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하진 기자]
배우 오진영이 서울 중구 청파로 한경텐아시아 루이비스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배우 오진영이 서울 중구 청파로 한경텐아시아 루이비스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2002년 뮤지컬 ‘한여름밤의 꿈’으로 데뷔한 배우 오진영. 어느덧 15년째다. 크고 작은 무대에 오르며 관객을 만난 그이지만, 항상 무대는 새롭고 감동이 넘친다. 지난해부터 막을 올린 뮤지컬 ‘덕혜옹주’와 ‘오!캐롤’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오진영은 깊은 감성을 끌어내야 하는 ‘덕혜옹주’ 속 정혜와 자신과 몹시도 닮아 있는 ‘오!캐롤’의 로이스를 번갈아 살고 있다.

문득 외로운 순간이 찾아오더라도, 이젠 습관이 돼 버린 여행으로 훌훌 털어내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낸다. 그렇게 15년이 흘렀고 이젠 새로운 도전에 눈을 떴다. 노래가 아닌 연기의 맛을 알았기에 더 넓고 다양한 영역에서 대중과 눈을 맞추고 싶은 바람이다. 2017년은 뮤지컬 배우 오진영이 배우가 되는, 그에게 아주 뜻깊은 한 해가 되길 바라며.

10. 최근 하루 일과는 어떻게 보내고 있나요?
오진영 : ‘덕혜옹주’와 ‘오!캐롤’로 관객들을 만나면서 보내고 있어요. 우선 컨디션이 가장 중요하니까 목 관리도 철저하게 하고 있고요. 연습과 공연이 겹친 적은 있어도 이렇게 두 공연을 한 번에 하는 건 처음이에요. 재미있는 건, 두 작품이 극명히 다르니까 신선해요, 항상.

10. 동시기에 올라가지만 놓치고 싶지 않은 욕심이 들었나봐요.
오진영 : ‘덕혜옹주’의 경우엔 여성 캐릭터가 집중되는 작품이 많이 없는 탓에 목말랐던 것이 많았고요. 두 작품 모두 감사하죠. 하길 잘했다고 생각해요. 소극장 공연을 하고 싶었는데, ‘덕혜옹주’로 많이 배우고 있어요.

10. 둘 다 잘해야 한다는 부담도 있었겠어요.
오진영 : 부담을 느낄 새가 없었어요.(웃음) 빨리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이 컸고, 특히 ‘덕혜옹주’의 경우엔 다른 캐스트들은 재연이었기 때문에 저만 집중하면 됐어요.

10. ‘덕혜옹주’ 속 정혜는 어떻게 접근했나요?
오진영 : 세 번째로 무대에 올라가다 보니 정해놓은 부분들이 많더라고요. 저에게 주입할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았고, 덕분에 새로운 캐릭터가 나왔죠.(웃음) 감사하게도 저에게 맡겨 주신 거예요. 우선 대본에 충실하려고 노력했어요. 캐릭터 분석이 충분히 잘 돼 있었기 때문에 파악하고 따라간다면 문제없을 거라고 생각했죠. 대하 하나 하나가 지닌 의미 같은 것도 되새겼어요.

10. 정말 다른 작품인 ‘오!캐롤’의 경우에는요?
오진영 : 캐릭터가 정반대죠. ‘오!캐롤’을 마치고 나면 기분이 업(UP)되는 부분도 있어요.(웃음) 대부분 신나게 커튼콜을 하죠. 사실 관객을 즐겁게 만든다는 것이 가장 어려운 건데, 그런 것에 있어서 별로 깊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가볍게 터치했죠. 연령대도, 설정도 저와 닮은 구석이 많아서 편안하게 했습니다.

10. 어느덧 데뷔 15년째입니다. 달라진 점이 분명 있겠죠?
오진영 : 5년 전까지만 해도 테이블에서 하는 대본 리딩이 정말 부담스러웠어요. 대사로만 오롯이 전달해야 하는 것이 무섭고 불편했어요. 노래로 진행되는 뮤지컬을 많이 하다보니 대사는 비교적 많지 않았어요. 그래서 대사를 하려면 긴장부터 되더라고요. ‘주홍글씨’를 하면서 깰 수 있었는데, 그 작품은 연극에 가까운 음악극이었어요. 테이블 대본 리딩만 한 달을 했죠. 대사로 모든 감정을 다 만들어 내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 정확한 상황들이 정리가 됐어요. 노래를 다 빼고 오직 대사로만 설득시켰을 때 그 작업이 정말 놀랍더라고요.

오진영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오진영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10. 힘겨웠던 한 달이었지만, 싹 이겨낼 수 있었겠네요.
오진영 : 대본 리딩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았고, 이젠 가장 재미있는 순간이기도 해요. 그전에는 가만히 앉아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부끄러웠는데, 지금은 자연스럽게 되죠. 해야 한다는 걸 알아서 더 그렇고요.

10. 비단 대본 리딩뿐만 아니라, 다른 시각도 생겼을 것 같은데요.
오진영 : 그때부터 디테일하게 찾는 걸 공부했어요. 분석을 할 때 캐릭터의 성격, 성향에 집중했죠. 그러면 인물의 위치 파악을 하게 되고 그림을 그릴 수 있어요.

10. 노래가 아닌 연기에 대한 이야기에도 눈이 반짝여요.
오진영 : 요즘은 ‘연기 잘한다’는 말이 정말 좋아요. 노래 칭찬보다 말이에요.(웃음) 한 연출이 ‘오진영이 뮤지컬 배우보다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는 말을 한 적 있는데, 스스로에게 큰 숙제였어요. 조금씩 해결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노래가 더 좋았기 때문에 대사를 할 때 쑥스럽기도 했어요. 작품을 하면서도 대사에 대한 이해가 높아졌을 때, 밀도가 다른 걸 경험하니까 재미를 느끼게 됐어요. 연극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요.

10. 작품에 푹 빠지는 편인가요?
오진영 : 많이 빠지는 편인데, 그만큼 자기애가 뛰어나서 스스로를 괴롭히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웃음) 일상생활에 마이너스가 되지 않도록 하죠. 다행히 ‘오!캐롤’ 속 로이스는 저와 닮은 구석이 많아서 정말 편하게 하고 있어요.

10. 반면 감정적으로 힘든 작품도 많았던 것 같아요.
오진영 : 특히 비극은 분석이 필요한데 그걸 해결하는데 시간이 참 오래 걸렸어요. 그럴 때면 꼭 주위에 도와주시는 분들이 생겨요. 이번엔 보컬 코치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극작을 공부하는 친구라 작가의 시점에 대한 분석력을 설명해주는데 색달랐죠. 예전엔 연출을 이기고 싶었어요. 내가 맡은 캐릭터에 대해선 누구보다 가장 잘 알고 싶었다고 해야 할까요. ‘찾아냈어!’하고 연출에게 가면 그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답변이 돌아와요.(웃음) 그걸 이기고 싶었고, 그래서 더 열심히 했죠.

오진영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오진영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10. 연기에 대한 생각이 달라진 만큼 재연된다면 꼭 참여하고 싶은 작품도 있겠어요.
오진영 : 모두 그래요.(웃음) ‘노트르담 드 파리’의 에스메랄다를 2년 했는데, 뭘 모를 때였어요. 보여지는 것에 급급했죠. 사실 어떤 캐릭터든 100% 만족스럽게 해본 적은 없어요. 다시 하면 더 잘 표현할 수 있을 텐데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또 한편으론 몰랐기 때문에 가능했던 캐릭터이기도 했던 것 같아요. 다시 한다면 그 인물이 개인적인 트라우마를 고백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사실 당시엔 크게 와 닿지 않았어요. 이젠 이해가 됐죠. ‘아베마리아’를 다시 불러보고 싶어요. ‘시카고’의 록시도 재미있게 했지만, 다시 한다면 또 다른 역량을 드러낼 수 있을 것 같고요.

10. 2년이 짧은 시간은 아닌데, 에스메랄다를 통해 얻은 것도 있겠죠.
오진영 : ‘노트르담 드 파리’ 때 음악으로 쓸 수 있는 성대는 다 쓴 것 같아요. 노래가 정말 많이 늘었고 안된다고 생각했던 것도 트레이닝을 통해 가능하게 됐죠. 노래 레슨을 받아본 적이 없는데, 달라지니 신기하더라고요. 새 음역대를 뚫어서 또 하나의 터닝 포인트가 된 작품이에요. 불가능은 없다는 걸 알았어요. 이번 ‘덕혜옹주’도 성대 위치를 바꾸는 게 힘들었는데 ‘노트르담 드 파리’ 때를 떠올리며 ‘될 거야’라고 스스로 다독였어요.

10. 어느덧 선배보다 후배가 많을 연차죠. 한편으론 부담도 될 것 같아요.
오진영 : 다행히 제가 한 작품에선 어딜 가나 중간에서 밑이었어요. 정말 좋죠. 워낙 거리를 두지 않아서 그런지 후배들도 저에게 편하게 다가와요. ‘오!캐롤’은 선배들이 훨씬 많은데 그래서 더 편하게 할 수 있는 것 같네요.(웃음) 선배들이 예전에 했던 말들을 새삼 깨달으면서 후배들을 많이 챙기려고 해요.

10. 보이는 것이 많아질수록, 다른 영역에 흥미가 생기진 않나요?
오진영 : 연기에 대한 욕심이 많아져서 매체 쪽도 경험을 해보고 싶긴 해요. 좀 더 다양한 캐릭터에 접근할 수 있으니까요. 정말 인상적인 캐릭터를 보면 탐이 나고, 다양한 것들을 해보고 싶어요. 공감을 준다는 것이 굉장힌 기쁨이란 걸 새삼 깨달았고, 그 희열감이 굉장하더라고요. 스스로 이해를 하고, 그때 다른 사람도 이해시켜 보고 싶어요. 매체 쪽은 나와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기회만 된다면 도전하고 싶어요.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으려고요.

10. 하면 할수록 팬들에 대한 고마움도 더 커지겠죠.
오진영 : 정말 하나하나 다 고맙고 감사해요. 최근에는 ‘덕혜옹주’를 본 중년층의 관객들이 알아봐 주시고 ‘감동적이었다’ ‘잘 봤다’고 해주셔서 뿌듯했어요.(웃음)

10. 작품이 끝나면 어떻게 해소를 하나요?
오진영 : 여행을 다녀오면 치유가 돼요. 고뇌했던 걸 싹 비우고 나면 다시 다른 작품에 몰두할 수 있죠. 한 작품을 끝내고 다음 작품을 시작하기 전 습관처럼 여행을 떠나요. 다 비워야 또 채울 수 있는 것 같아요. 친구들과 같이 가기도 하고,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기도 해요.

10. 오진영의 2017년이 궁금하네요.
오진영 : 무대 연기에서 얻고 싶은 걸 더 손에 꽉 쥐고 싶고, 계속 성장하고 발전해서 멋지게 맡은 캐릭터를 소화하고 싶어요. 여성이 독단적으로 활약하는 작품이 더 많이 생겼으면 하고요. 드라마도 기회를 엿볼 거고요. 연기로서 좀 더 탄탄하게 정비를 해놓으면 기회가 오지 않을까요?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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