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손예지 기자]
방탄소년단 뷔(김태형)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방탄소년단 뷔(김태형)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아이돌이 연기 활동을 겸하게 될 때, 이들은 대개 예명 아닌 본명을 사용한다. 무대 위와는 또 다른 면모를 보이겠다는 각오인 동시에 아이돌을 향한 어떤 선입견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함일 테다.

방탄소년단의 뷔 역시 지난해 12월 KBS2 ‘화랑’으로 연기 데뷔를 알렸을 때, 김태형이라는 본명을 썼다. 흥미로운 점은 김태형이 연기하는 한성 역에 아이돌 뷔가 함께 녹아있다는 것.

‘화랑’은 신라시대를 배경으로 화랑도의 사랑과 성장을 그린 청춘 사극. 주인공은 무명(선우) 역의 박서준과 삼맥종(진흥왕) 역의 박형식, 그리고 두 남자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아로 역의 고아라다. 이 외에도 반류(도지한), 수호(최민호), 여울(조윤우) 등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꽃미남 화랑이 셋이나 더 있다. 한성의 분량이 적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 회에 많아도 5분이 채 넘지 않는 정도.

그럼에도 그 존재감이 남다르다. ‘화랑’ 속 삼각관계와 정치 이야기가 치열해지는 가운데, 시청자들은 한성이 등장하는 장면이 극의 비타민 역할을 한다는 반응이다.

‘화랑’ 스틸컷 / 사진제공=화랑문화산업전문회사, 오보이 프로젝트
‘화랑’ 스틸컷 / 사진제공=화랑문화산업전문회사, 오보이 프로젝트
한성은 호기심이 많고 엉뚱한 성격을 지닌 진골 귀족. 따뜻하고 친근감 있는 성격으로 어느 곳에서든 조화로운 관계를 추구한다. 한성의 성품은 아이돌일 때의 뷔와 닮아있다. 뷔는 소속그룹 방탄소년단이 꼽는 ‘인맥 왕’인데, 그만큼 뛰어난 친화력을 자랑한다. ‘화랑’ 출연 배우들도 뷔의 애교 많은 성격을 인정했다.

극 중 한성이 무명을 동경해 뒤를 졸졸 쫓는 모습, 화랑들의 의원이 되어주고 있는 반쪽 귀족 아로와 편견 없이 대화 나누는 장면들에서 뷔의 타고난 매력이 드러나 사랑스러운 한성을 완성시켰다.

동시에 한성에게도 사연이 있다. 한성의 형 단세(김현준)는 반쪽짜리 귀족이다. 한성은 저보다 능력 있는 형이 신분 때문에 더 올라가지 못하는 데 대한 죄책감과 질투심, 더불어 자신이 가문을 대표한다는 부담감을 마음속에 짊어지고 있다.

‘화랑’ 캡처 / 사진제공=KBS2 방송화면
‘화랑’ 캡처 / 사진제공=KBS2 방송화면
한성의 묵은 감정들을, 배우 김태형은 눈빛으로 표현했다. 지난달 31일 방송된 14회에서 한성은 단세가 조부에게 매를 맞자 말 한 마디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네 대신 맞은 것”이라는 할아버지의 매서운 눈빛에 “네, 할아버지”라고 대답하면서도 몸을 벌벌 떨었다. 한성이 단세에게 느낀 미안함과 큰 조부에 대한 두려움이 묻어났다.

앞서 4회에서 한성이 그토록 거부하던 화랑이 되어야겠다고 결심하는 장면, 12회에서 형 단세를 향해 “우리는 바꿔 태어나야 했다”고 울부짖던 장면들에서도 복잡한 감정을 꾹꾹 눌러 담은 김태형의 표정 연기가 빛났다. ‘화랑’이 데뷔작인 것을 감안했을 때, 슬픔과 분노 등이 일렁이는 그의 눈빛은 분명 기대 이상의 것이었다.

뷔와 김태형의 사이에서, 한성으로 첫 단추를 잘 꿰었다. 물론 배우로 나아가기 위해 더 성장해야 할 부분도 있지만, 데뷔작으로 사극을 택했다는 것을 고려하면 차기작에서는 더 나은 모습이 기대된다. 그가 꿸 다음 단추는 무엇일까.

손예지 기자 yejie@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