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윤준필 기자]
천우희: 시나리오대로 나왔더라고요. ‘곡성’만의 느낌이 잘 나온 것 같아요. 찍은 지 좀 됐었거든요. 후반 작업이 길어져서 저도 영화가 어떻게 만들어질지 궁금했었는데, 영화를 보니까 마음이 놓였어요.
10. ‘시나리오대로’요?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어땠는데요?
천우희: 혼란스러움 그 자체였어요. 우리가 책을 읽을 때 상상하면서 읽잖아요. 굉장히 강렬하더라고요. 게다가 제가 상상하며 읽을 때는 음악이 없잖아요. 그런데 영화를 볼 때는 음악까지 더해지니까 강렬함이 배가 됐어요.
10. ‘추격자’ ‘황해’로 유명한 나홍진 감독의 작품이었잖아요.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기대감 같은 것도 있었을 것 같아요.
천우희: 저는 그런 게 전혀 없어요. 시나리오 읽을 때 감독님의 이름이나, 감독님 전작이 뭔지, 같이 하는 배우는 누군지에 관심이 없어요. 진짜 오직 시나리오만 봐요.
10. 그럼 ‘곡성’ 시나리오에는 어떤 매력이 있었나요?
천우희: 시나리오 읽을 때 단번에 읽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아요. 그런데 ‘곡성’은 흡입력이 엄청났어요. 다 읽고 처음 든 생각은 속된 말로 ‘쩐다’, ‘대박’. 이 작품 해야겠단 생각뿐이었어요.
10. 천우희가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은 뭔가요?
천우희: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아, 하고 싶다”는 단순한 느낌이 들었을 때, 출연을 결정해요. 영화를 볼 때 어떤 의미라든지, 여러 가지 세세하게 분석하면서 보고 느낄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건 재미와 흥미잖아요. 내가 재미를 느낀 만큼 관객들도 재미를 느낄 수 있을까. 시나리오가 주는 첫 느낌이 좋아야 해요.
10. ‘곡성’에서 미스터리한 인물인 무명을 연기했어요. 어떤 부분에 포인트를 뒀었나요?
천우희: 존재감이요. 러닝타임이 2시간 30분이나 되는데, 관객들을 결말까지 끌고 가는 힘이 제게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분명 관객들은 무명을 보면서 ‘쟤는 대체 뭐지’라고 생각할 텐데, 관객들이 저한테서 느끼는 그 모호함을 어떻게 결말까지 가져가야 할지 많이 고민했어요. 장면마다 에너지를 어떻게 발산해야 할지도 걱정했고요. 차라리 등장할 때마다 광기를 보여주고, 에너지를 내뿜으면 연기하기에는 편했을 텐데 그러면 안 되잖아요.
10. ‘곡성’ 기자간담회에서 나홍진 감독님과의 작업이 “징글징글했다”고 표현했어요. 진심이었나요? (웃음)
천우희: 그거 우스갯소리로 했는데 공식 입장처럼 기사가 나서… (웃음) 감독님도 농담이라고 아시겠죠? 나홍진 감독님은 집요함이 있어요. 또, 굉장히 선이 굵으면서도 섬세한 모습들이 좋았어요. 작업을 같이하게 돼서 정말 즐거웠어요. 그런데 아무도 믿어주지 않네요. (웃음)
10. 영화를 보면 고생한 흔적이 보이거든요.
천우희: 맞아요. 따로 CG를 쓰지도 않아서 스태프들이 정말 고생을 많이 하셨어요. ‘레버넌트’가 CG 없이 영화를 찍느라 시간도 굉장히 오래 걸리고, 심지어 똑같은 세트를 두 동이나 지었다고 하더라고요. 그 얘기를 듣고 할리우드에 ‘레버넌트’가 있다면 한국엔 ‘곡성’이구나! (웃음) 물론 저도 고생했지만, 다른 배우나 스태프들이 고생한 거에 비하면 비교할 것도 못 돼요. 자연경관을 그대로 카메라에 담는다고 추운 산속을 뛰어다니고, 무거운 장비를 이고 산속까지 걸어가고, 더울 때는 더워서 고생했거든요. 스태프들이 그렇게 고생하는데 제가 힘들다고 말하면 엄살 피우는 것 같았어요. 나중에는 스태프들에게 존경심이 들더라고요.
10. 편집된 신이 있다면서요.
천우희: 쿠니무라 준 선생님과 산기슭에서 구르고, 서로 막 싸우는 장면이었어요. 보호장비 하나 없이 그 장면을 찍다가 정말 많이 다쳤어요. 촬영할 땐 아픈지도 모르고 있었는데 끝나고 보니까 다리에 피멍이 잔뜩 있었어요. 그거 때문에 한 달 정도 고생했어요. 그러면서도 좋았던 건, 제가 쿠니무라 준 선생님과 눈빛을 주고받는 장면이 없어요. 대부분 멀리서 지켜보는 거였는데, 편집된 그 장면에서 눈을 딱 마주치거든요. 그 큰 눈으로 절 쳐다보시는데 진짜 섬뜩했어요. 그런데도 계속 그 눈빛을 느껴보고 싶었어요. (웃음) 그 장면을 촬영하고 쿠니무라 선생님이랑 곽도원 선배님, 감독님, 저까지 넷이서 밥을 먹으면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어요. 그 자리에서 쿠니무라 선생님의 연기 철학, 자세 등을 듣는데 정말 멋진 분이더라고요. 일본 영화 시장에 대해서도 가볍게 들어보는 시간이었고요. 그렇게 회포를 풀 기회가 좀 더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런 자리가 많지 않아서 아쉬워요.
인터뷰②에서 계속
윤준필 기자 yoon@tenasia.co.kr
천우희가 등장하는 영화에는 천우희가 없다. 오직 그가 연기하는 캐릭터가 있을 뿐이다. 지난 11일 개봉한 영화 ‘곡성’에서도 마찬가지다.10. 오랜 시간 끝에 ‘곡성’이 세상에 나왔어요.
천우희가 ‘곡성’에서 맡은 무명은 끝까지 존재 자체가 모호하다. 또한, 허름한 옷차림에 어딘가 어수룩한 무명의 말투는 아름다운 여성과 거리가 멀다. 그러나 천우희는 많지 않은 분량에도 등장할 때마다 남다른 존재감으로 발산하며 관객들에게 빛나는 배우로 기억된다.
천우희는 작품을 위해서라면, ‘여배우’라는 이름을 내려놓고 어떤 역할이든 과감하게 도전하려 한다. 여배우이기 이전에 배우로 기억되길 바라는 천우희는 언제나 빛이 난다.
천우희: 시나리오대로 나왔더라고요. ‘곡성’만의 느낌이 잘 나온 것 같아요. 찍은 지 좀 됐었거든요. 후반 작업이 길어져서 저도 영화가 어떻게 만들어질지 궁금했었는데, 영화를 보니까 마음이 놓였어요.
10. ‘시나리오대로’요?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어땠는데요?
천우희: 혼란스러움 그 자체였어요. 우리가 책을 읽을 때 상상하면서 읽잖아요. 굉장히 강렬하더라고요. 게다가 제가 상상하며 읽을 때는 음악이 없잖아요. 그런데 영화를 볼 때는 음악까지 더해지니까 강렬함이 배가 됐어요.
10. ‘추격자’ ‘황해’로 유명한 나홍진 감독의 작품이었잖아요.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기대감 같은 것도 있었을 것 같아요.
천우희: 저는 그런 게 전혀 없어요. 시나리오 읽을 때 감독님의 이름이나, 감독님 전작이 뭔지, 같이 하는 배우는 누군지에 관심이 없어요. 진짜 오직 시나리오만 봐요.
10. 그럼 ‘곡성’ 시나리오에는 어떤 매력이 있었나요?
천우희: 시나리오 읽을 때 단번에 읽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아요. 그런데 ‘곡성’은 흡입력이 엄청났어요. 다 읽고 처음 든 생각은 속된 말로 ‘쩐다’, ‘대박’. 이 작품 해야겠단 생각뿐이었어요.
10. 천우희가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은 뭔가요?
천우희: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아, 하고 싶다”는 단순한 느낌이 들었을 때, 출연을 결정해요. 영화를 볼 때 어떤 의미라든지, 여러 가지 세세하게 분석하면서 보고 느낄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건 재미와 흥미잖아요. 내가 재미를 느낀 만큼 관객들도 재미를 느낄 수 있을까. 시나리오가 주는 첫 느낌이 좋아야 해요.
10. ‘곡성’에서 미스터리한 인물인 무명을 연기했어요. 어떤 부분에 포인트를 뒀었나요?
천우희: 존재감이요. 러닝타임이 2시간 30분이나 되는데, 관객들을 결말까지 끌고 가는 힘이 제게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분명 관객들은 무명을 보면서 ‘쟤는 대체 뭐지’라고 생각할 텐데, 관객들이 저한테서 느끼는 그 모호함을 어떻게 결말까지 가져가야 할지 많이 고민했어요. 장면마다 에너지를 어떻게 발산해야 할지도 걱정했고요. 차라리 등장할 때마다 광기를 보여주고, 에너지를 내뿜으면 연기하기에는 편했을 텐데 그러면 안 되잖아요.
10. ‘곡성’ 기자간담회에서 나홍진 감독님과의 작업이 “징글징글했다”고 표현했어요. 진심이었나요? (웃음)
천우희: 그거 우스갯소리로 했는데 공식 입장처럼 기사가 나서… (웃음) 감독님도 농담이라고 아시겠죠? 나홍진 감독님은 집요함이 있어요. 또, 굉장히 선이 굵으면서도 섬세한 모습들이 좋았어요. 작업을 같이하게 돼서 정말 즐거웠어요. 그런데 아무도 믿어주지 않네요. (웃음)
천우희: 맞아요. 따로 CG를 쓰지도 않아서 스태프들이 정말 고생을 많이 하셨어요. ‘레버넌트’가 CG 없이 영화를 찍느라 시간도 굉장히 오래 걸리고, 심지어 똑같은 세트를 두 동이나 지었다고 하더라고요. 그 얘기를 듣고 할리우드에 ‘레버넌트’가 있다면 한국엔 ‘곡성’이구나! (웃음) 물론 저도 고생했지만, 다른 배우나 스태프들이 고생한 거에 비하면 비교할 것도 못 돼요. 자연경관을 그대로 카메라에 담는다고 추운 산속을 뛰어다니고, 무거운 장비를 이고 산속까지 걸어가고, 더울 때는 더워서 고생했거든요. 스태프들이 그렇게 고생하는데 제가 힘들다고 말하면 엄살 피우는 것 같았어요. 나중에는 스태프들에게 존경심이 들더라고요.
10. 편집된 신이 있다면서요.
천우희: 쿠니무라 준 선생님과 산기슭에서 구르고, 서로 막 싸우는 장면이었어요. 보호장비 하나 없이 그 장면을 찍다가 정말 많이 다쳤어요. 촬영할 땐 아픈지도 모르고 있었는데 끝나고 보니까 다리에 피멍이 잔뜩 있었어요. 그거 때문에 한 달 정도 고생했어요. 그러면서도 좋았던 건, 제가 쿠니무라 준 선생님과 눈빛을 주고받는 장면이 없어요. 대부분 멀리서 지켜보는 거였는데, 편집된 그 장면에서 눈을 딱 마주치거든요. 그 큰 눈으로 절 쳐다보시는데 진짜 섬뜩했어요. 그런데도 계속 그 눈빛을 느껴보고 싶었어요. (웃음) 그 장면을 촬영하고 쿠니무라 선생님이랑 곽도원 선배님, 감독님, 저까지 넷이서 밥을 먹으면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어요. 그 자리에서 쿠니무라 선생님의 연기 철학, 자세 등을 듣는데 정말 멋진 분이더라고요. 일본 영화 시장에 대해서도 가볍게 들어보는 시간이었고요. 그렇게 회포를 풀 기회가 좀 더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런 자리가 많지 않아서 아쉬워요.
인터뷰②에서 계속
윤준필 기자 yoo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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