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가요대전', 시작은 화려했으나..용두사미의 결정판 (종합)

[텐아시아=김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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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화려했다. 책임 프로듀서(CP)를 비롯한 연출자가 나서 “최고”라고 자부한 만큼, 웅장한 무대와 화려한 조명 등은 기대를 부추겼고, 이목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SBS ‘2015 가요대전’은 지난 27일 오후 9시 40분 남성 아이돌그룹 B.A.P, 빅스, 갓세븐, 아이콘 등이 나선 오프닝 퍼포먼스로 서막을 열었다. 이어 MC를 맡은 신동엽, 아이유의 등장으로 ‘대전’의 시작을 알렸다.

올해 ‘가요대전’의 볼거리는 풍성했다. 다양한 그룹들의 출연은 물론, 이색 콜라보레이션 무대까지 마련돼 보는 즐거움을 높였다. 무대 역시 SBS 방송국이 아닌, 전문 공연장인 삼성동 코엑스에서 진행돼 완성도에도 심혈을 기울인 흔적이 돋보였다.

가수들의 무대는 ‘가요대전’이 아닌 자신들의 콘서트처럼 콘셉트도 확실했고, 이는 활용 면적이 넓은 무대와 화려한 조명이 더욱 활력을 불어넣었다. 반면, 이것이 곧 유쾌한 시청을 방해하는 단점이 되기도 했다.

카메라는 웅장한 무대에 선 가수들을 곧잘 풀샷으로 처리했다. 이로써 무대의 화려함은 극대화됐으나, TV로 시청하고 있는 팬들의 하소연은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지나치게 화려한 조명으로 인해 가수들의 얼굴이 선명하게 보이지 않는 것은 물론, 풀샷 처리는 이 같은 불만에 더욱 힘을 실었다.

음향도 문제가 있었다. 엑소 무대에서 음향 상태가 고르지 못해 사고를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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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전부터 기대를 모은 ‘한정판 무대’의 출발은 출중한 가창력을 지닌 에일리, f(x) 루나, 에이핑크 정은지, 마마무 솔라가 나섰다. 이들은 진주의 ‘난 괜찮아’의 고음처리까지 완벽하게 소화, 시원한 가창력을 뽐내며 보는 이들의 환호를 얻었다.

또 다른 무대는 아이유, 오혁이 꾸몄다. 두 사람은 ‘공드리’와 ‘무릎’으로 입을 맞췄다. 오혁은 기타 반주를 직접하며 노래를 불렀고, 야외에서 꾸며진 이들의 무대는 호소력 짙은 두 사람의 음색과 어우러져 진한 여운을 남겼다. 세 번째 ‘한정판 무대’는 엑소 첸, 백현 그리고 샤이니 태민이 나섰다. 첸과 백현은 각각 김광석의 ‘사랑했지만’과 김현식의 ‘비처럼 음악처럼’을 열창, 재발견이란 평가를 얻었다. 태민은 유재하의 ‘사랑하기 때문에’를 직접 피아노를 치며 열창, 이목을 사로잡았다.

끝으로 샤이니와 엑소가 ‘마마’와 ‘루시퍼’로 호흡을 맞추며 ‘한정판 무대’의 피날레를 장식했다.

다양한 볼거리를 위해 마련한 ‘한정판 무대’는 확실히 보는 즐거움을 높이긴 했으나, 다소 편향됐다는 의견을 낳았다. 일부 가수들은 2절, 혹은 두 곡을 불러 도입부와 후렴구를 이어 부르며 무대 구성을 최소화했다. 반면 일부 가수들은 ‘가요대전’을 통해 컴백을 알리기도 했고, 개인무대와 한정판 무대까지 오르며 활약했다. 비교적 짧게 무대에 오른 가수의 팬들이 아쉬움을 토로하는 이유다.

무대와 무대 사이 마련된 총 4번의 인터뷰는 각기 다른 콘셉트로 진행, 흥미를 높이고자 했다. 진행 베테랑인 신동엽과 못지않게 매끄러운 진행 솜씨를 자랑하는 아이유는 능수능란하게 가수들의 대답을 이끌어냈다. ‘심쿵셀켐 촬영 멤버’ ‘입구라인’ ’92년생 원숭이띠 멤버’ ‘리더 라인’ 등 다양한 주제로 짧지만 굵게 이야기를 나누며 신선함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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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시대의 무대를 끝으로 신동엽, 아이유는 ‘2015 가요대전’의 마침표를 찍었다. 하지만 실질적인 피날레는 가수 싸이가 장식했다. 그는 ‘대디(DADDY)’와 ‘나팔바지’, 그리고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끈 ‘강남스타일’을 열창했다. 이 무대는 보는 이들의 의구심을 자아냈다.

싸이는 앞서 지난 24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진행된 단독 콘서트 ‘올나잇 스탠드 2015-공연의 갓싸이’에서 ‘대디’를 부르기에 앞서 “이 무대는 ‘가요대전’과 함께한다”고 예고한 바 있다. ‘2015 가요대전’은 의아하게도 싸이의 콘서트 실황을 담은 영상을 내보내며,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시작과는 너무나도 대조되는 장면이었다.

화려하게 출발했으나, 다른 잔치의 영상으로 크레딧을 올리는 모습은 ‘용두사미’란 말의 뜻을 되새기게 했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
사진. SBS ‘2015 가요대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