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한혜리 기자]
유희열 스케치북
유희열 스케치북
유희열이 인터뷰를 통해 ‘유희열의 스케치북’ 300회 소감을 전했다.

24일 오전 KBS 측은 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 300회를 맞이해 유희열의 인터뷰를 공개했다.

2009년 4월 24일 시작한 ‘유희열의 스케치북’은 7년이라는 시간동안 다양한 뮤지션을 발굴하고 이들의 음악을 대중과 연결하는 창구로 자리했다.

25일 크리스마스에 방송되는 스케치북 300회에서는 그동안 출연했던 대한민국 대표 발라드 가수 중 발라드 대통령을 뽑는 특별한 무대가 펼쳐진다. 이에 KBS 측은 300회 녹화를 앞둔 유희열을 만나 자신의 이름을 건 음악 프로그램을 7년여 간 진행해 온 소감을 들어봤다.

Q. 200회 때 인터뷰에서도 실감이 안 난다고 했는데, 벌써 300회다. 기분이 어떤가?
유희열 : 200회 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실감이 안 가죠. 300이라는 숫자는 크게 다가오지만, 제작진들도 언제 이렇게 됐냐 했을 정도다. 처음 시작할 때는 300회는 상상도 못했다. 우리끼리도 ‘1년은 넘길 수 있을까, 100회는 할 수 있을까’라는 얘기를 했었는데 벌써 7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니 믿기지가 않는다.

Q. 오랜 시간동안 ‘유희열의 스케치북’이 사랑 받을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유희열 : 우리가 농담반 진담반으로 얘기하는 건데 시청률이 좋은 프로그램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KBS에서 편성을 지켜준 것이 가장 큰 거 같다. 타 방송사에서도 이런 음악 프로그램이 있었지만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하고 폐지가 됐다. KBS에서는 이런 경쟁에서 한 호흡 쉴 수 있게 라이브 음악쇼를 지켜줬기 때문에 지금까지 함께 해올 수 있었다.

두 번째는 이 시간을 아껴주시는 많은 분들이 계시기 때문이다. 이소라, 윤도현, 이하나 씨로 이어지는 진행자들이 오랜 시간 이 시간을 지켜왔고, 저는 지금 현재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을 뿐이다.

Q. 지상파에서 유일한 라이브 음악 프로그램을 지켜간다는 자부심이나 사명감도 있을 거 같다.
유희열 : 있다. 제일 기분 좋을 때가 가수들이 앨범을 내고 프로모션이나 인터뷰를 할 때 가장 하고 싶은 프로그램으로 ‘유희열의 스케치북’을 얘기할 때. 그게 우리 제작진들의 자부심이기도 한다. 그리고 지상파에서 하나 남아있는 본격적인 음악쇼이기 때문에 나태해질 때마다 우리가 이걸 잘 지켜내야 한다는 생각들을 많이 하고 있다.

Q. 다른 무대에서는 보기 힘든 뮤지션들이 유희열의 스케치북에는 출연하는걸 보면 믿음이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강승원 음악감독에 대한 믿음이 큰 몫을 할 거 같다.
유희열 : 저희 ‘스케치북’ 제작진이 다른 예능 프로그램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작가 셋에 음악감독 한 분, PD 두 분. 다른 프로그램에 비하면 1/5 수준이고 제작비도 많지 않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의 제작진들을 보면, 음악감독은 20여년, 작가도 10여년을 함께 해온, KBS 음악 프로그램의 산 증인 같은 분들이다. 그분들에 대한 믿음과 이 시간을 쭉 지켜온 프로그램에 대한 신뢰가 오랜 시간동안 두텁게 쌓여있다. 그래서 나오시는 분들도 부담 없이 믿고 나올 수 있는 것이다.

Q. 엑소가 ‘으르렁’을 밴드 버젼으로 편곡해서 보여준 무대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아이돌이 나와도 ‘유희열의 스케치북’의 색깔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는 것 같은데, 특별히 더 신경 쓰는 부분이 있나?
유희열 : 요즘 제일 많이 듣는 얘기가 ‘변한 거 아니냐’는 얘기인데 공감한다. 그런데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내가 90년대에 이소라씨나 윤도현씨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나왔을 당시의 순위프로그램을 보면 지금 ‘스케치북’에 어울리는 노래들이 차트를 석권하고 있다.

그런데 2000년대가 되면서 음악계, 가요계가 많이 바뀌었다. 10대-20대에게 많이 사랑받는 아이돌 가수들이 많아 졌고 K-POP이라는 단어도 나왔다. 그분들을 배제하고 간다는 건 어떻게 보면 역차별이라고 생각한다. 하나 남아 있는 음악 프로그램이 가요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모든 가수들, 숨어있는 가수들까지 다 담을 수 있는 그릇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진입장벽이 높은 프로그램이 되어서는 안 된다.

다만 한 가지, 라이브 음악쇼다 보니 순위프로그램에서처럼 보여주는 것 위주의 무대는 지양하려고 한다. 되도록 여기서만 할 수 있는 무대를 보여줄 수 있도록 부탁을 드리고 있다. 매주 줄타기 하는 심정으로 열심히 하려고 하는데 예전의 기억을 가지고 서운해 하는 분들도 계시는 것 같다. 가요계가 많이 바뀌었다. 마음을 조금 더 열고 ‘지금 세대는 이런 음악을 듣는구나!’하고 지켜봐 주시면 감사하겠다.

Q. 최근에 나왔던 출연자 중 기억에 남는 무대가 있을까?
유희열 : 처음 어떤 가수를 소개했을 때 ‘누구지? 누구지?’하다가 끝날 때는 박수가 터질 때가 있는데 그때가 가장 기분이 좋다. 이건 온전히 음악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올해는 혁오밴드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저희가 가장 처음으로 소개해드렸는데 그 이후로 너무나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다. 물론 우리 덕분은 아니겠지만 제작진 모두 뿌듯해하고 있다.

Q. 앞으로 꼭 초대하고 싶은 가수가 있다면?
유희열 : 1회 때도 말씀 드렸는데, 조용필 선배님이다. 대한민국 대중음악계의 상징적인 분이시기 때문에, 제작진 모두가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데, 이 소식을 들으시고 한번 꼭 감안해주셨으면 좋겠다.

Q. 유희열에게 ‘유희열의 스케치북’이란 무엇인가?
유희열 : 처음에는 멋모르고 시작했다. TV 매체에 대한 두려움이 굉장히 컸었는데 그런 두려움을 없애준 고마운 선물 같은 프로그램이다. 7년이나 함께 해온 제작진들은 새로운 가족이 됐다.

어떤 프로그램 앞에 개인의 이름이 붙어있는 프로그램은 잘 없다. 영광스럽게도 ‘유희열의 스케치북이’라고 제 이름이 붙어 있으니 책임이 엄청나게 크다. 스스로 나태해졌다고 생각이 될 때 정신이 번쩍 들게 해주는 프로그램이다.

Q. 마지막으로 ‘유희열의 스케치북’을 아끼고 사랑하는 팬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린다.
유희열 : 늦은 시간에 방송이 되는데도 매번 찾아와주시는 시청자들께 늘 감사하는 마음이다. 어떻게 하면 즐겁게 좋은 음악을 소개해드릴 수 있을지 늘 고민하고 있다. 여러분께서도 관심 많이 가져주시면 저희도 힘내서 좋은 음악, 좋은 이야기 소개드리도록 노력하겠다. 많이 지켜봐주시고 사랑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

한혜리 기자 hyeri@
사진.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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