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작품이지만 끝까지 완주해낸 배우들과 제작진을 생각하면 울컥하게 되네요.”

호흡을 맞춘 박혜수에 대해서는 “나만의 박혜수였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현장에서 기운이 쳐져 있을 때 그 친구를 통해 웃고 싶었고, 실제로도 웃었다”며 “그런데 내가 박혜수에게 무엇이 되었냐고 물어본다면 잘 모르겠다. 박혜수는 나만이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천사였다. 언젠가는 그 에너지를 꼭 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박)혜수와 정통멜로로 만나도 좋을 것 같아요. 혜수는 채색감이 갈색과 닮았어요. 계절로 비유하면 쓸쓸한 가을이에요. 화려했던 단풍이 떨어지기 직전의 나무와 같은 느낌을 받았거든요. 실제로 그런 옷 색깔이 잘 받더라고요.(웃음)”

연우진 / 사진=점프엔터테인먼트 제공
연우진 / 사진=점프엔터테인먼트 제공
연우진은 은환기를 검은색에 비유했다. 로맨틱 코미디라는 알록달록한 장르에서 검은색의 은환기가 어떻게 하면 어울릴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다. 때문에 그는 “연기자가 아니라 주연배우로서 현장의 기운을 북돋아주고, 챙겨주는 리더로서 함께 했어야 했는데 그런 역할을 하지 못한 것 같아서 아쉬웠다. 딜레마가 컸다”고 토로했다.

연우진의 걱정을 덜어줬던 이는 바로 윤박이었다. 연우진은 윤박 이야기에 입가에 미소를 뗬다. 그는 “현장에서 반장 역할을 해줬다. 강우일다웠다. 내가 할 수 없는 역할을 너무 잘 소화해줬다. 책임감이 있었다. 한동안 윤박의 매력에 흠뻑 취했다”고 고마워했다.

실제 성격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흥이 많은 스타일”이라고 했다. 상상이 잘 가지 않는다고 하자 “안 그렇게 보이는데 춤과 노래를 굉장히 좋아한다. 평상시에도 즐기는 편”이라고 웃어 보였다. 극 중에서 현진영의 ‘흐린 기억 속의 그대’를 잘 춘 이유가 있었나보다.

그는 “춤을 굳이 못 출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스테파니한테 배웠다. 연습실에 두 번 정도 레슨을 받았다”면서 “내 안의 흥들이 나올락 말락 할 때 신을 커트했다. 잘 조율하려고 애를 썼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모든 걸 부족하게 연기하자고 목표를 뒀어요. 색깔을 뺐지만 감독님의 편집으로 채워지는 부분들이 있었죠. 그때 역시 연기는 혼자 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망가지는 신들은 자신 있었죠. 사명감도 있었고요.(웃음) 정말 재미있게 연기했어요. 전작인 ‘연애 말고 결혼’에서 송현욱 감독님과 호흡을 맞춰봐서 웃음 포인트도 잘 알고 있었고요.”

그에게 ‘내성적인 보스’의 의미를 물었다. 연우진은 “은환기에 몰입했고, 즐거웠다. 은환기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찬란하고 아름답고 빛났던 그림자”라며 “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고, 열정적이고, 아등바등했던 작품이었다”고 했다.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