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박수정 기자]
거미 콘서트
거미 콘서트
거미에 반했다. 가수 거미가 27일 오후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단독 콘서트 ‘필 더 보이스(Feel the Voice)’를 개최해 5,000여 관객을 거미 홀릭으로 만들었다.

여성 보컬리스트로 큰 규모의 공연을 개최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 정상급 아이돌만큼의 팬덤이나 확고한 대중적 인지도가 있어야 한다. 거미는 이를 해냈다. 보통 3층의 객석까지 다 채우기 힘든 잠실실내체육관에서 거미는 거의 모든 객석을 가득 채우며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올해 JTBC ‘슈가맨’, ‘히든싱어’ 그리고 MBC ‘일밤-복면가왕’에서 보여준 활약상을 비롯해 지난 17년 동안 쌓아온 거미의 성과가 느껴졌다. 콘서트는 거미 콘서트를 왜 보러올 수밖에 없는지 이유를 증명했다. 거미에 반하는 ‘걸크러쉬’의 순간들이 쉼 없이 계속됐다.

# 거미는 멋있다.

거미는 멋있었다. 시작부터 거미의 아우라에 압도당했다. 라이브 밴드 7인조, 스트링 12인조의 세션이 사운드부터 차별화시켰다. 오프닝 ‘기억상실’의 도입부가 웅장한 오케스트라 편곡으로 재탄생해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이어 울려 퍼지는 거미의 목소리, 거미는 목소리만으로 순간적으로 몰입도를 높였다.

거미의 파격도 있었다. ‘미안해요’에서 원곡 빅뱅 탑의 부분을 거미가 직접 소화했다. 폭발적인 랩에 관객은 환호했다. ‘사랑은 없다’에서 거미는 로커로 변신해 무릎을 꿇고 헤드뱅잉하기도 했다. ‘로미오&줄리엣’ 무대에서는 거미가 직접 키보드를 춰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거미
거미
# 거미는 귀여웠다.

무대에서 파워풀한 가창력을 과시하는 거미는 멘트 시간만 되면 귀여운 언니로 돌아왔다. 허스키한 목소리로 말하는 수줍은 멘트가 매력을 더했다. 스스로 “저에게 아주 좋은 수식어가 있다”며 R&B의 여왕, 발라드 소울의 여왕, OST의 여왕을 소개하는 능글맞은 모습도 있었다. 거미는 “다 여왕이에요. 공주는 아냐”라며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날 게스트 휘성은 거미에 대해 “여성스럽고 애교가 많다”고 말하기도 했다. 거미는 이후 “사실 눈물이 많다”고 말하기도 했다. 콘서트에서는 노래하는 멋있는 거미가 아닌 인간 거미의 귀여운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 ‘명불허전’ 가창력

가창력은 기본템이었다. 거미는 목소리 하나로 관객들을 쥐락펴락했다. 노래 강약의 완급조절을 기본이었고, 노래를 할 때마다 거미가 표현하는 감성에 관객들은 젖어들었다.

모두가 거미로 울고 웃었다. 슬픈 이별 발라드로 눈물짓다가도, 흥겨운 댄스곡으로 웃었다. ‘남자라서’, ‘미안해요’ 등 거미의 히트 넘버와 ‘어떤 이의 꿈’, ‘소녀시대’, ‘로미오&줄리엣’ 등 커버 곡들을 통해 관객들을 흥을 돋웠다. ‘로미오&줄리엣’은 관객들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함께 노래했다. 앙코르 무대 ‘해피’에서는 사전에 간단한 안무를 배우는 영상을 제공하기도 했다.

MBC ‘일밤-나는 가수다’, MBC ‘일밤-복면가왕’, KBS ‘불후의 명곡’ 등에서 보여준 무대를 다시 한 번 학인하는 것도 콘서트의 묘미였다. ‘추억으로 가는 당신’, ‘몽중인’, ‘아름다운 이별’, ‘양화대교’ 등 폭발적이거나 눈물짓거나 아름다운 무대가 연달아 계속됐다.

거미와 한선천
거미와 한선천
# 걸크러쉬 거미를 위한 장치들

거미의 콘서트에 더 녹아들 수 있는 장치는 콘서트 내내 뒷받침 됐다. ‘날 그만 잊어요’에서는 ‘댄싱9’에서 얼굴을 알렸던 한선천이 애절한 퍼포먼스로 한 편의 모노드라마를 연출했다. ‘사랑은 없다’에서는 여성 댄서 2명이 폴댄스(봉춤)로 강렬함을 선사했다.

호화 게스트도 콘서트의 분위기를 업그레이드시켰다. 첫 번째 게스트로 휘성이 등장해 거미와 듀엣곡 ‘스페셜 러브’를 불렀고, ‘위드미’, ‘인썸니아’를 선사했다. 두 번째는 에픽하이였다. 에픽하이는 ‘본 헤이터’로 깜짝 등장해 관객들에 물을 뿌리며 힙합 콘서트로 탈바꿈시켰고, 1,2,3층 관객을 나뉘어 ‘거미 화이팅’ 호흡을 맞추는 등 재미를 안겼다.

# 결국, 거미의 진심에 반하다

거미는 콘서트를 시작하면서 “(집에) 돌아가실 때 마음속에 뭐 하나 남겨드리고 싶다. 오늘 이 무대를 불사르겠다”고 말했다. 거미는 항상 마음 속 위로가 되는 노래를 했다. 이별 노래로, 여자들의 공감을 줬고, 노래방 18번을 만들기도 했다. 올해 ‘일밤-복면가왕’에서 부른 ‘양화대교’로 감동을 선사하기도 했다. 거미의 노래로 위로받고 공감한 관객들이 힐링을 한아름 안고 돌아가게 됐다.

공연 후반부 거미는 눈물을 흘렸다. 거미는 본공연 마지막곡 ‘양화대교’를 부르는 도중 눈물을 떨궜다. 흔들리는 목소리로 부르는 ‘양화대교’는 더 큰 울림을 줬다. 관객 일부도 눈물을 훔쳤다. 앙코르 무대에서도 팬들의 이벤트에 거미가 울컥하는 모습이었다. ‘그대 돌아오면’이 시작하자 관객들은 카드 섹션 이벤트로 ‘I♡U’를 표시했다. 거미는 감동의 눈물을 참았다.

마지막곡 거미가 팬들의 사랑을 다시 돌려주는 선물이었다. 거미는 엔딩 마지막 곡으로 ‘친구라도 될 걸 그랬어’ 1절을 무반주로 부르며 감성을 극대화했다. 2절에는 관객들과 다함께 불렀다. 거미에 반했고, 거미 노래에 또 반했고, 거미의 콘서트에 반했다.

박수정 기자 soverus@
사진. 씨제스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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