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하진 기자]
류승범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류승범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배우로서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았어요. 연출을 비롯한 동료 선후배들에게 많은 걸 배우면서 뜻깊은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연극 무대로 돌아온 배우 류승범이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지난해 개봉한 ‘그물'(감독 김기덕) 이후 차기작으로 연극 ‘남자충동'(연출 조광화)을 택했다. 연극 무대는 무려 14년 만이다.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CJ아지트 ‘남자충동’의 연습실에서 만난 류승범의 표정은 한결 편안하고, 여유로웠다. 무엇보다 전라도 사투리를 맛깔나게 구사하며 열연을 펼쳐 보는 이들마저 숨죽이게 했다.

지난 2004년 이후 13년 만에 돌아온 ‘남자충동’은 1997년 초연 당시 관객과 평단의 극찬을 이끌어낸 작품이다. ‘제21회 연극제’ 희곡상, ‘제34회 동아연극상’ 작품상과 연출상, ‘제34회 백상예술대상’ 희곡상과 대상까지 각종 연극상 13개 부문을 휩쓸었다.

올해 다시 돌아오는 ‘남자충동’ 역시 초연, 재연과 마찬가지로 목포에 위치한 낡은 일본식 가옥을 배경으로 한다. 무엇보다 조광화 연출의 데뷔 20주년을 기념하는 기획전 첫 작품으로 한층 의미를 더한다.

여기에 영화를 주무대로 활동한 류승범이 합류한다는 소식은 이목을 끌기 충분했다. 차기작에 대한 궁금증이 쏠리고 있던 차에 그의 연극 복귀는 대중들은 물론 업계의 시선도 모았다.

연습 현장에서 주요 시연 장면을 소화한 류승범은 에너지 넘치는 모습으로 장정이란 인물을 표현했다. 극중 장정은 작은 폭력조직의 보스로, 남성의 강함을 동경하는 청년이다. 연기력으론 흠잡을 데 없는 류승범은 역할에 대한 높은 몰입도를 자랑하며, 장정이란 캐릭터의 옷을 매끄럽게 소화했다.

류승범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류승범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연극 무대에 대한 갈증은 있었지만 선뜻 결정하지 못했으나, 배우로서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아 결정했다. 류승범은 이날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남자충동’의 희곡을 보고 무대에 올라가는 걸 상상했다”며 “연극에 대한 호기심은 있었는데 본격적으로 체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작품을 통해 용기를 냈다”고 말했다.

이어 “연출과 동료 배우들에게 많은 걸 배우면서 뜻깊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사투리 구사에 힘든 점은 없느냐는 질문에는 “대본 자체에 맛깔나게 표현돼 있다. 정확하게 쓰여있기 때문에 대본에 충실하며 주어진 분위기대로 연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극 ‘남자충동’으로 만난 박해수(왼쪽부터), 조광화 연출, 류승범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연극 ‘남자충동’으로 만난 박해수(왼쪽부터), 조광화 연출, 류승범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류승범의 출연을 누구보다 반기는 건 조광화 연출이다. 조 연출은 “‘남자충동’의 초연 이후 20주년이 돼 다시 올려보자는 이야기가 나왔고, ‘연출 데뷔 20주년’이란 타이틀까지 붙어서 민망하고 쑥스럽다. 해마다 공연을 올리자는 논의는 있었지만 배우를 찾는 것이 쉽지 않았던 작품이다. 이번엔 오래전부터 같이 해보자고 제안한 두 배우가 호흡을 맞춰서 설레고 기대하면서 연습 중”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류승범에게는 오래전부터 러브콜을 보냈다. 거칠고 야생적이지만, 귀엽고 사랑스러운 면도 많다”고 말했다.

완벽히 구현된 공연장이 아닌 연습실에서도 류승범은 빛났다. 연극에 대한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꽤나 준비된 상태에서 선택했음이 느껴졌다.

안석환·오달수·엄기준이 거쳐간, 스타 등용문으로 불린 ‘남자충동’이 이미 검증된 류승범을 만났으니 그 시너지는 실로 대단할 것으로 보인다.

‘남자충동’은 오는 오는 2월 16일 대학로 TOM 1관에서 개막된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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