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살벌_패밀리 (3)
달콤살벌_패밀리 (3)
MBC ‘달콤살벌 패밀리’ 7회 2015년 12월 9일 수요일 오후 10시

다섯 줄 요약
윤태수(정준호)는 딸 수민(김지민)이 납치됐다고 여겨 백회장(김응수)과 백기범(정웅인)을 찾아가 딸을 내놓으라고 한다. 수민은 이후 고모와 콘서트에 갔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기범은 백회장을 찾아가 “우리 뒤를 칠 놈이다”고 태수를 험담한다. 백회장은 태수에게 지금 사는 집을 빼라고 한다. 김은옥(문정희)은 집 때문에 걱정하고, 태수는 기범을 찾아가 애걸한다. 성민(이민혁)은 태수가 친부가 아님을 우연히 알게 되고, 엄마에게 심하게 반항한다.

리뷰
태수는 참 열심이다. 백만보 회장과 기범 부자의 속 보이는 농간 앞에서도 여전히 ‘충성’하려 하고, 누가 봐도 수습이 어려울 ‘콩가루 집안’을 어떻게든 화목하게 유지해 보려고 안간 힘이다. 이날도 종횡무진 뛰어다니고, 이 사람 저 사람을 설득하느라 바빴다. 사실 그가 여기서 ‘나 못해!’를 선언하면 이 ‘패밀리’의 모든 게 와르르 무너지고 말 것이다. 그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 안타깝고 애틋하기도 하다. 열심히 설득하고 화를 내는 척했다 바로 환하게 웃는 특유의 사람 좋은 웃음까지 필살기는 다 쓰고 있다. 그런다고 이 ‘패밀리’가 지켜질 것인가는 의문이지만.

무엇보다 태수는 늘 중요한 것을 오판한다. 수민에 대한 염려와 부성애는 알겠으나, 대뜸 백회장을 찾아간 것은 경솔했다. 그 일이 “방 빼!”로 이어지긴 했지만, 알고 보면 태수는 ‘파리 목숨’이었던 것을 자기만 모르고 있는 게 아닐까. 그가 쏟아온 정성, 성민에 대한 그 모든 일들도 자칫 여기서 모래성이 돼버릴 수 있다.

아내와 아들의 날 선 공방은, 초반에는 입시와 엄마 잔소리라는 여느 집과 비슷한 패턴으로 시작했으나 실은 그 어떤 집에서도 보기 드문 ‘친아버지가 아닌’ 출생의 비밀이다. 모범생 아들은 처음에는 음악을 하겠다는 선택 때문에 엄마와 충돌했다가, 이제는 너무나 본질적인 정체성 문제를 맞닥뜨렸다. 서로 감당이 안 된다. 도저히 어떻게 해 볼 수 없는 폭탄을 안고 있는 사이다.

태수의 아내 감싸기는 그래서 이제 병적으로 보인다. 그저 단순히 아내를 많이 사랑한다는 식으로는 이해되지 않는다. ‘달콤살벌’ 혹은 ‘코믹’으로 가려는 이 드라마의 분위기 때문이겠지만, 정준호의 연기력만은 인정하지만, 태수의 처신은 그야말로 극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대체 태수와 은옥이 결혼할 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가. 태수는 왜 그렇게까지 은옥을 감싸야만 하는 것인지, 그럼에도 아내에게 잡혀 사는 이 남자의 진짜 속내는 무엇인지를 설명해 줄 만한 ‘과거’는 준비돼 있는 것인가.

이날 최고의 압권은 아마 오여사(지수원)가 봉감독(조달환)과 일으킨 불꽃같은 스캔들일 것이다. 오여사가 그간 고수한 정형화된 가식적 태도가 한방에 엉뚱 발랄한 쪽으로 튀면서, 오숙자 혹은 오주란이라는 캐릭터를 제대로 각인시켰다. ‘한마음회’에서 보여주던 그 요상한 태도들까지 다 이해될 정도였다. 봉진욱 감독의 시나리오 ‘두 얼굴의 사나이’가 하룻밤 새 세상에 나오게 하는데 결정적인 뮤즈가 된 오여사. 백회장의 엄벌이 내려질까 벌벌 떨다가, 백회장이 되레 한마음회 선거를 망친 잘못을 빌자 의기양양해진 그녀는 배우처럼 대사를 친다. “어젯밤 전 절 믿지 못하는 한 남자를 떠났습니다. 하지만 전 오늘 부메랑처럼 다시 돌아왔네요. 그러니까 우리 어제의 잘못은 피차 잊기로 해요.” 사랑받는 여자의 특권? 이 뻔뻔함이 저리 자연스러울 줄이야.

수다 포인트
-봉감독님이 말씀하십니다. “시나리오도 못 쓰는데 살아서 뭐해?”
-“흥분하지 말아요. 이미 벌어진 일이에요.” 오숙자 아니 오주란 여사님의 냉철한 상황판단.
-성민이가 모의고사에 백지를 냈답니다. 아들은 태연하고 엄마만 얼굴이 백짓장이네요.

김원 객원기자
사진. MBC ‘달콤살벌 패밀리’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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