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수경 기자]
사진=SBS ‘피고인’ 방송화면 캡처
사진=SBS ‘피고인’ 방송화면 캡처
완벽하지는 않지만 ‘피고인’은 해냈다.

지난 21일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피고인'(극본 최수진 최창환, 연출 조영광 정동윤) 최종회는 시청률 28.3%로 종영했다. 이로써 ‘피고인’은 첫 회부터 마지막 회까지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사수하며 화려한 막을 내리게 됐다.

시청률에는 많은 변수가 작용하고, ‘피고인’의 진짜 적수는 지난 12일 종영한 OCN 주말극 ‘보이스'(극본 마진원, 연출 김홍선)라는 평도 있었지만 시청률은 대중들의 반응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지표라는 데엔 이견이 없다. ‘피고인’은 7회 만에 시청률 20%를 돌파하며 최종회까지 시청률 고공행진을 이어오며 추리 장르물 또한 하나의 ‘메이저’로써 자리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피고인’은 추리 스릴러답게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전개로 재미 부여는 물론 시청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데 성공했다. ‘피고인’은 첫 방송부터 마지막 방송까지 엔딩 장면에 반전을 넣었다. 엔딩에서 보여주는 반전은 그 회의 흐름을 한꺼번데 뒤집거나 또 다시 새로운 라운드가 펼쳐질 것을 예고함으로써 기대감을 높이며 시청자들에게 추리와 상상이라는 짜릿한 즐거움을 줬다. 이는 ‘피고인’이 러브 라인이 없어도 충성도 높은 시청자 층을 단단하게 형성할 수 있었던 이유기도 하다.

반전은 신선했지만, 전반적인 스토리 구조나 연출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피고인’은 멜로가 빠진 자리를 가족애로 대체했다. 누명을 쓰고 하루아침에 에이스 검사에서 ‘사형수 3866’으로 전락한 박정우(지성)가 기억을 떠올리기 위해 애쓰고, 탈옥을 감행하고, 차민호(엄기준)에게 통렬한 복수를 하기까지 그를 이끌었던 원동력은 하연이(신린아)로 대표되는 가족애였다. 여기에 ‘통렬’을 ‘통속’으로 바꾸는 허점이 있었다. 총 18부에 이르는 극의 개연성을 가족애 하나만으로 메꾸다보니 전체적인 전개 역시 허술해진다. “‘피고인’의 개연성은 곧 지성”이라는 평이 나올 정도다.

첫 회부터 16회에 이르기까지 동일하게 반복됐던 효과음 또한 허술함과 지루함을 더했다. 극 시작부터 30분까지 둔하게 흘러갔던 전개, 후반에 등장하는 반전을 위한 복선, 반전 엔딩으로 고착화된 ‘피고인’의 전개만큼 도돌이표처럼 반복됐던 것은 복선과 반전 엔딩이 나올 즈음 등장하는 효과음이었다. 효과음 자체는 훌륭했지만, 드라마의 재미에 일익을 담당하는 요소인 BGM은 재탕하듯 달여먹는 한약이 아니다.

‘피고인’을 세련되지는 않아도 참신한 복수극으로 만들었던 일등공신은 ‘피고인’의 스토리가 품은 유연성에 있다. ‘피고인’은 사람과 사물을 자유자재로 활용해 극에 신선함을 불어넣었다. 7~8회에 걸쳐 차선호(엄기준)의 내연녀로 등장한 제니퍼 리(오연아)나, 지난 13회 후반에 등장한 거짓말탐지기가 그 예다. 제니퍼 리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등장으로 극에 생기를 불어넣었으며, 마지막까지 박정우의 복수를 완성시키는 데 큰 역할을 담당했다.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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