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수경 기자]
SBS 월화드라마 ‘피고인’ 영화 ‘더 킹’ 포스터 / 사진제공=SBS, NEW
SBS 월화드라마 ‘피고인’ 영화 ‘더 킹’ 포스터 / 사진제공=SBS, NEW
같은 ‘검사’ 캐릭터를 다른 방식으로 조명한 작품이 스크린과 안방 극장에서 각각 화제 몰이 중이다. ‘부패 검사’를 ‘부패 검사 꿈나무’의 시선으로 바라본 영화 ‘더 킹’, 남편과 가장의 이미지를 덧입힌 ‘아빠 검사’를 내세워 사건을 전개해나가는 ‘피고인’ 이야기다.

지난 1월 18일 개봉한 영화 ‘더 킹'(감독 한재림)은 99%의 평범한 검사였던 박태수(조인성)가 대한민국을 좌지우지하는 1%의 권력을 쥔 부장검사 한강식(정우성)을 만나 ‘진짜 왕’으로 올라서기 위해 펼치는 고군분투를 그렸다.

‘더 킹’은 목포의 고등학생 ‘짱’이었던 박태수의 내레이션으로 시작된다. 싸움의 세계만 알고 살던 박태수는 진짜 권력은 검사에게 있다는 것을 깨닫고 공부에 몰입해 서울대 출신 검사가 된다. 그러나 그는 그 너머에 대한민국을 주무르는 거대 권력의 숨통, 비선 실세 ‘한강식 라인’이 있다는 것을 알게된 후 그 라인을 타기 위해 노력한다.

이처럼 ‘더 킹’은 ‘정치 검사 꿈나무’가 ‘정치 검사’의 세계에 들어가 그들의 민낯을 드러내보이는 영화다.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와 정확히 맞물리며 짜릿한 느낌을 줬던 후반부의 총알 장면·빈잔 돌리기 등 화려한 이미지너리 라인(imaginary line, 영화에서 주제를 연결하는 동선), 고 노무현·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정국을 꼬집은 장면 등 연출 면에서 새로운 시도가 돋보였다. 표정 변화 하나 없이 능청스러운 얼굴로 ‘그들만의 리그’나 다름없는 법무부에 맞선 안희연 검사(김소진) 또한 오랜만에 스크린에서 보는 정의 검사의 얼굴이었다.

개봉 첫 날 관객수 28만8972명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1위로 출발한 ‘더 킹’은 개봉 20일째인 6일 누적 관객수 500만78명을 돌파하며 현재 박스오피스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더 킹’이 비교적 전통적인 방식으로 검사 캐릭터를 연출했다면, SBS 월화드라마 ‘피고인'(극본 최수진, 연출 조영광) 속 검사의 얼굴은 보다 색다르다.

‘피고인’은 서울 중앙지검 강력부의 잘 나가던 검사에서 하루 아침에 기억을 잃고 사형수로 전락해버린 박정우의 투쟁 일지를 그린 드라마.지성이 맡은 박정우 검사는 직업적인 측면에서 주로 보여졌던 검사의 내면을 파고들어 가장이나 남편, 또는 ‘누군가의 아빠’ 이미지를 씌운 캐릭터다.

토끼같은 아내, 딸과 행복한 가정을 꾸려가던 에이스 검사와 기억을 잃은 채 하루하루 끔찍하게 살아가는 ‘사형수 3866’으로서 박정우의 생활이 교차되며 극이 전개되기 때문에, ‘아빠”가장”남편’의 이미지가 입혀진 지성의 검사 캐릭터는 극의 전개에서도 중추적 역할을 담당한다.

‘피고인’에 대한 반응은 뜨겁다. 첫 방송부터 시청률 14.5%(이하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돌파하며 상승해왔고, 가장 최근 방영된 4회는 3회보다 1.4% 상승한 수치로 18.7%를 기록했다.

절대악으로 분한 엄기준과 진정성있는 연기를 보여주는 지성과의 대결 구도,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스토리,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연출 등 ‘피고인’의 인기를 이끄는 요소는 많지만, ‘박정우’라는 새로운 검사 캐릭터가 던지는 신선함도 그 중 하나라는 평이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더킹’의 검사는 민중을 위한 ‘정의의 검’을 든 검사가 아닌, 민중 정의를 해치는 ‘살인의 검’을 든 검사로 ‘악당’으로 표현됐다. 연출 면에서 차별화된 콘셉트와 아이디어가 있었지만, 스타 배우 캐스팅에 대한 고집이 보여 조금 아쉽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검사’는 한국 영화에서는 악당, 드라마에서는 영웅으로 표현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피고인’은 이처럼 평면적인 선악 구도로 검사를 그리는 대신,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던 그의 내면을 비췄다”라며 ‘피고인’이 좀 더 신선하게 다가간 이유로 “전통적으로 검사를 표현해왔던 방식에 변주를 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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