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조현주 기자]
‘역적’
‘역적’
연산은 어떻게 사치와 향락에 잠식됐을까? MBC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극본 황진영, 연출 김진만 진창규, 이하 역적)이 새로운 해석을 내놨다.

20일 방송된 ‘역적’ 15회에서는 연산이 폭군이 되는 과정을 서서히, 세밀하게 그리고 새롭게 표현해내 흥미를 끌었다. 연산(김지석) 내면의 변화에 집중함은 물론 그의 주변인들도 차분히 관찰하면서 연산이 왜 폭군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 그 개연성을 확보했다.

무오사화로 절대왕권을 손에 쥔 연산은 예상외로 “성군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대신들에게 “어서 자유롭게 백성을 위할 방도를 말하여 과인을 가르쳐 주세요”라고 청하고, 그들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귀를 기울이고 고개를 끄덕거리는 모습은 우리가 상상했던 연산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백성을 위하겠다”고 했지만 연산이 쏜 화살은 과녁을 맞히는 법이 없었다. 가뭄의 징조에 금주령을 내렸지만, 여전히 사대부들이 잔치를 열고 술을 마신다는 이야기를 들은 연산이 “금주령을 어긴 자들을 파직하고 그 재산을 모두 몰수하여 내수사로 귀속시키라”고 명한 결과, 돈 없고 가난한 백성만 줄줄이 잡혔다.

위엄을 갖춘 군주가 되겠다고 다짐한 연산은 뭐든 새것, 가장 귀한 것만 고집했다. 그것이 그가 생각하는 위엄을 증명하는 법이었다. 오직 전하가 웃는 것만이 행복인 자원은 왕의 명령이 옳은지 그른지 따질 생각도 않고, 그의 요구를 맞춰 주는 데 급급했다.

그간 연산을 다룬 대부분 그 어떤 것으로도 막을 수 없는 폭주하는 폭군으로 그렸지만 ‘역적’은 연산의 변화를 천천히 차곡차곡 쌓아가며 새로운 해석을 내놓는다. 성군을 꿈꾸는 연산을 통해 바른 목적을 가지더라도 방법이 잘못되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차분히 그려나간다. 자원(박수영)의 역할도 크다. 충신과 간신의 경계에 서서 맹목적인 충성심이 불러오는 파국을 전달한다.

무오사화를 연기할 당시 눈빛에 활활 타오르는 불을 담았던 김지석은 이제 그 분노를 거둬내고 평온함과 고요함을 담은 채 성군이 되기 위해 한발 한발 나아가는 연산을 연기해내 캐릭터의 다층성을 확보했다. 그런 그가 무오사화보다 더 큰 파장을 일으킨 갑자사화를 어떻게 그려낼지도 관전 포인트다.

목표가 뚜렷하지만 그 곳으로 가기 위한 걸음이 매번 헛발질인 연산, 그는 어떤 파국으로 치달을까? ‘역적’은 매주 월, 화요일 밤 10시 방송.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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