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조현주 기자]
젝스키스 / 사진=조슬기 기자 kelly@
젝스키스 / 사진=조슬기 기자 kelly@
복고 열풍이 식을 줄 모른다. 최근 화제를 모은 1990년대 인기가수 젝스키스 소환부터 유통업체들의 ‘향수 마케팅’ 등 그 분야도 다양하다. 지난해 MBC ‘무한도전-토토가’와 tvN ‘응답하라 1988’ 이후 사회 전반을 휩쓸었던 복고 열풍이 수그러들지 않고, 문화·경제·패션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4월 MBC ‘무한도전’은 ‘토토가 시즌2’를 통해 젝스키스를 16년 만에 소환하는데 성공했다. 90년대 최정상급 아이돌 젝스키스는 활동 3년만인 지난 2000년 돌연 해체를 선언한 바 있다. 해체 후 각자의 길을 걸어왔던 젝스키스는 ‘무한도전’을 통해 다시 모이며 복고 열풍을 되살린 바 있다.

젝스키스 공연이 열린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는 젝스키스를 상징하는 노란색깔의 풍선과 우비, 당시 플래카드가 가득찼다. 교복차림이었던 10대 소녀들은 어느덧 한 아이의 엄마가 되어, 아이 손을 잡고 공연장을 찾아 추억 여행을 함께 했다. 젝스키스의 무대가 펼쳐지자 뜨거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재결성’한 젝스키스는 최근 YG엔터테인먼트와 전속 계약을 채결하고 새 음반과 콘서트 등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한다. 젝스키스에 이어 H.O.T, 핑클, S.E.S 등 동시대 큰 인기를 누렸던 가수들의 소환 요청 역시 잇따르고 있다.

JTBC ‘투유 프로젝트-슈가맨’의 활약도 돋보인다. 프로그램은 대한민국 가요계의 한 시대를 풍미했다가 사라진 가수, 일명 슈가맨의 노래와 근황을 소개한다. 투야, 디바, 주주클럽, 쿠피, 한경일, 러브홀릭, 테이크, 더 넛츠, 철이와 미애, 바나나걸, 손지창, 스페이스A 등 90년대를 주름잡은 가수들이 출연하며 시청자들을 추억 속으로 이끌고 있다. ‘슈가맨’ 윤현준 CP는 “과거의 음악은 추억을 환기시키는 힘이 있다”며 “‘슈가맨’에는 음악, 추억, 공감과 이야기가 있다”며 프로그램의 성공 이유를 진단했다.

‘슈가맨’에 출연한 철이와 미애 / 사진=JTBC 제공
‘슈가맨’에 출연한 철이와 미애 / 사진=JTBC 제공
동시간대 방영 중인 SBS ‘불타는 청춘’은 김국진, 강수지, 김완선, 김도균, 이연수, 양금석, 김혜선 등 왕년의 스타들의 주인공이다. ‘싱글중년 친구찾기’를 내 건 ‘불타는 청춘’은 중년 시청자들의 공감과 향수를 자극하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복고 열풍은 패션가도 강타했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 중인 tvN ‘또 오해영’ 속 서현진은 부츠컷 청바지를 즐겨 입는다. 다리에 달라붙는 스키니진에 밀려 자취를 감췄던 통 넓은 바지가 1990년대 이후 다시 부활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실제 온라인 쇼핑사이트 G마켓은 지난 16일 최근 한 달(4월 9일~5월 8일) 여성 와이드 팬츠 판매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 증가했다고 밝혔다. 복고 패션의 인기에 따라 통바지, 부츠컷, 멜빵바지 등의 판매가 증가한 것.

G마켓 측은 “촌스럽게 여겨지던 청청패션 등을 멋스럽게 소화하는 스타들의 패션이 최근 두드러지면서 복고패션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또 오해영’ 서현진이 즐겨 입은 부츠컷 청바지 / 사진=tvN 제공
‘또 오해영’ 서현진이 즐겨 입은 부츠컷 청바지 / 사진=tvN 제공
유통업계 역시 타임머신을 탔다. ‘응답하라 1988’이 방영될 당시 신세계 백화점은 ‘Back to 1980s, 그 시절을 추업합니다’라는 부제를 달고 고객 감사 대제전을 진행했다. 80년대 백화점 전단에 쓰던 로고와 디자인 그대로 살려 전단지를 만들어 고객들의 추억을 자극했다. 앞서 하이트진로는 1993년 단종된 크라운맥주를 22년 만에 한정판으로 내놓으며 ‘완판’ 행진을 이어갔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은 봄 시즌 대형 세일행사에 복고 분위기를 연출하며 고객 몰이에 나섰다. 현대백화점 서울 신촌점은 최근 ‘로보트 태권브이 리턴즈 전시회’를 개최해 2m 크기의 대형 피규어와 가상 체험존, 태권브이의 원화 작품 전시 등 다양한 볼거리를 마련해 관심을 끈 바 있다. 유통업계의 복고 마케팅은 당시의 향수를 자극해 소비자들의 구매 심리를 자극하겠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김헌식 동아방송대 교수는 “기존 복고 열풍은 미디어를 중심으로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번 열풍은 오래 지속되고 있다”면서 “주로 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의 향수를 자극하고 있는데, 그 안을 보면 그 당시 문화를 소비했던 주체들의 경제력이 왕성해진 것을 알 수 있다. 이들은 현재 소비의 핵심 주력군이다. 때문에 복고 열풍이 꽤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복고는 기본적으로 현재 없는 걸 찾는 욕망이 스며든 현상이다. 또한 당대를 경험했던 사람들을 그 시간으로 경험을 되돌려줄 수 있는 힘이 있기 때문에 재개봉 열풍, 과거 작품의 리메이크 등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며 “앞으로도 복고는 시대, 소재가 조금씩 변주해서 계속 나오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불황의 장기화에 따라 복고 열풍이 지속된다는 분석 역시 있다. 한상덕 대중문화평론가는 “복고는 이미 검증된 자원”이라며 “사회가 불안하고 경제가 좋지 않을수록 과거를 통해 위로를 받고 싶은 경향이 커진다”고 평했다.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