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잘 컸어요”...이세영의 #고민 #교육재단 #백의얼굴(인터뷰②)

[텐아시아=현지민 기자]

배우 이세영이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실제로 만난 배우 이세영은 생각보다 더 어른스러웠다. 꼼꼼하고 진중했다. 평소에 사용하는 다이어리와 펜을 들고 인터뷰 자리에 나타난 그는 어떤 답변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정리했다. 메모를 하는 습관이 있다고 말했다. 보여주기 위한 행동이 아니었다. 이세영은 질문을 받으면 꽤 시간을 들여 고민한 뒤 답변을 내놨다.

아역배우로 데뷔한 이세영은 줄곧 차갑고 도도한 이미지의 캐릭터로 대중들에게 각인됐다. 도회적 외모가 강한 무기였지만 이세영은 자신의 이미지에 대해 걱정했다. 지금까지 보여준 것들이 자신의 한계일까 봐 무서웠다. 그런 걱정은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 민효원 캐릭터를 낳았고, 앞으로 더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줄 이세영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10. ‘월계수’ 전엔 아역배우의 이미지가 강했다면, 이젠 어엿한 성인배우 느낌이다. 공백기 동안 초조한 마음은 없었을까?
이세영: 초조함은 아니지만, 지금 내 나이에 할 수 있는 모습들을 놓치지 않고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은 있었다. 같은 모습이 아니라 다양한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배우로서 발전이 없고 지금까지 보여준 게 내 한계일까 봐 걱정했었다. 최고는 아니더라도 꾸준히 성장하는 배우가 되고 싶은데, 연기 능력은 타고나는 걸까 고민을 했었다.

10. 이번 작품이 그런 고민을 조금은 덜어줬을까?
이세영: ‘월계수’에서 내가 대단한 연기를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부족한 게 많고 갈 길이 멀다. 그래도 그간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만족한다.

10. 고민이 많은 만큼 맡고 싶은 배역도 많을 것 같다.
이세영: 내가 지금까지 해보지 않았던 역할이라면 다 해보고 싶다. 어렸을 때 내가 한 인터뷰에서 장희빈 역을 해보고 싶다더라. 지금도 마찬가지다. 또 어렸을 땐 꿈이 액션배우였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액션배우가 되고 싶었다. 아버지가 액션을 좋아해서 함께 보면서 그런 꿈이 생겼다. 그런 꿈을 꿀 당시엔 ‘시크릿 가든’ 하지원 선배님이 나오기 전이었다.(웃음) 게다가 난 신체적 조건과 체력이 많이 부족하더라. 대표적 액션배우는 고사하고 액션연기에 도전해보고 싶다.

10. 액션에 관심이 많으면 익스트림 스포츠도 즐기는지?
이세영: 그건 못 한다. 보드·스키도·롤러스케이트도 못 탄다. 내가 너무 뻔뻔했나? 그래도 운동은 좋아한다. 아니, 운전연습부터 해야겠다.

10. 뭐든 끝은 ‘연기’로 향한다. 배우 생활을 하는 데 동기부여를 주는 것들이 있다면?
이세영: 정말 많은 것들이 내 동기부여가 된다. 내 일상, 내가 듣는 음악, 어릴 때부터 가졌던 꿈 등. 나는 어릴 때부터 ‘내가 죽은 후에 아무도 날 기억하지 못하면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다 보니 누군가에게 좋은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지금 상황에 빗대자면, 내 연기를 보고 많은 사람들이 재미도 힐링도 느꼈으면 좋겠다. 재단을 만들고자 하는 꿈도 있는데 이 역시 내가 활동을 하는 데 의미를 부여해준다.

10. 어떤 재단?
이세영: 아이들의 교육에 대해 관심이 많다. 꿈이 있지만 기회가 없는 친구들을 위한 재단을 만들고 싶다. 한국의 편향된 교육은 다양한 인재 양성을 막는다고 생각한다. 보습학원 강사가 꿈인 적도 있다. 동네에서 아이들을 모아 시간 분배를 하는 법을 알려주고 떡볶이를 먹으면서 추억을 쌓고 싶었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학원을 몇 개씩 다니며 각박하게 산다. 내가 재벌은 아니라 엄청난 재단을 만들 순 없겠지만, 소수의 친구들에게라도 도움을 주고 싶다. 이런 꿈을 떠올리면 지치다가도 기운이 난다.

10. 어떻게 아이들의 교육에 관심을 갖게 됐을까?
이세영: 나는 아역으로 활동을 했기 때문에 학교생활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조퇴증을 끊어서 촬영을 하러 가는데, 친구들이 날 부러워하더라. 학교가 재미있으면 나 같은 애들을 불쌍하게 생각해야 하는데 말이다. 물론, 나 역시 친구들과 땡땡이를 치고 놀기도 했지만.(웃음)

10. 꿈을 위해 또 달려야겠다. 이세영은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가.
이세영: 좋은 배우들 이름 앞엔 ‘천의 얼굴’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내가 그 정도 깜냥은 안 된다. ‘백의 얼굴’ 정도는 목표로 해도 되지 않을까. 다양한 모습을 표현할 수 있는 배우가 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할 거다. 전작보다 아주 조금이라도 발전하는 사람이고 싶다.

배우 이세영이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이승현 lsh87@

현지민 기자 hhyun418@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