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하진 기자]
개그맨 정형돈 / 사진=텐아시아 DB
개그맨 정형돈 / 사진=텐아시아 DB
‘한 우물만 판다’는 건 적어도 연예계에서는 옛말이다. 장르와 영역을 넘나들며 다양한 재능과 끼를 뽐내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는 가수들의 연기 도전, 또 배우들의 신곡 발표 등의 형태로 이뤄지곤 했다. ‘만능엔터테인먼트’ 쯤으로 통했다.

이로써 대중들에겐 가수가 배우로, 또 그 반대의 경우가 생소하지 않게 됐다. 여기에 하나 더, 개그맨이 가세했다. 개그맨과 가수를 합성한 신조어 ‘개가수’라는 이름까지 만들어내며 웃자고 하는 퍼포먼스가 아니라, 진지하게 음악을 만들고 부르며 무대까지 서는 식으로 가수 활동을 한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유세윤과 정형돈이다.

정형돈의 음악 활동의 출발점은 사실상 MBC ‘무한도전’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매년 ‘무도 가요제’를 통해 현역 가수들과의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하는 특집에서 정형돈은 음악에 대한 애정을 시사했다. ‘강변북로 가요제'(2007), ‘올림픽대로 가요제'(2009)에서 각각 ‘이러고 있다’와 ‘바베큐’를 시작으로,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2011)의 ‘순정마초’까지 서서히 ‘노래하는 형돈이’를 드러냈다.

정형돈 / 사진제공=MBC에브리원 ‘주간아이돌’
정형돈 / 사진제공=MBC에브리원 ‘주간아이돌’
본격적으로 물꼬를 튼 건 MBC에브리원 ‘주간아이돌’의 MC를 맡으면서부터다.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진행 호흡을 맞추고 있는 래퍼 데프콘과 찰떡궁합으로 프로그램의 인지도를 끌어올리면서,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듀엣으로 연을 맺었다.

2012년 탄생한 ‘올림픽대로’가 그 첫 결과물이고, 유재석이 피처링으로 참여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단순히 MC 호흡을 맞추는 두 사람의 친분 과시 혹은 프로그램을 위한 퍼포먼스 쯤으로 여겨졌으나, 둘의 작업은 멈추지 않았다. ‘형돈이와 대준이’란 이름으로 꾸준히 새로운 곡을 내놨다.

2013년, ‘안 좋을 때 들으면 더 안 좋은 노래’가 담긴 ‘껭스타랩 볼륨1’이란 첫 정규 음반을 발표해 반향을 이끌어냈다. 랩인지 내레이션인지 모를 정형돈의 랩은 묘한 중독성을 낳았고, 철저하게 현실에 입각한 가사는 듣는 이들의 공감도 이끌어냈다. 이어 새 싱글 ‘오, 예!’로 이어졌는데, 주목할만한 것은 정형돈이 적극적으로 작사, 작곡에 참여한다는 점이다. 마이크를 잡고 노래만 부르는 것이 아니라, 특히 노랫말은 대부분 그의 손끝에서 나왔다. 때문에 ‘공감을 얻는다’는 대목에서 그의 역할은 막중했다.

데프콘과의 작업은 지난 2016년까지 매해 계속됐다. 무엇보다 공황장애를 이유로 모든 연예계 활동을 중단한 정형돈의 복귀 역시 ‘음악’이었다. 이 점 역시 그에게 있어 음악이 얼마나 깊은 의미인지 알게 하는 대목이다.

용준형, 정형돈/사진제공=MBC에브리원 ‘히트제조기’
용준형, 정형돈/사진제공=MBC에브리원 ‘히트제조기’
정형돈은 지난해 9월 복귀를 알리며 내놓은 ‘결정’에 그간의 심경을 고스란히 담았다. 노래에 그의 진심이 고스란히 묻어있어 대중들 역시 복귀를 진심으로 반길 수 있었다.

사실상 정형돈의 행보는 출연하는 프로그램을 보면 더욱 확실하다. KBS2 ‘개그콘서트’, MBC ‘무한도전’ 등 굵직한 개그 혹은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온 그가 음악 예능으로 발길을 옮겼다. 2014년부터 ‘형돈이와 대준이의 히트제조기’로 포문을 열었고, 유재환과 음악을 위해 떠난 여행기를 담은 ‘돈 워리 뮤직’, 그리고 방영 중인 ‘도니의 히트제조기’란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작사, 작곡을 위해 아일랜드로 떠났다.

그에게 ‘음악’은 이미 웃음을 위한 하나의 수단이 아니라, 활동의 중심축으로 자리잡은 모양새다.

정형돈에 앞서 먼저 음악에 손을 댄 개그맨이 있다. 바로 유세윤.

유세윤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유세윤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유세윤도 출발은 듀엣이다. 가수 뮤지와 UV라는 팀을 구성, 2010년 ‘쿨하지 못해 미안해’란 곡으로 세간의 이목을 단숨에 끌었다. 이는 뮤지와 유세윤의 공동 작품으로, 무엇보다 가사가 기가 막혔다.

이별 앞에서 ‘쿨(COOL)’하지 못한 남성의 이야기를 읊었는데, ‘미니홈피’ ‘486’ ‘터치폰’ 등 향수가 전해지는 시대 반영적 가사로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았고, 한동안 회자됐다.

내친김에 같은 해에 ‘집행유애’라는 곡도 내놨다. 일회성 이벤트로 그칠 줄 알았지만, 유세윤의 음악 작업도 꽤 진지했고, 현재까지 진행형이다.

UV ‘오예스’ 재킷 이미지
UV ‘오예스’ 재킷 이미지
2011년 ‘이태원 프리덤’으로 또 한번 주목받았고, ‘문나이트90’ ‘트랄랄라’ ‘너 때문에’ ‘설마 아닐거야’ 매해 꾸준히 신곡을 내놨다. 듀엣뿐만 아니라 유세윤은 홀로 이름을 걸고 2013년 ‘까똑’이란 노래를 발표했다.

‘쿨하지못해 미안해’가 담고 있는 이야기의 최신 버전 격인 ‘까똑’은 터치폰에서 스마트폰 시대가 도래해 사라져 버린 대화와 서툰 감정 표현 등을 노래했다. 묘한 중독성과 풍자와 해학마저 담고 있어 평단의 극찬도 이끌어냈다. 유세윤의 앞에 ‘천재’라는 수식어가 붙은 것도 이맘때 즈음부터 선명해졌다.

이후 UV로, 또 자신의 이름으로 꾸준히 신곡을 내놓은 유세윤. 지난해 12월 31일일엔 가수 장희영과 컬래버레이션 곡까지 발표하며 제법 음악인의 행보도 밟고 있는 중이다.

정형돈, 유세윤의 처음은 웃음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두 사람이 음악을 대하는 태도는 누구보다 진지하고, 또 깊다. 그저 웃어넘기기엔 전달하는 바가 심오하고 세대 반영과 표현 방식은 세련됐다.

이처럼 같은 듯, 또 다르게 ‘개가수’란 신조어를 탄생시키고 명맥을 이어가는 정형돈, 유세윤의 도전이 반가울 따름이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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