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수경 기자]
배우 구혜선 / 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배우 구혜선 / 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구혜선은 단단해져 있었다. 많은 쓰라림을 겪었던 20대의 커리어를 돌아보며 자기 검열의 시간을 갖게 됐고, ‘셀프 디스’도 스스로 꺼내는 여유도 갖췄다. 4년 만에 개인전으로 돌아온 구혜선은 작품 세계와 그간 겪었던 내면의 변화를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4일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7전시실에서는 구혜선 개인전 ‘dark YELLOW’ 오픈 행사 및 인터뷰가 진행됐다.

노란색과 삼각형, 원 등의 기하학적 디자인이 돋보이는 이번 구혜선 전시의 테마는 ‘순수와 공포, 그리고 자유’다. 구혜선은 왜 이처럼 동떨어져 보이는 주제들을 하나의 전시전 안에 담아냈을까. 구혜선은 “나는 자유롭고 싶고, 어린시절처럼 순수했던 상태를 간직하고 싶지만, 꿈이 생기면 공포가 자연스레 제약과 공포심이 따라오더라. 세상에서 가장 공포스러운 것이 꿈이 생기는 거였다”라며 운을 뗐다. 하고 싶은 일이 생기는 것이 무섭다는 그는 “내 꿈의 결과를 세상에 내놓았을 때 평가 받게 되고 잘되지 않을 것이라는 공포심도 있고, 잘되더라도 사람들이 나를 대하는 태도가 늘 무섭기 때문이다”라고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그림은 영화나, 음악 등 다른 예술 분야에 비해 ‘평가’에서 떨어져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구혜선은 “그림에는 별 몇개로 평가를 하는 사이트나 평론가들의 평점을 볼 수 있는 것이 없는 유일한 영역이지 않나. 그래서 비교적 편안하다. 요즘 사람들이 항상 무언가를 평가해야 된다는 생각을 하면서 사는 것 같은데 그런 것에서 자유로울 때 얼마나 마음이 편안하고 그림을 감상하는 시간 자체를 즐길 수 있는지 느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 스스로도 그런 평온함을 느끼고 싶었던 것 같다”며 기획 의도를 밝혔다.

구혜선 ‘다크 옐로우’ 전시회 작품 NO.2, NO.21, NO.14 / 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구혜선 ‘다크 옐로우’ 전시회 작품 NO.2, NO.21, NO.14 / 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노란색이 유독 이번 전시에서 눈에 띄는 이유는 메인 테마인 ‘순수’를 표현한 색이기 때문이다. 구혜선은 “어렸을 때 좋아했던 색이었고 어린 시절을 상징하는 색이기도 하다. 그런데 성인이 되면 어린 시절과는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보지 않나. 어린 시절 ‘노랑’은 지금의 ‘노랑’과는 다르다. 그래서 이번 전시 이름도 ‘다크 옐로우’다”라고 설명했다.

구혜선은 예전의 배우나 감독 활동이 잘됐다면 큰일날 뻔 했다는 생각을 했다며 놀라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그는 “만약 내 영화가 잘 됐다면 지금 내가 무엇에 두려움을 느끼는 건지도 몰랐을 것 같다. 예전에는 하는 것마다 다 잘풀리는 사람들이 부러웠다. 하지만 이젠 그것이 부럽지 않은 시기가 왔다”고 전했다.

일련의 영화 실패로 인한 상처를 추스리며 구혜선은 강단이 생겼다. 그는 “‘어차피 내가 하면 안될 텐데 그냥 해. 안 되는 거 잘 알아. 괜찮아’ 이런 마음이 늘었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그는 “‘결국 난 아무것도 아니었어. 영화는 내 인생에 뭐였을까’라는 생각도 했다”고 덧붙였다.

좋은 전시는 그림의 완성도만큼 생각할 거리도 많이 던진다. 구혜선의 깨달음 내려놓음, 수많은 고민의 밤을 거쳐 탄생한 작품들이 이를 증명했다.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어도, ‘미니멀리즘’이라는 쉽지 않은 큰 그림 안에서 기호와 패턴으로 자신의 내면을 담아냈다.

구혜선은 남편 안재현과의 결혼 생활에 대한 이야기도 스스럼없이 털어놓았다. 그는 “저희 사실 그렇게 성숙하지 않다.(웃음) 남편도 예술적 재능이 많지만, 나에게 딱히 조언을 한다거나 하지 않고 혼자 작품하도록 둔다”며 안재현은 ‘같이 놀 사람’, ‘죽어도 어른이 안 될 사이’, ‘함께 있으면 내가 온전히 아이가 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들로 결혼을 결심하게 됐다고 밝혔다.

‘dark YELLOW’는 피아노 악보 및 사운드와 함께 ‘dark YELLOW’ 그림들을 융합한 색다른 시도 또한 돋보이는 전시다. 2009년 발매한 작곡 앨범 ‘숨1-소품집’, 2015년 발매한 ‘숨2-십년이 백년이 지난 후에’의 수록곡들로 이루어져있다. 5일 시작으로 29일까지 전시될 예정.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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