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은진 기자]
배우 손현주/사진제공=플레닛
배우 손현주/사진제공=플레닛
1991년 KBS 14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해 어느덧 데뷔 27년 차가 된 배우 손현주는 단역부터 시작해 믿고 보는 배우로 거듭났다. 소박한 ‘국민 아버지’의 모습부터 냉철한 정치인의 모습까지 맡은 역할마다 자신에게 꼭 맞는 옷을 입은 듯 완벽한 연기를 펼친 손현주. 그런 손현주가 영화 ‘보통사람’의 범인 잡아 국가에 충성하는 강력계 형사이자, 아내와 아들을 끔찍이도 생각하는 평범한 가장 성진 역으로 돌아왔다.

‘보통사람'(감독 김봉한)은 1980년대, 보통의 삶을 살아가던 강력계 형사 성진(손현주)이 나라가 주목하는 연쇄 살인사건에 휘말리며 삶이 송두리째 흔들리게 되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

“3월에 많은 영화가 개봉하더라고요. 물 건너오는 영화도 많고, 그 틈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할 것 같아요. 많이 사랑해주시고 보듬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배우 손현주/사진제공=플레닛
배우 손현주/사진제공=플레닛
영화는 격동의 시기인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만큼, 1987년 직선제 거부, 4.13 호헌조치 등 군사독재의 절정기였던 그 시절 세상을 바꾸기 위해 노력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리고 84년도에 대학교 1학년이었던 손현주는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한 ‘보통사람’에 남다른 애착을 드러냈다.

“84년도에 대학교 1학년이었어요. 저에게는 그렇게 멀지 않은 과거죠. 그때 당시는 우리에게 방황의 시기였고, 갈등의 시기였어요. 많이 힘들었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영화 속 상황이 남의 일 같지 않았죠. 지금도 그렇지만 전경과 대학생이 대립하는 모습은 서로가 서글퍼요. 결국, 대학생들이 나중에 전경이 되는데 그때는 죽일 듯이 싸우죠. 누구의 잘못도 아닌데 그런 세월을 늘 겪으면서 다녔어요.”

그동안 ‘숨바꼭질’, ‘쓰리 데이즈’, ‘악의 연대기’ 등 여러 작품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을 보여줬던 손현주. ‘보통사람’에서는 카리스마를 잠시 내려놓고, 동네 아저씨 같은 편안한 모습으로 힘을 뺀 연기를 선보였다.

“오랜만에 내 옷을 입은 것 같았어요. 역시 늘어진 러닝에 트레이닝복 차림이 편하더라구요. (웃음) 지금까지 해왔던 역할은 내 모습에서 너무 멀리 와있는 느낌이었는데, 역시 자신에게 맞는 옷을 입어야 한다는 걸 다시 한 번 느꼈죠”

배우 손현주/사진제공=플레닛
배우 손현주/사진제공=플레닛
데뷔 초, 서러웠던 무명 시절을 거치며 여기까지 온 손현주는 자신과 비슷한 시절을 겪고 있는 후배 배우들에 대한 애정도 남달랐다. 그는 자신의 휴대폰에 저장된 후배들의 프로필을 보여주며 스스로 홍보를 자처했다.

“처음부터 제대로 된 배역을 맡았더라면 여기까지 못 왔을 것 같아요.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굳은살이 박혀 여기까지 왔죠. 그때는 ‘어이’, ‘야’ 이렇게 불렸어요. 그러다 내 이름을 제대로 불러주는 사람은 정말 고마웠죠. 그래서인지 후배들을 더 챙기게 돼요. 휴대폰에 연극하는 후배들 40명 정도 프로필을 저장해 놓고, 감독들한테 ‘이 친구 괜찮다. 눈여겨봐라’고 추천하기도 하고. 후배들은 작품을 해서 좋고, 감독도 새로운 얼굴을 발굴할 수 있어서 좋죠”

마지막으로 손현주는 영화의 30년 전과 2017년 현재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는 ‘보통사람’들을 돌아보며 “그때와 지금이 뭐가 다를까 생각하게 되요. 정치, 사회, 경제, 문화 뭐가 달라졌을까요. 사람 사는 환경은 좀 나아졌겠지만, 생각은 나아졌을까? ‘보통사람’처럼 살아가는 게 힘들다는 걸 요즘 또 느낍니다.”라고 전했다.

이은진 기자 dms3573@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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