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은진 기자]
영화 ‘재심’ 스틸컷/사진제공=오퍼스 픽쳐스
영화 ‘재심’ 스틸컷/사진제공=오퍼스 픽쳐스
삼성반도체 사건을 고발한 전작 ‘또 하나의 약속’도, 약촌 오거리 사건을 다룬 ‘재심’도 김태윤 감독의 계획 속에 존재하지 않았던 작품이다. 하지만 김 감독은 오히려 계획하지 않았기 때문에 두 영화를 만들 수 있었다고 말한다. 이렇듯 “계획 없이 산다”라는 말은 누군가에게는 “한계를 두지 않는다”의 의미를 갖기도 한다.

10. 정우가 맡은 준영 역이 보통의 고정관념을 깬 신선한 변호사의 모습을 보여준다. 캐릭터 설정에 공을 많이 들였을 듯 한데?
김태윤: 사실 준영 캐릭터는 실제 인물인 박준영 변호사를 만났을 때 확 떠올랐다. 박준영 변호사와 만나 이야기를 나눴는데, 순간적으로 캐릭터에 대한 셋팅이 됐다.

10. 박준영 변호사와는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김태윤: 처음에는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고, 그 다음에는 박준영 변호사가 어떻게 살아왔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그 이야기가 영화에 그대로 담겼다.

10. 정우가 촬영하면서 욕심을 많이 내 김태윤 감독을 많이 괴롭혔다고 하던데?
김태윤: 감독 입장에서는 배우들이 그렇게 해주면 너무 고맙다. 보통 한 번 만 더 가자고 부탁하는 경우가 많은데 반대라서 너무 고마웠다. 그리고 이번에 함께 작업하면서 깜짝 놀랐다. 정우라고 하면 보통 편하게 연기하는 배우라고 알고 있는데, 연기할 때 집요하게 파고들더라. 편안한 연기가 나오기 위해서 엄청나게 준비하는 배우였다.

10. 주연 배우들 뿐만 아니라 조연 배우들의 연기도 인상적이었다. 특히 한재영의 임팩트가 강했다
김태윤: 술자리에서 만났는데, 대본을 다 외워 왔더라. 대본을 다 외워서 그 자리에서 연기를 막 하는데 잘하더라. 진짜 시골형사 같았다. 그래서 바로 그 자리에서 캐스팅하기로 결정했다. 감독으로서 그렇게 하면 안 되는데 (웃음) 그냥 그 자리에서 단번에 결정하게 됐다.

10. 이동휘도 의외의 모습을 선보였다.
김태윤: 동휘 씨는 원래 눈여겨 보던 배우인데 매번 코믹한 역할만 하더라. 동휘 씨도 가만히 보고 있으면 서늘한 느낌이 든다. 눈매나 얼굴 선에 날카로운 느낌이 있다. 그리고 동휘 씨 같은 경우는 변호사 역에 어울리냐는 얘기가 많았는데, 연기력으로 다 커버할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영화 ‘재심’ 스틸컷/사진제공=오퍼스 픽쳐스
영화 ‘재심’ 스틸컷/사진제공=오퍼스 픽쳐스
10. 촬영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이 있나?
김태윤: 영화에서 법정 신이 없기 때문에 법정 신의 느낌이 나는 장면을 만들어야해서 고민을 많이 했다. 영화 중반 로펌에서 준영(정우)과 창환(이동휘)가 치고 받는 장면이 있는데 그 장면이 법정 신의 대용이다. 그 장면이 준영이라는 캐릭터가 변화하는 지점이기 때문에 가장 좋았다. 찍으면서도 가장 인상 깊었다.

10.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준영이 변론을 시작하는 장면이다. 끝을 확실하게 맺지 않은 이유가 있나?
김태윤: 그 장면에서 약간 실망하는 분들도 계실텐데, 우리 영화에는 법정 장면이 거의 없다. 어쨌건 현재도 진행 중인 사건이기 때문에 보통의 법정 장면 처럼 마지막에 무죄 판결을 받고 다같이 일어나서 박수치고, 울고 하는 그런 장면은 못 찍겠더라.

10. ‘재심’은 지금 같은 현실에 많은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영화 같다.
김태윤: 지금은 어떤 영화가 개봉해도 의미가 생길 것 같다. (웃음) 어쨌거나 지금은 사회가 혼란스럽고 힘든 상황이라 우리 영화를 보고 ‘이런 변호사도 한 명 쯤 있구나’라는 작은 희망을 보셨으면 좋겠다.

10. 개봉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흥행에 대한 부담은 없나?
김태윤: 얼마전에도 정우랑 얘기를 했는데, 흥행은 누군가가 주는 선물이지 의도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그런 점에서 손익 분기점만 넘어도 행복할 것 같다.

10. 앞으로의 계획이 있나?
김태윤: 사실 나는 계획 없이 사는 사람이다. 오히려 무언가를 계획하면 잘 안되더라. 계획을 했으면 결과가 무서워서 영화도 만들지 못했을 것 같다. 그래서 앞으로도 쭉 계획 없이 살 것 같다.

이은진 기자 dms3573@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