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은호 기자]
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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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가 저물었음을 느끼게 하는 몇 가지 단서들이 있다. 급격히 추워지는 날씨가 그것이고, 거리마다 울려 퍼지는 캐럴이 그것이며, 마지막으로 가수 싸이의 콘서트가 바로 그것이다. 올해에도 그랬다. 날씨가 추워지고 캐럴이 울려 퍼질 무렵, 싸이는 화끈한 송년회 자리를 마련했다.

지난 24~26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에 위치한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는 ‘공연의 갓 싸이’가 개최됐다. 공연 극성수기인 크리스마스 연휴, 공연장 대관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와도 같은 일. 싸이는 3년 연속 연말 체조경기장 공연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며 다시 한 번 ‘공연의 신’ 면모를 입증했다.

싸이는 ‘라잇 나우(Right Now)’로 공연의 포문을 열고 ‘젠틀맨’ ‘연예인’ 등을 연달아 부르며 단숨에 열기를 최고조로 끌어 올렸다. 일찍부터 외투를 벗어던진 관객들은 신나게 몸을 흔들며 공연을 즐겼다. 냉랭했던 공연장에 순식간에 땀 냄새가 가득했다.

“15년 째 딴따라”라고 자신의 소개한 싸이는 이어 ‘댄스쟈키’, ‘어땠을까’, ‘새’, ‘아저씨 스웨그(SWAG)’, ‘나팔바지’ 등 히트곡과 신곡을 적절히 선곡하며 다시 한 번 분위기를 달궜다. 관객들은 기존 곡들은 물론, 발매된 지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신곡까지 빠짐없이 따라 부르며 분위기를 지폈다. ‘댄스자키’를 부르기 전, “이 곡은 내가 마이크를 관객에게 넘기면 다소 민망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아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기 때문에 가수와 관객 간에 대치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너스레를 떨던 싸이도 나중에는 “관객 분들 끝내주신다”며 혀를 내둘렀다.
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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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 콘서트의 묘미는 바로 여장 무대. 싸이는 올해 대세 걸그룹 EXID의 하니로 분해 농염한 눈빛과 섹시한 자태로 ‘위아래’를 소화해냈다. 특히 그의 가슴에 위치한 특수 장비(?)에서는 화려한 불꽃이 발사돼 관객들의 함성을 샀다. 과연, 몸 사리지 않고 돈 아끼지 않는 싸이다웠다.

게스트도 화려했다. 24일엔 가수 비가 공연장을 찾았고 이 외에도 이승기, 성시경, 김종국 등이 무대에 올라 의리를 과시했다. 특히 비는 “크리스마스이브에 이게 무슨 경우냐”면서 “’살을 내어주고 뼈를 갖고 오겠다’고 생각했다. 그게 뭔지는 몇 달 후 알려드리겠다”고 말해 흥미를 유발했다. 관객들은 연신 비의 공개 연인인 김태희의 이름을 연호해 웃음을 자아냈다.

다시 무대에 오른 싸이는 한층 업그레이드된 에너지로 관객들을 주물렀다. 그는 고(故) 신해철 헌정곡 ‘드림(Dream)’으로 깊은 울림을 선사한 데 이어 ‘위 아 더 원(We are the one)’, ‘아라리오’, ‘예술이야’ ‘낙원’ 등을 잇달아 부르며 관객들의 ‘떼창’을 이끌었다. 전 세계적인 히트곡 ‘강남스타일’에 이르러서는 체육관이 들썩일 정도로 ‘떼춤’의 향연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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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 무대는 3부 공연이라 말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싸이는 무려 80분 간 7곡을 부르며 열기를 이어갔다. ‘땀과 음악 사이’라는 타이틀로 꾸며진 이 무대에서 싸이는 ‘상상속의 너’, ‘날 떠나지 마’, ‘미녀와 야수’, ‘환상 속의 그대’, ‘붉은 노을’ 등의 90년대 히트곡을 부르며 객석을 열광케 했다. 관객들도 마치 에너자이저 같았다. 두 시간동안 내리 뛰고 구르고 노래하고 춤을 췄음에도 지칠 줄을 몰랐다. “진정 즐길 줄 아는 여러분이 이 나라의 챔피언입니다”라던 ‘챔피언’의 가사가 다시 한 번 생각났다.

거대한 팬덤 없이도 싸이는 이번 콘서트에 총 5만 여명의 관객들을 운집시켰다. 말하자면 싸이는 자신이 쌓아올린 브랜드로 대중에게 직접 어필하고 대중과 직접 소통하는 셈이다. 어쩌면 싸이야말로, 2015년 형으로 진화된 ‘국민 가수’가 아닐까.

이은호 기자 wild37@
사진. YG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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