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조현주 기자]
‘루시드 드림’ 스틸컷 / 사진=NEW 제공
‘루시드 드림’ 스틸컷 / 사진=NEW 제공
아들이 납치됐다. 유괴범에게는 전화 한 통 없다. 그렇게 3년이 지났다. 고통의 나날이었다. 그러다 인터넷 기사로 루시드 드림을 이용한 수사를 알게 된다. 아빠는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3년 전 아들이 납치된 순간으로 기억을 돌이킨다.

루시드 드림. 한국말로 말하면 자각몽으로 꿈속에서 꿈을 꾸고 있다는 걸 자각하는 걸 의미한다. 루시드 드림에서는 내 의지대로 움직이고 제약 없이 원하는 모든 걸 할 수 있다. 신비롭고 미지의 세계인만큼 실제 루시드 드림을 꾸는 법과 후기 등이 인터넷과 동호회 등을 통해 활발하게 공유되고 있다. 영화 ‘루시드 드림’(감독 김준성)은 꿈을 통해 범인의 단서를 추적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영화 ‘인셉션’(2010)을 통해 자각몽을 선보인 적이 있으나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선보이는 소재다.

대기업 비리 고발 전문 기자 대호(고수)는 3년 전 놀이공원에서 아들 민우를 납치당한다. 그는 자신에게 원한을 품을 만한 사람들을 찾아가 민우의 행방을 찾으나 그 어느 곳에서도 단서를 찾을 수가 없다. 그러던 중 꿈을 이용한 수사 기법을 인터넷을 통해 접하게 되고 이를 시도한다. 루시드 드림을 통해 꿈속으로 들어간 대호는 그 날의 기억을 돌이키며 자신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용의자들을 쫓는다.

‘루시드 드림’ 스틸컷 / 사진=NEW 제공
‘루시드 드림’ 스틸컷 / 사진=NEW 제공
영화는 현실과 꿈, 꿈과 현실을 오가는 대호를 쫓으며 사건의 진실을 파헤친다. 숨 가쁜 추격전부터 퍼즐을 하나씩 맞춰가는 과정이 꽤나 흥미롭다. 꿈속에 갇히거나 남의 꿈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 등 ‘인셉션’과 오버랩되는 부분들도 다수 있다. ‘디스맨’(전세계 수많은 사람의 꿈속에 공통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라는 미스터리한 캐릭터와 대호가 후반부에 범인과 처절한 격투를 벌이는 장면은 극의 백미다. 고층 건물이 우르르 무너지며 SF 스릴러의 방점을 찍는다.

자각몽이라는 다소 어려운 개념을 말하는 작품인 만큼 영화는 부성애 코드를 녹여 보편적인 정서를 이끌어냈다. 잃어버린 아이를 찾기 위한 아빠의 처절한 몸부림이 스크린을 가득 수놓는다. 김준성 감독은 “우리 영화는 믿음에 관한 이야기다. 대호가 루시드 드림을 하는 이유는 아들이 살아있다는 간절한 믿음 때문”이라고 말했다. 고수는 “대호에게 루시드 드림은 희망과 믿음이다. 마지막 한 지점을 향해 달려 나갔다”고 설명했다. 고수는 그야말로 질긴 부성애를 보여준다. 살을 18kg 증감을 했다ㅡ 극 초반과 중반 이후의 모습이 확연히 다르다.

‘루시드 드림’ 스틸컷 / 사진=NEW 제공
‘루시드 드림’ 스틸컷 / 사진=NEW 제공
하지만 이야기의 얼개는 SF스릴러답지 않게 평면적으로 흘러간다. 루시드 드림을 이용해 범인을 쫓는 과정은 긴장감 넘치나 단선적이다. 자각몽과 공유몽 등 익숙지 않은 소재를 계속해서 말로써 풀어내거나 인물들 간의 관계가 유기적으로 연관되지 않은 패착으로 보인다. 대호의 캐릭터는 잘 살았지만 그들의 조력자로 나오는 설경구와 강혜정 캐릭터는 아쉬움을 남겼다. 특히 정신과 의사 소현 역의 강혜정은 그저 루시드 드림을 소개하기 위한 캐릭터로만 소비되는 느낌이 짙다.

그럼에도 ‘루시드 드림’이 한국 영화 장르의 확장성에 기여한 부분은 무시할 수 없다. 꿈이라는 다소 생소한 재료와 59억의 적은 예산으로 현실과 꿈을 차별화하는 높은 퀄리티의 CG를 구현했다.

22일 개봉. 15세 관람가. 러닝타임 101분.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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