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은호 기자]
문정관
문정관
한국은 좁다. 땅덩어리도 좁고, 인구도 적다. 돈 가진 사람은 많지 않은데, 돈 쓰게 만들겠다는 사람은 수두룩하다. 혹자는 이를 두고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고 말한다. 이에 ‘금융맨’ 문정관은 생각했다. “뭘 해야 돈을 벌 수 있을까?” 그리고 그는 봤다, EDM 시장을. 젊은이들 사이에서 ‘핫’하게 떠오르는 문화이지만 아직 사업화 되지 않은 아이템. EDM 시장은 그야말로 ‘블루 오션’이었다.

하여 ‘금융맨’ 문정관은 ‘엔터맨’이 됐다. 그는 작곡가 겸 제작자 김창환과 손을 잡고 마이다스이엔티를 설립했다. 잠들어 있는 EDM 시장을 깨우고 스타 DJ를 육성하는 것, 나아가 K-EDM과 스타 DJ의 해외 진출을 도모하는 것이 바로 문정관과 김창환의 궁극적인 목표였다.

Q. 원래 금융권에 몸담고 있던 걸로 알고 있다. 김창환 사장과는 어떻게 연이 닿았나?
문정관 : 3~4년 전 쯤에 김창환 선생님과 금융 관련된 일들로 연을 맺고 형·동생 사이로 지냈다. 그러다 내가 엔터테인먼트 관련 투자에 손을 대게 됐다. ‘딴따라’의 피가 흐르는지, 공연에도 손을 대봤고. 김창환 선생님에게 자문을 구하면서 관계가 더욱 돈독해졌다. 오래 알고 지내면서, 서로 바라보는 방향도 같다는 걸 알고 작년에 함께 회사를 시작하게 됐다.

Q. 회사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들을 많이 하잖아. 사실 업계에 오래 몸을 담고 있는 사람들도 하기 힘든 시도인데.
문정관 : 일단 엔터테인먼트가 어렵다. 전문가들도 잘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우리 회사는 일단 업계에서 유능한 김창환 선생님이 있다. 나는 증권사에서 13년 간 근무했으니 기업을 잘 알고 있었다. YG엔터테인먼트나 FNC엔터테인먼트의 상장 과정도 지켜봤고. 그러다 보니 이 업계에서도 일을 잘한 회사와 못한 회사를 다 알게 되더라. 다른 건 몰라도 뭘 해야 할지 또 뭘 하면 안 되는지 정도는 알 수 있게 됐다.

Q. 사업자로서 당신의 의견과 뮤지션으로서 김창환의 의견이 서로 충돌하는 경우는 없나?
문정관 : 서로 간섭을 안 한다. 경영은 해본 놈이 아는 거고 음악도 마찬가지다. 김창환 선생님이 음악을 수십 년간 해왔으니, 나보단 훨씬 잘 아시겠지. 그리고 김창환 선생님이 프로듀싱을 해서, 실패했던 케이스가 없지 않나. 그런 분이 하는 일이니까, 나는 선생님을 믿고 콘텐츠를 잘 포장해서 사회에 더 알리는 일을 하는 거다. 서로 인정을 많이 한다.

Q. 다른 회사에서는 조금 더 포장을 잘 하기 위해 제작에 간섭을 하기도 하는데, 당신은 안 그런가보다.
문정관 : 드물긴 한데 가끔 이야기는 한다. 서로 나이차가 있기 때문에 젊은 층에서 바라보는 시각과 다를 수 있잖아. 반대로 내가 (사업적으로) 뭔가를 할 때 김창환 선생님 역시 조언을 주신다.

Q. 직원들은 어떻게 구성돼 있나? 모두 엔터테인먼트 업계 사람들이었나?
문정관 :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먼저 나와 같이 금융 업계에 있던 친구들이 회사가 자리 잡는 과정에서 노력을 많이 해줬다. 지금은 매니저, 스케줄 관리 등 엔터테인먼트 일도 많이 하고 있고. 또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직원들도 많이 영입했다.

Q. 현재 K-EDM 사업에 주력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K-EDM, K팝을 리믹스한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될까?
문정관 : 최초의 접근은 그렇게 했다. 한국 DJ가 외국에 나가서 외국 노래를 트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나. 반면 K팝을 믹싱해 트니, DJ는 몰라도 노래는 알게 되는 경우가 있더라. 그런데 우리가 얘기하는 ‘K’에는 ‘한국의 노래’라는 뜻도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한국 DJ’를 얘기하는 거다. 나중에는 DJ들이 쓴 곡, 프로듀싱 한 곡으로 디제잉한 날이 오기를 바란다.

Q. 4월에는 해외에서 K-EDM 페스티벌을 했다. 사업자적인 입장에서, K-EDM에서 어떤 비전을 본 건가?
문정관 : K-EDM은 3년 전부터 기획을 했던 아이템이다. 4월에 해외에 나갔던 것도 사실은 테스트버전이었다. 반응을 좀 보고 싶었다. 메르스가 없었다면 더 좋은 성과를 볼 수 있었을 텐데, 조금 아쉽다. 연말에는 중국도 터치를 해볼 생각이다. 일단 한국은 너무 시장이 포화된 상태다. 아무리 좋은 노래도 시장에 진입하기 어렵지. 그런데 요즘 가장 핫한 아이템이 뭐냐. 힙합과 EDM이다. 힙합은 이미 자리를 많이 잡았다. 반면 EDM은 해외 시장이 60조 규모로 굉장히 큰데 한국은 아직 작다. 200억 정도? 그러나 어느 순간 K팝이 세계 시장을 점유한 것처럼 K-EDM 역시 몇 년 안에 점점 점유율을 높여서, 언젠가는 한국 DJ들도 수십억의 개런티를 받게 되는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한다.

Q. 그런데 어디서든 EDM을 그냥 ‘틀어놓는’ 수준 정도이지 않나. EDM을 ‘음악’으로 포커싱하는 문화가 아직은 마련되지 않은 것 같은데.
문정관 : 해외, 예를 들어 동남아시아 같은 경우에도 EDM 문화가 어느 정도 만들어졌다. 베트남에서도 EDM 페스티벌을 하면 8만 명씩 관객이 들어선다. 우리나라는 덜 성숙된 거지. 이제 발동이 걸린 정도다. 고무적인 것은 올해 UMF와 글로벌개더링코리아에 각각 13만 명과 2만 명 이상의 관객들이 모였다는 것이다. 지난해보다 상당히 늘어난 숫자이고 내년에는 더 커질 것이다. 예전에는 DJ가 술장사를 한다는 인식, 혹은 그저 판돌이라는 인식이 강했는데, 이젠 다르다. 우리가 추구하는 DJ는 곡도 쓰고 편곡도 하는, 즉석에서 바로 편집해서 재생시킬 수 있는 실력파 DJ다. 연예인들 역시 그 정도의 스킬은 갖춰야 한다.

Q.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연예인DJ에 대해서 일부 곱지 않은 시선들도 많다. 다른 디제이들이 소외감을 느낄 수도 있고. 어떻게 풀어나갈 예정인가?
문정관 : 방법이 없는 것 같다. 정통파 DJ들은 연예인화 시켜야 하고 반면 연예인들은 실력을 키워야 한다. 아무래도 DJ들이 한 곳에 모이고 회사라는 덩어리로 뭉치다 보니, 외부에서는 욕도 많이 하는 것 같다. 어쩔 수없는 부분이다.

Q. DJ의 연예인화는 신인 제작과는 또 다른 방법이 필요하겠다.
문정관 : 방송을 풀어가는 게 어렵다. 다행히 박명수가 방송에서 EDM 콘텐츠를 소개하기도 했고 케이블채널 Mnet ‘헤드라이너’ 같은 프로그램도 생겨서, DJ들도 방송에 나갈 수 있는 창구가 열린 것 같다. 다행히 회사에 스타급 DJ들이 많아서, 콜라보레이션 형태로 진행해도 좋을 것 같다.

Q. DJ들의 해외 진출도 생각하나?
문정관 : 이미 동남아 쪽의 클럽, 페스티벌 주최 측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우리가 주최하는 페스티벌이 아니더라도 해외 무대에 활발히 세우려고 한다.

Q. 또 다른 아이템은 쇼 비즈니스 영역이다. 페스티벌 혹은 공연에 제작과 투자를 한다고. 특히나 공연 기획은 당신이 오래 전부터 꿈꿔오던 일이라고 들었다.
문정관 : 요즘엔 증권사에서 영화나 드라마에 투자를 하는 경우가 많고, 내게도 그런 제안이 종종 왔다. 다 거절했다. 대신 희한하게 공연에 시선이 갔다. 처음 부활 콘서트의 제안을 받았을 땐, 내가 모든 금액을 맡아서 투자하기로 했다. 너무 재밌더라. 결국 일이 어그러지긴 했지만, 기획안을 보고 어떻게 손익을 넘길까 고민하는 과정에서 엔터테인먼트 시장이 무궁무진하다는 걸 느꼈다.

Q. 우리나라 공연 시장은 규모도 작고, 썩 체계적이지도 않다. 그럼에도 공연 사업에 뛰어든 이유는 무엇인가?
문정관 : 엔터테인먼트라는 게, 일을 하면서 사람들을 즐겁게 만드는 거잖아. 거기에 매력을 느꼈다. 말한 것처럼 한국은 인구도 적고 땅덩어리도 적다. 먹고 살기 어려운 사람들의 주머니에서 돈을 끄집어낸다는 게 쉽지 않을 거다. 하지만 일단 한국에서 성공하면 동남아 시장에서는 다 먹힌다. 거길 장악해야지.

Q. 그 외에도 아이돌 그룹 육성도 하고 있잖아. 그런데 사실 김창환이 VNT나 엔트레인 등의 그룹을 제작했다가 잘 안 됐던 적이 있다. 이번엔 좀 더 조심스럽게 접근할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
문정관 : 사실 그 팀들이 안 됐다기보다는 적극적인 프로모션을 잘 못했던 거다. 과거 김창환 선생님이 냈던 앨범이나 가수들이 한 번에 빵 떴거든. 그런데 그 그룹은 반응이 바로 안 오니까 ‘나는 아이돌 안 되나봐’해서 바로 사업을 접었던 거다. 만약 계속 프로모션을 했다면 후에 핫한 반응이 나왔을 수도 있다. 지금은 선생님도 공부도 많이 했고, 사무실 직원들의 젊은 시각도 더 반영을 했다. 게다가 우리 회사가 주식회사라서 기관 투자도 많이 받고 있거든. 자금력도 어느 정도 확보 된다는 뜻이다. 이를 바탕으로 프로모션도 제대로 하려고 한다.

Q. 걸그룹의 경우에는 보컬 그룹과 퍼포먼스 그룹이 구분되어 있는데.
문정관 : 우리는 실력으로 승부한다. 개개인의 개성도 있지만, 하나같이 노래를 잘 하기를 원했다. 처음 친구들을 모아놨을 땐, 노래 잘하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춤 위주의 친구도 있다. 그런데 우리 보컬트레이너가 세다. 지금은 실력이 많이 올라와서 여섯 명을 찢어서 유닛 활동을 시켜도 노래가 안 밀릴 정도로 성장했다.

Q. 보이밴드는 굉장히 어리다.
문정관 : 영재 밴드다. 하나하나 ‘보이스 키즈’와 같은 방송에서 우승했던 친구들을 모아 놨다. 내년 상반기 데뷔를 노리고 있고, 이미 홍경민과 KBS2 ‘불후의 명곡2’에 출연한 적도 있고 앞으로도 프로가수들과의 콜라보레이션을 생각 중이다. 또 모 항공사와 기내에서 연주를 하는 서비스도 선보일 예정이다. 식사 끝내고 라이브 무대를 보여주는 이벤트도 기획하고 있고. 그렇게 되면 생각보다 빠른 시간에 많이 알려질 수 있을 것 같다.

Q. 포지셔닝은 어떻게 할 생각인가? 아까 잠깐 멤버들을 봤는데, 아이돌 밴드의 느낌은 아니더라.
문정관 : 방향에 대해서 우리도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런데 중국에서 콘서트 티켓이 가장 잘 팔리는 친구들이 13세 어린 애들이라더라. 되게 예쁘다. ‘무슨 13세가 아이돌이야?’라는 생각도 들잖아. 그런데 팬덤의 연령이 10대 후반 혹은 20대 초반이다. 우리 역시 그렇게 방향을 가져가는 게 맞는 것 같다. 지금은 약간 딱딱해 보이지만 좀 더 갈고 닦아서(웃음) 꽃미남 밴드로 만들 예정이다.

Q. 프로듀서들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의 역할은 무엇인가?
문정관 : 일단 김창환 선생님이 치프(chief) 프로듀서의 개념이다. 오재원 프로듀서는 DJ들의 음악을 많이 하고, 문영일 프로듀서는 아이돌 육성을 담당하고 있다.

Q. 프로듀서를 육성하는 시스템도 생각 중인가?
문정관 : 그것 역시 생각하고 있다. 오재원 프로듀서는 이미 많은 곡을 쓴 상태인 반면, 문영길 프로듀서는 육성에 가깝다. 지금 준비 중인 친구들이 문 프로듀서의 노래로 데뷔하게 된다면, 문 프로듀서 역시 프로듀서로서 데뷔하게 되는 거다.

Q. 금융권에 있다가 이렇게까지 깊숙이 들어오게 된 계기는 뭔가?
문정관 : 업계의 다른 분들은 어떻게 느낄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 엔터테인먼트 시장을 봤을 때 ‘이렇게 가면 되겠다’는 느낌이 확 왔다. 금융보다 재밌고, 힘들기도 더 힘들다. (웃음)

Q. 굉장히 판을 크게 벌리고 있다는 느낌도 든다.
문정관 : 공격적으로 하지 않으면 밀릴 수밖에 없다. 우리가 안 하면 누군가는 EDM을 할 거거든. 그럴 거면 먼저 ‘선빵’ 때리고 점유를 해야 한다. 그래야 나중에 다른 회사들이 진입했을 때, 우린 다른 사업으로 확장해나갈 수 있다. 눈치 보면서 천천히 가다보면, 다른 회사들이 치고 나왔을 때 상대할 수 없다. 모든 사업은 그 분야에서 1인자가 되어야지, 2인자가 되면 안 된다.

Q. EDM으로 엔터테인먼트를 하는 회사는 여태껏 본 적이 없다. 레퍼런스가 없었을 텐데, 처음 사업을 시작할 당시 어떤 비전을 봤던 건가?
문정관 : 처음엔 김창환 선생님의 생각으로 시작했다. 김창환 선생님이 가수를 육성 안 하고 곡을 안 쓴지가 꽤 오래됐다. 항간에서는 ‘그 사람 끝난 것 아니냐’는 얘기가 있었는데, 사실은 DJ 육성을 준비 중이었던 거다. 더 젊은 세대를 겨냥한 작업을 하고 계셨던 거지. 음악 작업을 하시던 중에 나를 만나서, 이게 본격적으로 기업화 된 거지.

Q. 김창환이 프로듀서로서 ‘K-EDM의 세계화’라는 다소 피상적인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면, 당신은 사업가로서 좀 더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했을 것 같기도 하다.
문정관 : K팝이 세계시장을 장악했으니까 K-EDM도 세계적으로 커 갈 것을 기대하고 있다. 재밌는 게 내가 알고 지내던 사람 중에서 동남아에서 엔터 관련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많더라. 그들을 활용해서 가보려고 한다. 일단은 동남아시아가 가장 우선이다. 중국과 동남아시아, 이제 먹으러 가야지.

이은호 기자 wild37@
사진. 구혜정 기자 photo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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