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하진 기자]
연극 ‘베헤모스’ / 사진제공=PMC프러덕션
연극 ‘베헤모스’ / 사진제공=PMC프러덕션
최근 연극과 뮤지컬 등에서 일인 다역을 맡는 이른바 멀티 역의 배우들이 존재감을 과시하며 맹활약 중이다.

한 명의 배우가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함으로써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극복하는 동시에 극의 활력을 불어 넣는 멀티 역은 그간 여러 작품에서 웃음 코드를 담당해 왔다. 대학로 스테디셀러 뮤지컬 ‘김종욱 찾기’의 멀티맨은 무려 22가지 캐릭터를 소화하며 매 등장 마다 큰 웃음을 선사해 멀티 역의 존재감을 확립시키는 시발점이 됐다.

현재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공연 중인 연극 ‘베헤모스’ 역시 멀티 역을 맡은 배우들의 호연에 관객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남자 멀티 역의 권동호는 아들의 살인죄를 덮기 위해 변호사를 고용하는 재벌 총수, 살인 사건의 담당 검사를 회유하는 부장 검사, 담당 검사를 돕는 검찰 수사관, 여자 친구와 사건을 모의한 건달 등 각기 다른 4개 캐릭터를 완벽하게 표현하며 드라마를 이어간다. 치밀한 캐릭터 분석과 캐릭터마다 확연히 다른 연기에 관객들은 호평을 쏟아냈다.

또 여자 멀티 역의 김히어라는 재벌 아들과 몸 싸움을 벌이다 호텔 방에서 죽음을 맞는 민아, 민아의 부검을 맡은 법의관, 살인 사건을 보도하는 여기자, 정의의 여신 등 4개 캐릭터를 열연한다.

호텔 침대에 누워 죽음을 맞은 피해자 민아가 서서히 일어나 사건을 보도하는 여기자로 분하는 순간, 피해자도 가해자도 아닌 정의의 여신으로 분하는 순간 등 각각의 캐릭터로 분할 때 마다 관객들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며 작품이 던지는 메시지에 한 발자국 더 가까이 다가간다.

실제로 지난 9일과 10일 양일간 진행된 ‘관객과의 대화’에서 많은 관객들은 ‘여기자로 설정한 이유’, ‘여기자의 감정’, ‘정의의 여신의 웃음의 의미’ 등 연출과 배우에게 심도 깊은 질문이 쏟아졌다.

이처럼 멀티 역은 극의 드라마를 자연스럽게 이어가거나, 극적 긴장감을 높이며 관객들을 사로잡고 있다. 최근 멀티 역은 여러 캐릭터를 연기하는데 그치지 않고, 작품이 가지고 있는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기능까지 더해 작품에서 없어서는 안될 매력적인 존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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