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정시우 기자]
2015 내한스타
2015 내한스타

할리우드 스타가 한국을 찾는 건 더 이상 신기한 일이 아니다. 한국영화 위상이 상승한 것을 의미하든, 독과점이 가능한 요상한 시장이어서든, 그들에게 한국은 홍보를 해볼 만한 시장으로 인식돼 있는 건 확실한 듯하다. 그렇게 올해에도 많은 스타들이 어눌한 한국말로 “안.녕.하.셰.요~”를 외치고 떠났다. 하지만 엄청난 비용이 드는 스타 내한행사의 효능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 것이 사실. 그 뒤를 추적해 봤다.

# 1월 07일. ‘존 윅’ 키아누 리브스
키아누 리브스
키아누 리브스
키아누 리브스가 나타나자 인천공항이 순식간에 런웨이로 둔갑했다. 덥수룩한 수염이 얼굴의 3분의 1을 덮고 있었으나, 매력마저 가리지는 못했다. 키아누 리브스의 내한은 2008년 ‘스트리트 킹’ 이후 7년 만. 한국 팬들의 환대는 뜨거웠다. 하지만 시차적응에 문제가 있었던 것일까. 다음 날 열린 기자회견에 30분 지각이라는 다소 실망스러운 애티튜드를 보였다. 약속은 서로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예의이거늘. 그러나 관록의 키아누 리브스였다. ‘한국 팬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자 면도를 하다 늦었다’는 말을 100% 믿을 수는 없으나, 한국어로 “미안합니다”를 연신 외치며 사과를 하니 다소 험악했던 분위기가 슬슬 녹아내렸다. 간담회 내내 유머러스한 언변으로 분위기를 주도한 키아누 리브스는 자신을 따라 붙는 ‘뱀파이어설’에 대해 “난 뱀파이어가 아니다. 부모님과 조상님들께 감사할 뿐”이라는 재치 있는 해명도 잊지 않았다.
-흥행 성적: 11만 6,119명. 내한 효과 ‘미미’, 배보다 배꼽이 컸다 하더라.

# 1월 19일. ‘워터 디바이너’ 러셀 크로우
러셀 크로우
러셀 크로우
“안녕, 코리아! 한국은 처음입니다” 목소리 하나로 기자회견장을 압도했다. 영화가 그의 목소리가 지닌 매력을 100% 담아내지 못해 왔구나를 확인하는 순간. ‘워터 디바이너’로 한국을 찾았지만, 막시무스 캐릭터로 크게 각인된 배우인 만큼 ‘글래디에이터’ 속편에 대한 질문이 빠지지 않았다. 그의 대답을 짧고 명쾌했다. “불가능하다. 막시무스는 죽었다!” 이런 ‘상남자’ 같으니라고. 러셀 크로우의 내한에 덩달아 주목받은 스타는 ‘호주형’ 샘 해밍턴이었다. 무명이었던 러셀 크로우를 발견한 캐스팅 디렉터가 바로 샘 해밍턴의 어머니. 샘 해밍턴에게 러셀 크로우는 진짜 ‘호주형’이었던 셈이다. 러셀 크로우의 내한 일정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JTBC 뉴스룸’ 출연이다. 러셀 크로우는 “‘레미제라블’ 속에서 당신 노래 실력이 좀 더 좋았더라면 하고 아쉬움을 나타낸 관객도 있었다”는 손석희의 돌직구 질문에도 당황하지 않고 진솔한 답변을 이어나가 호평 받았다.
-흥행 성적: 13만 6,134명. 역시 빛을 보지 못한 홍보효과

# 4월 17일. ‘어벤져스’ 팀
어벤져스
어벤져스
이들의 진짜 능력은 혹시 유머? 특유의 유머와 재치로 한국 팬들을 ‘들었다 놨다’한 주인공은 ‘어벤져스’ 멤버들이다. 이들은 내한 내내 화제를 몰고 다녔다. 한국이 처음인 마크 러팔로는 입국 직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세월호 1주기 애도를 표하는가 하면 그날 저녁 서울의 한 고깃집에서 진행된 고기파티를 인스타그램에 공개해 친근함을 더했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레드카펫 행사 당일 인사동에서 구입한 개량한복 바지를 입고 나타나 팬들을 즐겁게 했다. 이들과 함께 한 ‘신데렐라’ 수현은 감동의 눈물로 먹먹함을 안겼고, 이후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도 옆에서 보니까 안경 안으로 눈물을 흘리고 있더라”고 밝혀 관심을 모았다. 특히 마크 러팔로는 미국으로 돌아간 후 ABC 방송 토크쇼에 출연, “한국에 내 팬이 굉장히 많았다. 작은 행동에도 소리를 지르고 울부짖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누구도 나한테 그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한국으로 이사 가고 싶다”고 밝혀 웃음을 자아냈다.
-흥행 성적: 전국 1049만 4,499명 동원. 마크 러팔로 인지도 급상승

# 7월 02일.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아놀드 슈왈제너+에밀리아 클라크
터미네이터
터미네이터
인정하자. 아놀드 슈왈제너거의 내한 보다 팬들이 더 궁금해 한 것은 이병헌의 홍보참여 여부였다. ‘터미네이터: 제니시스’는 이병헌이 일명 50억 협박사건 이후 처음으로 팬들과 만나는 작품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병헌은 미국 촬영 일정으로 결국 참여하지 못했고, 아놀드 슈왈제너거와 새로운 여전사 에밀리아 클라크만이 한국팬을 만났다. 그리고 내한의 특혜는 에밀리카 클라크가 상당부분 얻었다. 내한을 통해 호감 스타로 급상승한 그녀는 내한 내내 포털사이트 검색 순위 1, 2위를 다퉜다. 인기 드라마 ‘왕좌의 게임’을 통해 일명 ‘용엄마’로 불리며 신비함을 유지하던 에밀리아 클라크가 한국 팬들과 가까워졌던 시간.
-전국 324만 370명. 미국서 흥행참패 VS 한국에선 흥행. 다시 ‘아윌비백’ 할 수 있을까

# 7월 30일. ‘미션임파서블: 로그네이션’ 톰 크루즈
톰 크루즈 확정
톰 크루즈 확정
부산 명예시민 톰 아저씨는 친절하기도 하지. 그의 방한은 이번이 7번째. 톰 크루즈는 1994년 영화 ‘뱀파이어와의 인터뷰’를 시작으로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 ‘작전명 발키리’ ‘잭 리처’ 등을 들고 한국 팬들을 찾아왔었다. ‘잭 리처’로 찾았을 당시엔 할리우드 배우 사상 처음으로 부산에서 내한 행사를 진행, 부산시로부터 명예시민 자격을 선사받기도. 이번에는 특이 일정은 없었다. 하지만 환한 미소로 레드카펫에 선 톰 크루즈는 무려 2시간 동안 친절한 팬 서비스를 선사, 친한 배우로서의 면모를 한껏 과시했다.
-흥행 성적: 612만 6,488명. 톰 아저씨, 역대급 팬서비스 매번 ‘갱신’

# 9월 03일. ‘메이즈러너2’ 이기홍 + 토마스 브로디 생스터
이기홍
이기홍
2014년 개봉한 ‘메이즈러너1’은 북미를 제외하고 한국에서 최고의 흥행 성적을 거둔바 있다. 인기의 중심에는 한국계 배우 이기홍이 있었다. 극중 민호라는 이름으로 등장한 이기홍은 주연인 딜런 오브라이언과 함께 특유의 카리스마로 영화를 이끌었다. 그런 이기홍이 토마스 브로디 생스터와 2편으로 내한하자, 한국 팬들은 크게 환호했다. 여섯 살 때 부모님을 따라 미국으로 이민을 간 이기홍은 고국 정취 느끼기에 한껏 취했다. 분식집에서 떡볶이 시식에 심취하는가 하면, 경복궁-광화문 등을 찾으며 일정을 즐겼다. 트위터를 통해 친분을 쌓았던 2PM의 택연, ‘슈퍼맨이 돌아왔다’ 대한-민국-만세를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내한 이후 이기홍은 한국과의 인연을 보다 깊게 쌓아가고 있다. 최근 ‘스물’ 이병헌 감독과 손잡고 내놓은 웹 드라마 ‘부탁해요 기홍씨!’가 그 결과물이다. 개인일정으로 한국을 자주 찾는다고 하니, 길에서 이기홍을 만나도 그리 놀라지 말 것.
-흥행 성적: 274만 4,413명. 이기홍 효과 톡톡톡

# 12월 9일.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쌍제이+배우 내한
스타워즈
스타워즈
‘스타워즈’ 시리즈는 미국에서의 폭발적인 인기에 비해 한국에서는 그리 사랑받지 못해 온 작품이다. 게다가 이번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의 주연은 데이지 리들리, 존 보예가 등 잘 알려지지 않은 신예들. 때문에 앞선 내한 스타들이 비해 이들을 향한 대중의 관심이 다소 미지근했던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내한 당시 가장 주목을 받은 이는 J.J. 에이브럼스 감독으로 기자들의 질문은 상당수 감독에게 집중됐다. 하지만 이에 대처하는 디즈니의 전략은 공격적이었다. 콜라보레이션 파트너로 인기 아이돌 엑소를 내세워 인지도 끌어올리기에 힘을 쏟은 것. 강남 옥타곤클럽에서 진행된 ‘스타워즈’ 팬 이벤트 행사에도 엑소가 등장해 스타워즈 주역들과 함께 했다. 항간에는 ‘스타워즈’ 주역들을 만나는 자리가 아이돌 팬미팅으로 둔갑해 버렸다는 소문도 들리는데, 진위여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확실한 건, 시선 끌기에는 성공했다는 것.
-미국보다는 미지근하지만, 그럼에도 입소문을 타고 흥행 순한 중. 포스가 함께 하길.

# 그리고 12월에 나타난 이 분, 톰 하디
톰 하디
톰 하디
올해 내한의 화룡정점은 누가 뭐라 해도 톰 하디다. 이태원 찍고, 홍대 찍고, 경복궁 들렸다, 롯데시네마 건대입구까지! 그야말로 신출귀몰이었다. 혹자는 ‘톰분서주’라 했고, 누군가는 ‘톰 하디 한반도 밀입국 발발 사건’이라 했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의 초청으로 한국을 찾은 것으로 알려진 톰 하디는 자신의 영화 ‘레전드’ 국내 상영 소식을 접하고 에이전시를 통해 직접 무대 인사를 제안했다. 톰 하디의 극비 제안에 자정 가까이 상영된 영화는 단 5분 만에 전 좌석 매진을 기록했고, 수많은 인파가 몰려 장사진을 이뤘다. 이날 톰 하디는 새벽까지 남아 사인을 해주고 사진을 찍는 등 역대급 팬서비스를 선보였다는 후문. 공식적 내한행사는 아니었지만 톰 하디의 무대인사는 일반적인 내한 레드카펫 행사보다 팬들을 더욱 춤추게 했다. 톰 하디의 이러한 행보로 인한 특혜는 ‘레전드’보다 내년 1월 14일 개봉하는 영화 ‘레버넌트’가 크게 받지 않을까 예상된다. 할리우드 스타의 방한에 드는 노력과 비용은 상상을 초월한다. 스타가 한번 움직이면 그에 따라 수십 명의 스태프들이 함께 움직이기에 비용은 억 단위를 상회한다. 게다가 자잘하게 신경 써야 할 스트레스가 한두 가지가 아닌데, 홍보효과마저도 이전처럼 크지 않아 스타의 내한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영화인들이 적지 않다. 그런 행사를 톰 하디는 자신의 의지로, 그것도 아주 인상적으로 대가 없이 해 버린 셈이다. 배급사 20세기폭스 입장에서는 이게 무슨 굴러들어온 복덩어리인가 싶을 게다.
-말 그대로 ‘레전드’로 남을 내한. 톰 하디 향한 애정 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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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시우 기자 siwoorain@
사진. 텐아시아 DB. 각종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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