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현지민 기자]
정인선: 누가 봐도 극중 캐릭터인 한진아처럼 보이길 원했다. 비슷한 캐릭터를 연기했었다면 참고하는 게 쉬웠을 텐데 생소한 인물이었기 때문에 비주얼부터 가까워지려고 노력했다. 헤어, 메이크업부터 스타일링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걷는 자세나 제스처 등도 고민했다.
10. 이전 작품들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연기였다.
정인선: 전엔 예쁘지 않아도 되는 역할을 주로 했었다. 때문에 스타일리스트 등의 도움이 아니라 스스로 완벽한 준비를 해야 했다. 내가 촬영장에 누가 되면 안 된다는 생각이 강해서 스스로를 채찍질 하다 보니 외로움이 있었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는 외롭지 않았다.
10. 작품이 주는 의미가 크겠다.
정인선: 내가 현대극 연기를 할 수 있는지, 학생 외의 캐릭터를 할 수 있는지, 로맨스 연기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대답이 됐다. ‘맨몸의 소방관’ 이후 많은 분들이 조건 없는 사랑을 줬다. 특히 ‘미니시리즈나 연속극에서 보고 싶다’는 반응을 봤다. ‘무려 4회나 내 얼굴을 보고도 질리지 않는 구나’라는 기분이 들어서 행복하더라. 개인적으론 내 그릇이 한없이 작다고 생각했는데 말이다.
10. 스스로를 과소평가한다.
정인선: 그런 말을 종종 듣긴 한다. 그래도 나는 단계를 밟으며 성장해야한다고 믿는다. 어떤 작품을 시작하면서 목표치를 설정하면 그 이상의 욕심은 안낸다.
10. 어렸을 때부터 연예계 생활에 뛰어들어서일까. 생각도 많고 진중한 느낌이다.
정인선: 아역부터 시작했던 배우들이 빨리 철든다고 하더라.(웃음)
10. 영화 ‘한공주’의 정인선을 기억한다. 지금과 분위기가 전혀 달라 같은 인물인지 몰랐다.
정인선: 그런 반응이 재미있어 색다른 연기에 계속 도전한다. 물론 고정적인 이미지가 없기 때문에 ‘얘가 걔야?’라는 반응이 나오는 걸 수도 있다. 그래서 한편으론 앞세울 수 있는 캐릭터가 생길까봐 두려움도 있었다. 소위 ‘인생캐릭터’를 찾아가는 직업을 하고 있으면서도 그게 겁이 났다. 그런데 ‘맨몸의 소방관’을 하면서 마음을 바꾸게 됐다. 나 스스로를 믿고 적극적으로 재미있고 매력적인 캐릭터를 찾는 데 도전할 생각이다.
10. 빨리 주연작으로 대중들에게 인식이 돼야한다는 조바심은 없었을까?
정인선: 이기적일 수 있지만, 아직은 내 연기가 어떻게 보이는지 걱정보단 나 스스로의 능력을 증명하는 것에 심취해있다. 만약 빨리 눈에 보이는 성과를 만들어 내고자 했다면 내 역량보다 큰 작품을 만나는 상황이 생겼을 거다. 사랑을 받으려면 그만큼 가치가 있는 사람이 돼야한다. 조바심을 낼 새도 없이 나 스스론 바빴다.
10. 6살 때 연기를 시작했다. 생활이 익숙해질 법도 한데.
정인선: 어렸을 때부터 동화구연도 좋아했고 공주병도 심했다.(웃음) 그래서 촬영장도 마냥 재미있었다. 힘든 것도 없었다. 2시간 밖에 못자고 학교를 가는 데도 즐거웠던 기억이 난다.
10. 처음 카메라 앞에 섰던 순간을 기억할까?
정인선: 기억이 날 수밖에. 개봉3동에 살던 평범한 아이였는데 갑자기 여의도 촬영장에 가게 됐다. 카메라 앞에서 떨지도 않았다. 얼마나 뻔뻔했는지. 예전 비디오영상을 보면 어린 내가 캣워크를 하면서 걸어 다닌다. 아빠한테 ‘레디 액션’을 외쳐달라고 요구하곤 했다더라.
10. 연기 경력이 21년차다. 다른 직종은 가져본 적도 없다. 지겨운 적은 없었나?
정인선: 그런 생각이 들 수가 없다. 못해본 역할이 너무 많다. 21년 동안 연기만 죽어라 판 건 아니다. 여행도 다니고 사진도 찍고 글도 쓰고 노래도 했다. 그런데 모든 출발이 연기였다. 다른 취미활동이 생겨도 그것을 연기와 접목시키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10. 슬럼프는 없었나?
정인선: 계속 있다. 이렇게 인터뷰를 잘 해놓고도 집에 가서 잠에 들기 전에 찾아오는 게 슬럼프다. 끊임없이 내 그릇의 한계를 본다. 내성이 생겨서 그런지 대단하게 슬럼프에 젖어들진 않는다. 만약 내가 어딘가에 꽁꽁 숨어서 나오지 않는다면 그땐 ‘정말 슬럼프’일 거다.
10. 단편부터 주연작까지 필모그래피가 어마어마하다.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다면?
정인선: tvN ‘빠스껫 볼’이라는 작품에서 거지 역할을 맡았다. 점차 성장하며 북한군의 장교가 되는 캐릭터였는데 드라마가 잘 안돼서 중간에 끝나버렸다. 멋있는 성장을 기대했는데 남은 건 ‘거지짤’밖에 없었다. 극적인 변화를 위해서 얼굴에 까만 칠도 했는데 말이다. 당시 감독님한테 이까지 까맣게 칠하면 어떻겠냐고 했었는데 감독님이 말렸다. 만약 이까지 칠했다면… 생각하기 싫다.(웃음) 그만큼 겁 없이 역할에 달려들 수 있었던 작품이라 기억에 남는다.
10. 이후 JTBC ‘마녀보감’에서 김새론의 친모를 연기해 이슈를 모았다.
정인선: 강력한 신기를 가졌지만 흑주술의 제물이 돼 억울하게 최후를 맞는 인물이었다. 그 정도의 역할을 내가 수행할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었다. 워낙 색다른 모습이라 ‘잘해도 중박’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첫 방송 방영 때도 주변에 출연 사실을 얘기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방송 직후 내 이름이 포털사이트에 올라가더라. ‘이게 뭐지’라는 생각이 들더라. 연기에 있어서 조금 더 욕심을 내도 괜찮겠다는 다짐을 하게 해준 작품이다. 운명처럼 만난 ‘맨몸의 소방관’도 20대 후반의 내 모습을 발견해줬다는 의미에서 소중하다.
10. 연기를 하며 생긴 연기관이 있을 것 같다.
정인선: 좋은 사람이 연기도 잘 할 수 있다고 믿는다. 형용사에 갇히지 않는 포괄적인 배우가 되는 게 내 바람이다. 칭찬에 안주해 붕 뜨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다. 차기작에선 3초만 얼굴을 드러낼 수도 있다.(웃음)
현지민 기자 hhyun418@tenasia.co.kr
고작 6살에 데뷔해 어느덧 21년째 배우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배우 정인선에겐 빨리 대중들에게 이름을 알려야 한다는, 혹은 주연작을 통해 화제를 모아야 한다는 욕심이 없었다. ‘얘가 걔야?’라는 반응을 보며 짜릿함을 느꼈고 때문에 연기적 도전을 멈출 수가 없다고. ‘노력하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던데, 못해본 역할이 많아 지루할 틈이 없다며 해맑게 웃는 정인선은 마냥 행복해보였다.10. 최근 종영한 KBS2 ‘맨몸의 소방관’에서 차가운 분위기의 상속녀를 연기했다. 캐릭터 구축에 고민을 많이 했다고 들었다.
정인선: 누가 봐도 극중 캐릭터인 한진아처럼 보이길 원했다. 비슷한 캐릭터를 연기했었다면 참고하는 게 쉬웠을 텐데 생소한 인물이었기 때문에 비주얼부터 가까워지려고 노력했다. 헤어, 메이크업부터 스타일링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걷는 자세나 제스처 등도 고민했다.
10. 이전 작품들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연기였다.
정인선: 전엔 예쁘지 않아도 되는 역할을 주로 했었다. 때문에 스타일리스트 등의 도움이 아니라 스스로 완벽한 준비를 해야 했다. 내가 촬영장에 누가 되면 안 된다는 생각이 강해서 스스로를 채찍질 하다 보니 외로움이 있었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는 외롭지 않았다.
10. 작품이 주는 의미가 크겠다.
정인선: 내가 현대극 연기를 할 수 있는지, 학생 외의 캐릭터를 할 수 있는지, 로맨스 연기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대답이 됐다. ‘맨몸의 소방관’ 이후 많은 분들이 조건 없는 사랑을 줬다. 특히 ‘미니시리즈나 연속극에서 보고 싶다’는 반응을 봤다. ‘무려 4회나 내 얼굴을 보고도 질리지 않는 구나’라는 기분이 들어서 행복하더라. 개인적으론 내 그릇이 한없이 작다고 생각했는데 말이다.
10. 스스로를 과소평가한다.
정인선: 그런 말을 종종 듣긴 한다. 그래도 나는 단계를 밟으며 성장해야한다고 믿는다. 어떤 작품을 시작하면서 목표치를 설정하면 그 이상의 욕심은 안낸다.
10. 어렸을 때부터 연예계 생활에 뛰어들어서일까. 생각도 많고 진중한 느낌이다.
정인선: 아역부터 시작했던 배우들이 빨리 철든다고 하더라.(웃음)
정인선: 그런 반응이 재미있어 색다른 연기에 계속 도전한다. 물론 고정적인 이미지가 없기 때문에 ‘얘가 걔야?’라는 반응이 나오는 걸 수도 있다. 그래서 한편으론 앞세울 수 있는 캐릭터가 생길까봐 두려움도 있었다. 소위 ‘인생캐릭터’를 찾아가는 직업을 하고 있으면서도 그게 겁이 났다. 그런데 ‘맨몸의 소방관’을 하면서 마음을 바꾸게 됐다. 나 스스로를 믿고 적극적으로 재미있고 매력적인 캐릭터를 찾는 데 도전할 생각이다.
10. 빨리 주연작으로 대중들에게 인식이 돼야한다는 조바심은 없었을까?
정인선: 이기적일 수 있지만, 아직은 내 연기가 어떻게 보이는지 걱정보단 나 스스로의 능력을 증명하는 것에 심취해있다. 만약 빨리 눈에 보이는 성과를 만들어 내고자 했다면 내 역량보다 큰 작품을 만나는 상황이 생겼을 거다. 사랑을 받으려면 그만큼 가치가 있는 사람이 돼야한다. 조바심을 낼 새도 없이 나 스스론 바빴다.
10. 6살 때 연기를 시작했다. 생활이 익숙해질 법도 한데.
정인선: 어렸을 때부터 동화구연도 좋아했고 공주병도 심했다.(웃음) 그래서 촬영장도 마냥 재미있었다. 힘든 것도 없었다. 2시간 밖에 못자고 학교를 가는 데도 즐거웠던 기억이 난다.
10. 처음 카메라 앞에 섰던 순간을 기억할까?
정인선: 기억이 날 수밖에. 개봉3동에 살던 평범한 아이였는데 갑자기 여의도 촬영장에 가게 됐다. 카메라 앞에서 떨지도 않았다. 얼마나 뻔뻔했는지. 예전 비디오영상을 보면 어린 내가 캣워크를 하면서 걸어 다닌다. 아빠한테 ‘레디 액션’을 외쳐달라고 요구하곤 했다더라.
정인선: 그런 생각이 들 수가 없다. 못해본 역할이 너무 많다. 21년 동안 연기만 죽어라 판 건 아니다. 여행도 다니고 사진도 찍고 글도 쓰고 노래도 했다. 그런데 모든 출발이 연기였다. 다른 취미활동이 생겨도 그것을 연기와 접목시키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10. 슬럼프는 없었나?
정인선: 계속 있다. 이렇게 인터뷰를 잘 해놓고도 집에 가서 잠에 들기 전에 찾아오는 게 슬럼프다. 끊임없이 내 그릇의 한계를 본다. 내성이 생겨서 그런지 대단하게 슬럼프에 젖어들진 않는다. 만약 내가 어딘가에 꽁꽁 숨어서 나오지 않는다면 그땐 ‘정말 슬럼프’일 거다.
10. 단편부터 주연작까지 필모그래피가 어마어마하다.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다면?
정인선: tvN ‘빠스껫 볼’이라는 작품에서 거지 역할을 맡았다. 점차 성장하며 북한군의 장교가 되는 캐릭터였는데 드라마가 잘 안돼서 중간에 끝나버렸다. 멋있는 성장을 기대했는데 남은 건 ‘거지짤’밖에 없었다. 극적인 변화를 위해서 얼굴에 까만 칠도 했는데 말이다. 당시 감독님한테 이까지 까맣게 칠하면 어떻겠냐고 했었는데 감독님이 말렸다. 만약 이까지 칠했다면… 생각하기 싫다.(웃음) 그만큼 겁 없이 역할에 달려들 수 있었던 작품이라 기억에 남는다.
10. 이후 JTBC ‘마녀보감’에서 김새론의 친모를 연기해 이슈를 모았다.
정인선: 강력한 신기를 가졌지만 흑주술의 제물이 돼 억울하게 최후를 맞는 인물이었다. 그 정도의 역할을 내가 수행할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었다. 워낙 색다른 모습이라 ‘잘해도 중박’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첫 방송 방영 때도 주변에 출연 사실을 얘기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방송 직후 내 이름이 포털사이트에 올라가더라. ‘이게 뭐지’라는 생각이 들더라. 연기에 있어서 조금 더 욕심을 내도 괜찮겠다는 다짐을 하게 해준 작품이다. 운명처럼 만난 ‘맨몸의 소방관’도 20대 후반의 내 모습을 발견해줬다는 의미에서 소중하다.
10. 연기를 하며 생긴 연기관이 있을 것 같다.
정인선: 좋은 사람이 연기도 잘 할 수 있다고 믿는다. 형용사에 갇히지 않는 포괄적인 배우가 되는 게 내 바람이다. 칭찬에 안주해 붕 뜨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다. 차기작에선 3초만 얼굴을 드러낼 수도 있다.(웃음)
현지민 기자 hhyun418@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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