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현지민 기자]
KBS 한호섭 CP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KBS 한호섭 CP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시사교양 프로그램, 다큐멘터리 등이 주를 이룬다. 대중들이 흔히 볼 수 있는 톱스타보다는 각계 전문가들이 등장한다. 대한민국에서는 유일하게 광고를 방영하지 않는 채널이기도 하다. 때문에 언제부터 KBS 1TV는 ‘지루하다’는 이미지로 굳어졌다.

그런 KBS 1TV에 새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 1월엔 재미있는 기부를 표방한 ‘블루라이팅 페스티벌’이 개최됐고, 지난해 9월 종영한 창업 프로젝트 ‘도전!K-스타트업 2016’에는 신동엽이 MC로 등장해 자신의 사업 실패담을 털어놓으며 유쾌한 진행을 선보였다. 올바른 우리말을 가르치는 ‘안녕 우리말’에는 아이오아이, 걸스데이 민아, 아이린 등 걸그룹들이 참여하며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그 중심엔 예능국에서 PD로 활동하다가 KBS 1TV 제작투자부로 넘어온 한호섭 CP가 있었다.

“15~20년 전엔 KBS 1TV의 평균시청자의 나이가 40대 초반이었어요. 장수 프로그램과 함께 시청자 층도 높아졌죠. 결국 채널도 노후화가 되고 있는 거예요. 그러니 기존 시청자들이 즐길 수 있으면서도 새로운 시청자를 끌 수 있는 프로그램이 제작돼야 하죠. 많은 도전을 하고 있는데, 주변에서 가끔 ‘KBS 1TV같지 않은 프로그램’이라는 평가를 해주곤 해요. 모두 변신의 과정이죠. 단번에 성공할 순 없지만 포기할 수도 없죠.”

그는 최근 신개념 기부쇼를 국내에 선보였다. 실제로 유럽에서는 파티를 개최하며 그 안에서 사람들이 즐겁게 기부를 할 수 있는 장이 마련돼 있다. 이를 차용한 ‘블루라이팅 페스티벌’은 또 하나의 새로운 도전이었다. 1030 젊은 층이 즐길 수 있으면서 4060의 공감도 이끌어낼 수 있는 기부쇼다.

“우리나라에도 유쾌한 기부쇼가 필요할 것 같다며 유니세프에서 제안이 들어왔어요. 불우한 환경에 있는 사람들의 영상을 내보내며 ‘도와달라’고 호소하는 것보다 즐거움과 의미를 한 번에 찾을 수 있는 신개념 도네이션 방송을 기획한 거죠. 실제로 방송 톤도 화려하게 조정했고 방송인 김국진과 소녀시대 수영을 MC로 세웠어요. 단발성으로 끝나긴 했지만 이런 시도를 꾸준히 할 생각입니다.”

제작비 문제는 여전한 딜레마다. 한 CP는 “교양, 예능, 다큐멘터리, 드라마 등 제작비가 천차만별이다. 기획자 입장에선 항상 배가 고프다”라고 토로했다. 그럼에도 그는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지 않겠냐며 소탈하게 웃었다.

한 CP는 무엇보다 재미있는 프로그램이 대중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다고 확신했다. 공익적 이미지를 가진 KBS 1TV지만, 마냥 착하면 묻힐 것이라고 지적했다.

“착하지만 매력이 없는 프로그램을 항상 경계해요. 자연스러운 재미가 있어야 대중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으니까요. 어렵죠. 더 많은 아이디어를 만들어내고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게 KBS 1TV의 숙명 아닐까요. 하하.”

재미를 추구하는 한 CP의 성향은 그저 프로그램 기획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었다. 그는 ‘KBS의 잭블랙’이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다소 정적인 분위기의 방송국에서 밴드를 만들었고 공연을 올렸다. 헌정을 한다는 의미의 밴드명 ‘더 트리븃’에는 개그맨 윤형빈·송중근·송병철·방송인 박슬기·고구려 밴드 등이 속해있다.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밴드예요. 동호회 내에 상하관계는 없어요. 방송 기회를 얻지 못하는 방송인이나 FD 등도 모두 행복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한 CP를 필두로 한 밴드는 지난달 28일에 ‘광대의 한’이라는 기부콘서트를 진행했다. 윤형빈·송중근·송병철·박슬기 등이 참여했다. 특히 이번 콘서트에는 방송으로는 공개하기 힘든 폭탄 발언이 더해진 토크 콘서트와 90년대 음악을 라이브로 들으며 추억할 수 있는 명곡 콘서트, 짧은 개그쇼까지 알차게 구성돼 관객들의 호응을 얻었다. 꾸준한 기획을 통해 지속적인 공연을 꾀한다고.

“바쁘다는 이유로 자주 활동을 하진 못했는데, 좋은 기회를 얻게 됐습니다. 티켓 수익금을 기부하며 보다 큰 의미를 찾으려고 해요. 솔직히 얘기하면, 내가 좋아서 시작한 활동이었죠. 하지만 나의 작은 활동이 누군가에게 울림을 줄 수 있다면 그게 진정한 힐링 아닐까요.”

KBS 한호섭 CP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KBS 한호섭 CP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현지민 기자 hhyun418@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